어제 저녁 글에 캣타워 옆에 새 물건 놓을 일이 있다고 한 건(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귀 하나 차이로 이렇게나 분위기가 다른고양?) 사진 왼쪽에 보이는 새로운 캣폴이 도착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내가 사고 싶었던 걸 못 샀다고, 아이들 바닥에 발 안 딛고 날아다니게 하려면 적어도 하나는 더 있어야 한다고 징징대니 작은 언니가 1초 만에 결제 해 준 것인데, (창 밖에 놓아둔 결로방지 쿠션들이 흉물스러워 그 동안 달기를 미뤄왔던 커텐을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
택배도 거의 일 초 만에 (익일) 도착해 조립을 위해 풀어놓으니 집사가 공구 찾으러 창고에 간 사이 하얀 고양이가 웬 일? 제가 먼저 들어가 부스럭부스럭 물건들을 검사하고 있다.
이 낯가림 많은 고양이가 먼저 덤비는 거라면 이 물건 성공한 건가? 그런데 입술 핥는 모습이 영 수상쩍다?
그러면 그렇지! 새로운 캣폴에 관심 있는 척한 것은 순전히 페이크였고 실은 빠닥비닐에 관심이 있어 그걸 까닥까닥 씹고 있는 걸 집사는 부스럭대며 뒤지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안 돼 이건!" 비닐을 먹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캣폴 공장에서 뭐가 묻어왔을지 모를 물건이라 단 번에 뺏았더니 이 고양이도 그 길로 박스를 벗어나고 만다. 새 물건에 관심을 보인 것은 정말정말 페이크였던 것이다.
시난고난 조립 하면서 느낀 것은 지난 번 것보다([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고양이 형제에게 캣폴을 선물 해 봤습니다) 훨씬 더 무겁고 불안정 해 괜히 비싼 물건 요구해 언니 지갑에 부담을 줬다는 자책이... 차라리 같은 걸 하나 더 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뻔 했다는 판단인데.
캣폴 구입 하시려는 집사님들 잘 고려 해보시라고 하는 말 :
이 모델은 천장과 바닥의 지지대가 엉망이고 약해서 까딱 빙글빙글 돌거나 자빠지거나 할 것 같았는데 특히 천장 지지대는 찰싹 빈 틈 없이 세워지지도 않아서 나는 풀을 떡칠해서 붙였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 나사못을 사방으로 따로 박을 계획이다. 그리고 기둥은 철제 그대로라 옷걸이 같은 느낌이 들어 먼저 구입한 싼 것보다 훨씬 더 싸구려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물론 비싼 만큼 아이디어가 좋은 구석도 있고 (발판 높낮이를 해체 하지 않고도 마음대로 조절하고 더 끼웠다 뺄 수도 있게 설계 된 것) 발판도 더 넓은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에 취약한 것은 최대 단점이 아니라 할 수 없다. - 필요한 경우, 두 캣폴의 모델명은 비밀 댓글로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조립하고 하룻밤이 지나도록 두 녀석 모두 (어쩐 일인지 조립할 때도 간섭조차 하지 않았다) 눈꼽만치의 관심도 보이지 않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에 철수 고양이가 대장답게 첫 등반을 해 주셨다. 저 하우스 바로 위에 해먹이 있는데 올라가 냄새를 맡아보더니 이내 되돌아 내려왔다.
예전 같으면 이 위치에서 맞은 편 창가에 놓인 미니 캣타워로 날아야 하는데
나이 탓일까 아니면 아직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일까 입술을 핥으며 여기저기 살피는 이 고양이 포즈가 건너 가고는 싶은데 어찌 해야할지 견적이 안 나오는 모양이라, 이 때는 눈치 빠른 집사
철수 고양이가 있는 곳과 미니 캣타워 사이에 평소에 밟고 다니는 높은 바구니를 놓아주니 아니나 다를까 그 쪽으로 훌쩍 뛰어 내린다. 저 빨간 화살표는 철수가 뛰어내린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
이제 동선 파악에 나선 대장 고양이
미니 캣타워를 지나 낮은 바구니,
또 한 단 위, 어릴 때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껴안고 잠 자던 커다란 바구니,
그리고 미니 캣 타워의 동굴까지 점검을 마쳤다. 이 정도면 안방의 반 바퀴는 바닥에 발 딛지 않고 공중으로만 다닐 수 있는 동선이다. 이제 안전하다는 걸 확인 하고 날아다니기만 하면 되는데 이건 아마 늦봄이 돼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만 가능 할 것이다. 그 때도 못 날아 다니면 나이 탓이고...
아무튼 집사는 이렇게 내 고양이, 바닥에 발 딛지 않고 살게 해주고팠던 또 하나의 소원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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