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캣타워나 캣폴 등의 등반, 그러니까 새로운 모험은 인간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언제나 느닷 없이 시작 된다. 오늘도 전혀 기대치 않던 순간에
훌쩍 두 번째 단에 뛰어오른 하얀 고양이, 세 번째 단에 손을 의지하여 최상층인 해먹을 올려다 보더니
금새 "엄마야, 내가 여기 왜 올라왔지?" 하는 표정이 된다 : 이것이 설 전 날인 23일 오후 1시 42분 경
그리고는 독려하는 집사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나 한듯 정색을 하고 마주 보더니 "엄니, 난 도저히 안 되겠슈~" 하는 표정을 짓는다. (저 표정을 보니 내 고양이 나이가 들긴 했구나, 실감이 난다)
"아니야, 할 수 있어. 천천히 함 해 봐~" 했더니 다시 한 번 윗칸을 올려보다가
"에이, 까짓 것!" 하며 뛰어올라 코를 치켜들고 큼큼 냄새를 맡더니
이 혀 낼름은 당황 했음의 표현이 아니라 그 칸에 어젯밤부터 있던 이빨과자를 줏어 먹었기 때문. 경철 고양이는 안 들리는 대신 후각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는 점을 노려 집사가 자는 사이에라도 정복할 것은 하라고 놓아뒀던 것인데 드디어 그 냄새를 감지하고 등반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1차 시도는 여기까지가 끝!
위의 장면은 2차 시도, 같은 날 오후 4시 15분으로 1차 시도에서 2시간 반 가량이 경과 했을 때였다. - 어찌하여 시간을 낱낱이 적는가 하면 고양이의 성격, 행동양상 등이 사람 또는 강아지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 그러니까 고양이가 처음에 무관심해 보인다고 해서 정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득할 충분한 시간을 둔다고나 할까, 아무튼 고양이에게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 결정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에 '인간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느닷없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집사는 아까의 시도를 보고 독려 차원에서 다시 여러 개의 이빨 과자를 해먹 안에까지 놓아뒀는데,
이 녀석, 또 바로 해먹 직전에 딱 멈추고 앉아 "아, 난 도저히 못하겄소 엄니~" 한다.
"아니야, 이제 마지막 칸이야. 할 수 있어. 거기 위에 이빨과자 마않~아~" 독려를 하니
귀 얇은 고양이, 드디어 용기를 내 두 손을 해먹 위에 얹어 테두리에 있던 것은 줏어먹고 떨어뜨리기도 한 다음, 해먹 안에 정말 이빨과자가 있나 없나 냄새로 확인 하더니
이내 내려와 "여기 뭐야?" 하듯 한 손을 들고 의심과 긴장이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왜? 거기 무슨 일 있어?
아무래도 느낌이 쎄에~ 해서 집사가 올라가 해먹 속을 확인하니 아뿔싸! 해먹 안에 철수 고양이 털이 잔뜩 뒤엉겨 있음은 물론이고 저 빨간 동그라미 안에 저거슨... !!! 어쩐지 철수가 내내 그 위에 붙어 살다시피 하다가 요 이틀쯤 갑자기 안 올라가더라니~
고양이는 그런 동물이다. 제 귀를 파서 냄새 맡게 해주면 그건 낼름낼름 핥으려 하지만 변은 절대 아니다. 냄새도 맡기 싫어한다. 그런 동물이니 제 똥 묻은 해먹이라 본묘도 안 올라가는데 경철 고양이가 올라갈 리가 있겠냐고오~ 더구나 거기서 뭘 줏어먹으라고 꼬드기다니 턱도 없는 방송이다.
아아~ 우리 철수 고양이 "내가 뭐?" 하신다. 저 넘에 것 캔버스 천이라 닦아내도 사이사이 스몄을 테니 저거 해결 될 때까지는 두 녀석 모두 해먹에 올라가기는 글러먹었다. 갈아끼우기용 해먹천을 주문하고 우짜쓰까, 저걸 지금 꺼내 손빨래를 해야하나, 그 사이에 아이가 자칫 발 헛디디면 어쩌지 고민에 빠진 채로 글을 쓰고 있다. - 집사 코에는 즈들 이빨과자 냄새나 떵냄새나 똑 같구만 유난들을 떨어요...
덧) 그 새 세탁해 말린 다음 다시 걸어 놨으니 이제 맘 놓고 이빨과자 줏어 먹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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