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에게 캣폴을 선물 해 봤습니다

캣폴이나 캣타워 중 하나를 장만하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오래 미루고 고르다가 고양이 형제가 지난 해에 병원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왜냐 하면 이제 얼마 있지않아 아이들이 더 이상 날아다니기는 커녕 점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이가 된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날은 것 같은 하얀 고양이

우리가 처음 살던 집은 안방이 상당히 넓어서 피아노 두 대에 8인용 식탁을 책상으로 쓰고도 아이들이 뛰어다닐 공간이 넉넉 했던데다 그 방문에 캣트래퍼까지 달려 있어서 땅을 밟지 않고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수직공간이 풍부했다.

캣트래퍼 위의 고양이 형제

하지만 윗집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쫓기듯 이사를 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버려 캣 트래퍼와 피아노는 아이들이 화장실 갈 때나 들르는 다른 방에 있게 되고 등등, 사람에게도 고양이들에게도 환경이 몹시 열악하게 바뀐 것인데 위에 말했듯 작년에 병원치레를 하면서 아이들 더 늙기 전에 좀이라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래서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캣폴 조립하기 전이다

각설하고, 고르고 또 골라 - 요즘은 판매자들도 어찌나 꼼수가 많은지 근사해 보이는 것을 아주 싼 가격에 내놓아 들어가보면 발판 하나 기둥 하나까지 모두 옵션인 경우가 너무나 많아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아무튼,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딴 소리가 가장 없는 것 둘 중에 지갑의 두께에 그나마 맞는 저렴한 쪽으로 선택  - 저렴한 상품 치고는 발판도 생각보다 꽤 넓고 심플 깔끔한 색상에 카페트 색상이 그레이로 안내 돼 있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갈색 계열이라 기분이 좋았다.


더불어 작업용 목장갑에 드라이버까지 같이 보내 준 세심한 마음이 예쁘게 느껴졌다.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 속 경철 고양이도 너무나 예쁘공~^^

좁은 캣타워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는 액체 같은 고양이

고양이 액체설이 증명 되는 순간이다. 캣폴 설치를 위해 침대 발치에 있던 미니 캣타워를 창 쪽의 선반 위로 옮겨 자리를 잡았더니 저렇게 몸을 구부려 지금 머리를 디밀고 있는 저 공간으로 들어갔다가 역방향으로 다시 나오는 묘기를 어렵지 않게 보여 주신다.


심지어 바닥에서 홀짝 뛰어올라 저 구멍 속으로 그대로 골인 하시기까지. (일 하느라 사진을 못 찍은 것이 너무나 아쉽다) 

캣폴 기둥을 사방으로 단단히 묶었다

캣폴의 최대 단점은 공간을 덜 차지하는 대신 까딱 충격이 가면 자빠질 수도 빙글빙글 돌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걸 방지 하기 위해 나는 지지판을 더 넓은 것으로 주문 했고 그것도 침대 다리와 방문 틀에 고리를 연결해 스크래처용 면줄을 감으면서 함께 단단히 묶어 꿈쩍도 않게 해주었다 - 이거 단디이 하느라 손에 물집 잡혔다 ㅜ.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앉은 고양이

ㅎㅋㅋ. 이 할매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또 자화자찬이다. - 여성이 혼자서 조립하고 세우기에는 버겁다는 리뷰가 많았기에 상당히 걱정을 했는데 땀이 범벅으로 흐르도록 고생은 했지만 어쨌든 천장에 나사까지 박아가며 혼자서 조립하는데 성공했다. (역시 의자 하나 놓고 천장까지 조립 하려면 보통 키의 여성에게는 대단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그리고 봉 자체가 가늘고 길어서 고양이가 뛰어오를 때 약간의 흔들림이 있는데 이런 정도는 고양이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것은 아니므로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새로운 캣폴에 잘 적응한 고양이

조립이 끝나자마자 이 고양이 좀 보소~ 이 캣폴 원래 이 자리에 있었고 늘 써 왔던 것 같은 자세로 느긋하게 최상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양이들은 냄새나 모양 등이 낯설어서 한 동안 접근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캣폴 위에서 밥 먹는 고양이

그렇게 있다가 밥 때가 되니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한 칸 내려와 맨날 거기서 먹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밥을 먹는다. 역시 대장 고양이는 어디가 달라도 달라~

낯설은 캣폴에 두 손만 걸치고 간식을 먹는 고양이

그런데 또 다른 고양이, 하도 뱅뱅 돌며 자리를 못잡아 하길래 옆집에 예쁜 이모가 만들어 보내준 수건을 발판에 깔고(카페트에서 새 물건 특유의 시큼한 냄새 - 유해물질이다. 베이킹 소다를 뿌려 박박 문지른 다음 청소기로 가루를 흡입하면 도움이 된다- 가 나서 아이들 입을 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게맛살을 놓아주니 손만 걸치고 서서 뇸뇸

허탈한 표정을 짓는 하얀 고양이

그리고는 두 번째 발판에 것도 먹으려니 어쩔 수 없이 첫째 칸에 올라와 아까와 같은 자세로 간식을 다 먹고는 "내가 지금 뭘 한 것이지?" 맥 빠진 표정을 짓는다.


경철 고양이가 이러는 것은 새 물건에 적응하는 당연한 순서이니 이 정도 올라왔으면 이번 캣폴 구입은 대성공이다. 환기를 팡팡 할 수 있는 늦은 봄 쯤에 하나 더 사주고 싶을 정도다.

자리를 옮겨 높아진 미니 캣타워를 즐기는 고양이

그리고 높은 곳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 대장 고양이에게는 미니 캣타워가 자리를 옮겨 새로운 전망대가 한꺼번에 두 개나 생긴 셈이니(이것도 안 보이지만 저 뒷쪽으로 책장에 단단히 묶었다) 여기 저기 올라가고 들락거리며 기분 좋아하는 것이 눈에 보여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다, 는 것을 두 녀석 모두의 행동에서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리고 집사도 오랜만에 기분이 좋으다 ^_______^


: 혹시 가격과 좌표 등을 알고 싶으신 분은 비밀댓글이나 오픈댓글이나 질문 남기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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