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철고양이,
늘 전하는대로 늘 이러고 어둠컴컴한 침대 밑에 자주 이러고 있다. 틀림없이 집사가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음이 분명한데...
그나마 바구니 안에라도 들어가 있으니 다행이다, 맨바닥에 누워 바구니에 기대 있는 꼴을 보면 그야말로 눈물이 철철~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나라 잃은 고양이 구하기)
"이거라도 갖고 놀래?" 간식 담은 병을 침대 밑으로 밀어넣어 본다.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하다가도
이내 집사를 보며 "니 또 무슨 짓 할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 집사, 시선회피...
"그렇다면 함 놀아볼까?" 내 고양이 예쁜 손! 간식을 꺼낼 때는 뭐가 그리 바쁜지 (나름 사냥놀이라 생각해서 그러는 모양) 타다닥! 바쁜 손놀림을 한다
이제는 한 방에 안 주먹씩 쓸어내는 기술쯤은 누워서 떡 먹기다.
그렇게 애피타이저로 겨우 입맛을 돋워 놓으면 나와서 건사료도 먹고 습사료도 먹고
고양이 세수도 하고 (그런데 곰팡이 균이라는 것이 그리도 떼기 어려운 것인지 어제는 좀 과하게 귀를 닦길래 남은 소독약으로 닦을 수 있는 만큼 닦아 줬더니 예전 귀지와 같은 색으로 노란 것이 좀 묻어 나왔다 - 다시 병원 옆에 사는 분을 급파 해야할지 좀 더 두고 봐도 될지 고민과 불안에 휩싸인다. 두고 보다가 병을 키운 꼴이었는데 100일 동안 먹은 약을 또 먹자 하기도 아이한테 할 짓이 아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속은 또 얼마나 힘들 것이며...)
다시 우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몇 발자국 걸어서
냄새까지 맡아가며 열심히 스크래칭도 하고 - 예사로운 듯 기분 좋은 고양이가 할 만한 행동은 다 하면서
이번에는 제일 가까운 의자 밑에 들어가 쌩하니 집사를 외면하고 앉았다. 이 아이가 투병생활을 하고 긴 후유증에 시달리게 만든 것, 다 내 탓인 건 알지만 언제쯤이나 지붕 없는 곳에 예사로 나와 앉을까 집사 마음은 타들어간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이렇게 해서 우울증의 늪에 곧장 빠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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