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는 넥카라만 풀어주면 언제나 굶주렸다는 듯이 달려가 밥을 잔뜩 먹고 물도 찹찹 많이 마신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었다.
이 날도 넥카라를 풀자 마자 달려가 밥과 물을 잔뜩 먹고 마시고
돌아서는 아이에게 "아이, 잘 했다 내 새끼~" 했는데 (고양이가 물을 찹찹 꿀꺽꿀꺽 마셔주는 것이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 일인지 정말로 집사들만 알것이다 - 고양이는 수분섭취 부족으로 신장, 방광 관련 병이 많기 때문에)
이 꼴을 가만히 지켜보던 철수 고양이, 정작 칭찬을 받은 넘은 들리지를 않아 그런 것도 모르고 있는데, 집사 말이라면 좀 긴 문장까지 다 알아듣는 철수 귀에 그 칭찬이 들려버렸으니, 집사도 주책이지...
냅다 달려가 넥카라를 하지 않은 목덜미를 꽉 잡고는 물고 늘어진다. 그게 또 하필 아픈 귀 쪽이라
"철수야앗!"
집사의 쇳된 소리가 작렬하자 그 기세에 금새 이 녀석은 기가 죽어버린 표정으로 제 동생을 놓아줬는데
집사의 고함소리조차 못 듣는 이 난청 고양이는 저대로 엉아가 무서워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저런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아이고, 내 팔자야~"며 세상 서러운 표정으로 저렇게 바구니를 부여잡고 기운 없이 늘어진다 - 나라를 잃으면 저런 서러운 표정이 나오려나? 그런데 이 고양이, 넥카라 없이 저렇게 침대 밑에 혼자 있으면 곤란하다. 제 아픈 귀를 긁기라도 하는 날에는 석 달 고생 나무아미타불이 된다.
이 녀석을 침대 밑에서 나오게 할 묘책이 있어야 한다... 보이는가, 눈이 살짝 떠졌다
일 초도 안 돼서 "아니, 그건?!"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 너 방금 전까지 나라 잃은 표정으로 늘어져 있지 않았니?
그래도 엉아의 무시무시한 공격이 아직 마음에 걸리는가 "아니, 그건?!" 했던 표정에 비해서는 발걸음이 영 조심스럽다. 하지만 코 앞에 있는 걸 맛있게도 얌냠~
이제 아주 밖으로 나와야 넥카라를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바깥 쪽으로 간식을 놓아주니 배를 바닥에 찰싹 붙이고 고개만 쭈욱~ 내밀어 낚시를 시도한다
그랴, 잃어버린 나라도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구하러 나오면 되는 것이야~
드디어 간식이 가는 길을 따라 고개 침대 밖으로 쑤욱 나왔다. 드디어 구했다, 나라 잃은 고양이! 이 후의 경철 고양이 운명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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