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진지한 철수 고양이의 표정,
우리는 지금 간식 사냥놀이 중이다. 이렇게 편히 앉아서 손짓만 휘휘 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그렇지, 이렇게 일어서서 두 손으로 "주세요, 주세효오~" 해야 하는 거~
사진으로 보이는 장면이야 몇 안 되지만 안 찍힌 고군분투가 오죽 했으랴, 눈이 다 때꾼해졌다
그렇게 힘겹게 손톱 사이로 겨우 걸어 낚아채기를 서너 차례,
어느 순간 누가 스위치를 누르기나 한듯이 일시에 "뚱..."
"까까, 까까야~ 안 먹어?" 철수와 간식 사냥놀이를 하다보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한 번 두 발로 섰을 때 성공 못하는 일이 거듭되면 자존심이 상하는지 체력이 달리는건지.
이제 거꾸로 약이 오른 집사가 손만 뻗으면 닿을만한 높이로 흔들어 줘도 의식적으로 먼 산... 때가 왔다는 신호다. 병에 넣어서 자율적으로 꺼내 먹게 하면 아직 한참 더 먹어야 하는 양인데 워낙 안 주고 약을 올리니 "더러바서 안 먹는다!" 이런 모양새가 돼 버린 것이다
급기야는 간식을 외면하고 훌쩍 뛰어내려 등을 보이길래 집사도 약이 올라 아이 등덜미에 간식을 척 걸쳐놨더니
웬만하면 고개 돌려 먹을만도, 그것도 아니면 털어내려고도 하지 않겠는가, 잠시 "이 머꼬?" 하듯 멈칫하는 사이 저만치 앉았는 동생이 눈에 띈다
"오냐 너 잘 걸렸다, 이 형님 간식 맛 함 볼래?"
"아니 아니, 오지 마세요. 나는 간식 마이 무써요~" 동생이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도 소용없다. 집사 때문에 약 오르고 자존심 상한 분풀이를 동생에게라도 해야겠다는듯 결연히 발걸음을 옮기지만
채 한 걸음도 가까워지기 전에 약삭빠른 동생은 밥그릇으로 달려가 얼굴을 완전히 파묻고 있다 - 내가 전에 얘기 했지, 밥 먹는 고양이는 하늘이 무너져도 서로 안 건드린다고!
"저 넘한테 분풀이 하기도 글렀고, 이걸 우짜면 좋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몸을 한 번 푸다닥 털면 된다는 머리는 안 돌아가는 것일까 힘겹게 목을 꺾어 제 입으로 간식을 털어내고야 만다 - 사실 사진 편집을 여기까지 했기 때문에 이 다음에는 어땠더라, 안 먹을 때도 많기 때문에 새삼스레 사진번호 맞춰 찾아보니
고양이 삼신,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맛은 있는 모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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