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보니

우리집 고양이 형제에게는 밥 위에 얹어주지 않으면 밥맛을 곧바로 잃게 만드는 "절대간식"이 있다. 하지만 지난 달에는 끝내 경철의 석션, 수술 등으로 목돈이 나가는 바람에 아이들 절대간식이 똑 떨어진 것이 열흘 남짓, 더 이상은 간식없이 밥상을 차려드릴 수 없겠다는 절박감에 집사는 "잔고를 톡톡 털더라도!"라고 마음을 먹게 된다

고양이 형제 새로운 간식이 도착했다

같은 종류로 좀 더 저렴한 것이 있을까, TV에 수의사 쌤들이 갖고 나오시는 건 좀 다르던데 등등의 생각을 하며 가장 신뢰가 가고 기존 것보다는 저렴한 제품으로 골라 일단 아이들이 공히 좋아하는 오리고기를 주문 했는데 따라온 샘플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

간식포장지를 핥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는 빠닥 종이로 된 포장지에 더 관심이 있고 경철 고양이는 아무 냄새가 안 나니 심드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갑자기 예리한 눈빛을 보이는 하얀 고양이

집사가 뜯어주는 샘플 뽀시래기를 마지못해 줏어먹다가 "헉! 저건 뭐지?" 순식간에 표정이 변한다

고양이가 생선을 보자 일어난 일

"아, 이 냄새는~~"

"이리 내라, 이리 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생선을 낚아챈 하얀 고양이

이것이 집사가 잡을 수 있었던 바로 다음 장면이다. - 보통은 철수도 함께 탐색을 하고 냄새도 맡고 그럴 시간이 있는 것이 새 간식을 소개할 때의 순서인데 이건 뭐 냄새고 나발이고 전광석화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 할 정도로 빠르게 저 간식을 물고 달아난 경철 고양이

이런 것이 진짜 도둑 고양이의 얼굴

하도 기가 막혀 이 장면을 확대 해보니 그림책 등에서 흔히 보던 영락없는 도둑 고양이 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형국이라~

생선을 물고 도망가려는 하얀 고양이

그렇게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물고는 안절

생선을 물고 다른 곳으로 가려다 다시 돌아서는 하얀 고양이

부절 - 고양이가 이러는 것은 안락한 자신만의 장소에서 사냥한 것을 즐기고 싶은데 주변에 무엇이 자꾸 따라 붙으니 어디로 갈까 나름 대단히 빠르게 머리 속으로 장소를 물색하는 중인 것이다. 

입에 생선을 물고 어디로 달아날지 고민 중인 고양이

제 형인 철수 고양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집사는 저 먹을 것 뺏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도 저 본능은 사라지지를 않는다. 물론 그래서 백 배 천 배 더 귀여운 것이지만

생선을 물고 앉는 하얀 고양이

결국 자리 잡은 곳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 바구니

사냥한 생선을 바닥에 놓고 들여다 보는 고양이

오래 꽉 물고 있어 입이 아파서였을까 아니면 제가 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자는 생각이었을까, 잠시 내려놓고 들여다보는데 뒤에서 철수가 "무슨 일이야?"며 다가오는 기색이 느껴지자

바닥에 놓았던 생선을 다시 입에 무는 고양이

다시 덥썩 입에 물다가

생선을 뺏기기 전에 빨리 먹어치우려는 하얀 고양이

얼마나 급히 물었는지 생선 머리만 간신히 입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 저 뒤에 희미하게 잡힌 철수의 모습이 이럴 때는 어찌 순진무구해 보이는지~

생선을 입에 물고 있는 고양이 모습

이것도 같은 장면 확대

형 고양이를 피해 생선을 물고 도망갈 장소를 물색하는 하얀 고양이

그래도 집사가 아닌 제 형이 다가오니 도저히 안 되겠던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물고도 절대로 놓치지 않고 휙휙 방향을 바꿔가며 피하다가  - 

생선을 물고 돌아다니는 동생을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는 철수 고양이

사실 철수는 남의 밥그릇 뺏는 짓은 하지 않는데다 생선은 그리 즐기지도 않기 때문에 이 쯤에서 빠져주는데 그걸 아직도 모르는 저 넘의 하얀 도둑 고양이. "쟤 왜 저래?" 하는 철수 표정 봐라, 뺏겠나?

생선을 먹기 시작하는 하얀 고양이

철수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안심한 생선 지키는 하얀 고양이, 바구니에 돌아앉아

고양이가 생선을 맛있게 먹는다

와사삭~ 한 입을 깨무는데 노란 것이 가루처럼 후두둑 떨어진다 - 돋보기 안 쓴 집사 눈에는 저것이 생선 살인지 이물질인지 알 수가 없어 순간적으로 불안한데

생선에서 노랗게 쏟아져 나온 알을 내려다 보는 고양이

"엄마야, 이기 머꼬?" 집사도 고양이도 놀라자빠질 지경 - 한 방에 생선의 2/3를 아그작아그작 씹어먹고 저절로 바닥에 떨어진 생선 꽁지를 들여다 보는 고양이와 "저렇게 작은 생선에 이렇게 많은 알이?" 하는 집사

고양이는 아까운 알만 남기고 생선을 다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남은 꼬리지느러미

이 장면의 빨간 동그라미는 고무줄이 아니고 경철 고양이가 먹고 남긴 생선 꼬리지느러미를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저 아까운 생선알... 그런데 경철 고양이는 작은 건 절대 안 먹는다. 저렇게 노오란 알을 내려다 보며 아쉬운듯 두어 번 킁킁 하더니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새로운 간식을 맛보는 고양이

이 난리를 치는 동안 포장지만 쭙쭙하고 있던 철수 고양이에게 새로운 닭가슴살을 놓아주니 가장 작은 것으로 골라 딱 두 조각 먹고는

새로운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고양이

"이 음식 나는 별로일세~" (원래 이 고양이 형제가 먹던 것은 찌지 않고 동결건조한 것이고 이건 한 번 찐 것이라 고양이 입장에서는 맛이 많이 다를 것이긴 하다. 손으로 만져봐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랴... 저렴한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던 속 얕은 집사, 열빙어 샘플 하나만 건지고 나머지는 다 실패하고 정말로 통장과 간식 사이의 끝자리까지 맞춰가며 철수의 옛간식을 다시 주문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 날이다 ^^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