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 몸과 마음 모두에 남은 상처

며칠 전에도 이 비슷한 사진을 올렸었다. 그런데 요즘은 경철 고양이의 다른 모습은 거의 찍기가 어렵다. 이러고 있지 않으면 밥을 먹거나... 보일러를 돌리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며칠 전에 댔었지만([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방구들에 엑스레이 찍는다냥~)

몸의 반은 침대 아래에 숨기고 세상 구경을 하는 고양이

(2019. 11. 06 오전 9시 38분 촬영 - 굳이 촬영 시간을 적는 이유는 이 아이가 얼마나 자주, 오래 이러고 있는지 객관화 시키려는 뜻이다.) 방바닥이 따뜻하다는 이유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보일러 열선이 거기만 깔려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침대 아래에서 나오지 않는 고양이

침대 밑에서 나오기도 무섭고(또 목을 조르거나 약을 먹이거나 소독을 할까봐)

침대 아래에서 미동도 없이 집사를 올려다 보눈 고양이

같은 날 밤 11시 6분 - 이건 집사가 서서 찍은 것, 아래는 집사가 약간 자세를 낮춰 찍은 것인데 몇 컷을 찍을 동안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미동도 없음

침대 밑에서 빼꼼 내다보는 고양이

아예 쑥 들어가 있자니 세상은 궁금하고 나오자니 또 스트레스 받을 일 생길 것 같은 모양인지 일상이다시피 이렇게 있다가 무심코 지나가는 내 발길에 채이거나 밟힐 뻔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닌데

몸의 반은 침대 아래 반은 밖으로 내놓고 잠 자는 고양이

첫 사진에서 이틀이 지난 2019년 11월 8일 오후 1시 20분 : 몸을 조금 더 내놓으면 밟히거나 채일 위험이 낮아진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픈 귀 쪽을 바닥에 대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그 귀를 바닥에 두고 자니. 아직 완치가 됐는지 어쨌는지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시기인데 방바닥에 있는 균이라도 들어가면 어쩌려고...

몸의 반은 침대 아래 반은 밖으로 내놓은 고양이

그렇다고 사람 아이처럼 돌려눕혀 토닥여 준다고 통할 것도 아니고... 한숨 쉬는 집사의 기색을 알아차리고 반짝 눈을 뜬다

잠에서 깨 사람을 올려다보는 하얀 고양이

"엄니 왜 그래요?"

생각에 빠진 듯한 고양이 표정

"네가 침대 밑에서 안 나오고 맨날 그러고 있으니 걱정인거지..."

"그럼 내가 잘못하는 거?" 뭔가 제법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이다

의아한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그런데 내가 침대 밑에 있건 말건 그게 무슨 문제지?"

누운 자세로 하품을 하는 고양이

"후아아~ 품" 저 누래진 이빨 때문에 양치질을 다시 시작한 때문일까, 그렇다면 3달 열흘이나 소염제, 항생제를 달고 살았으니 당분간 구내염 따위 생길 일 없다고 억지를 부리며 좀 쉬어줄까... 집사 마음이 여간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양치질도 철수보다는 경철이가 훨씬 더 거부하는 편이었는데 말이다.

누운채로 입맛을 다시며 사람을 올려다보는 고양이

"나는 이게 무슨 문제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쩝!"

누운채로 머리를 흔드는 고양이

"인간이란~ 절레절레~"

깜짝 놀란 눈을 한 고양이 표정

제 동생 저러는 모습이 철수 고양이 눈에도 이리 이상한데 본묘만 모르겠는 모양이다

고양이 목에 선명히 남은 넥카라 자국

11월 10일 오전 7시 56분 - 아직도 목 졸린 자국이 이리 선명해서 이 상처가 가실 때까지는 마음의 상처도 가시지 않으려나. 이 자국은 아침마다 눈꼽빗으로 빗어도 빗어도 되살아나기만 해서 우리 세 식구에게 지난 3달 하고 열흘 (7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간 새겨진 투병의 흔적이 이 목과

내 불쌍한 고양이의 찌그러져 힘 없이 누운 귀

찌그러져 힘 없이 누운 귀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만 같다. 그래, 양치질 하지 말자 목 졸린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집사가 인간 입장만 생각하는 미련퉁이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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