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형제가 좋아하는 간식을 집사 나름으로는 머리를 써 아이들 운동 시킨답시고
이렇게 낚시대에 꿰 약을 올리다가 철수가 모욕감을 느끼고 반항하는 바람에 집사가 개당황 했던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었다.
모욕적인 방법으로 약 올린 걸 반성하는 집사, 이 번에는 작은 플라스틱 통에 간식을 넣어 자율적으로, 그러나 최소한의 노동과 고민을 통해 먹을 것을 획득하게 하는 나름 묘책을 생각해 냈었다. 과연 아이들이 모욕감을 느끼지도 싫증을 느끼지도 않고 먹고 싶으며 빈통을 툭툭 차고 던져 가면서 간식을 요구할 줄 알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며칠 지나며 관찰해보니 저건 야아들에게 너무나 일도 아닌 일이야, 손만 살짝 뻗으면 간식이 손에 잡히니 원...
그래서 어쩌면 좀 더 노동을 시킬까 고민 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1500ml 짜리 유리병, 이것이 어림짐작해보니 눕혀 놓으면 아이들이 팔을 한껏 뻗어야 겨우 바닥에 손이 닿을 길이였기에 선택, 간식을 넣어주니 두 녀석 모두 잠시 살피다가 뭔가 애절한 표정으로 집사를 돌아본다.
"알기는 하겠는데 원래 네가 꺼내주는 거 아니었어?"
"아니, 난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느들이 꺼내 먹어라"
그러고도 두 녀석 모두 한참을 병 똥꼬를 바각바각 긁거나 입구에 코를 대고도 꺼낼 줄은 모르고 시간을 보내길래 잘 난 집사가 나서 "일케일케 하는거야"라며 꺼내는 모습을 보여주니
배우는 건 언제나 철수가 살짝 더 빨라 단번에 냠~. 앞에서 바라보던 하얀 고양이도 지금쯤 뭔가를 깨달은 표정이 된다.
"아하, 저 쪽으로 가면 되는 거였어?"
경철군, 깨달음에 따라 빙~ 돌아서 드디어 입구에 주둥이를 들이대니 금새 한 입 해 아직도 목 마른 철수고양이가 가만 있겠나, "이 짜슥이 어딜?!" 하며 손을 들어올린다. 결국 경철군 정수리 한 대 맞고 깜짝 놀라 물러섰는데 집사, 그 꼴은 또 견딜 수가 없다.
병 주둥이를 경철이 쪽으로 슬쩍 돌려주니 지체없이 배움을 실전에 응용한다. 기특한 거엇!
경철군, 먹는 거라면 세상 누구보다 열심인데 하물며 방법을 터득했으니 가히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 했는데
철수도 고양이 삼신인데 어찌 먹고 싶지 않으랴, 저도 한 입 해보겠다고 고개를 슬쩍 디밀어보니 이 동생이란 넘이 가차없이 솜방망이를 휘두른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전세역전.
철수 고양이의 민망하고도 서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표정... 집사, 저 꼴도 도저히 그 냥 볼 수가 없다. 저 잘 난 간식 때문에 벌써 한 주먹씩 주고 받았으니 이대로는 아이들 사이만 나빠질 것 같다.
고양이가 진화하면 집사도 진화한다, 똑 같은 유리병을 하나 더 가져와 간식을 공평하게 나눠 담고 두 녀석에게 한 주둥이씩 밀어주니
"우짜라고?"
병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인데 이 고양이 형제는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놓인듯 어리둥절해 한다.
"아, 이케이케 꺼내 먹으라고오~"
집사는 병을 톡톡 두드려 보인 후 꺼내는 시늉을 각 묘에게 다시 한 번씩 시전한다
됐다 이제, 간식병 하나 두고 두 녀석이 치고 박고 싸우는 일 없겠네~ 그런데 문제는 이 녀석들 머리가 나쁜가, 유리병으로 바꿔 준 후에는 병 주둥이가 돌아가면 그걸 다시 제 쪽으로 돌려 꺼내 먹을 줄을 모르고 즈들 몸을 움직여 빙빙 돌아가며 간식을 꺼내 먹는다는 것. 집사는 고양이 손으로 돌리기에는 병이 무거워서 그렇다고 애 써 위로를 하지만 아무래도 좀 의심스러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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