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휘뚜루마뚜루 만들었던 치즈케이크를 언니에게 보냈더니 마침 같이 있던 친구들과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웠다고! 아, 그람 내가 요구르트 케이크도 만들어 주꾸마~ 해서 선무당이 또 케이크 만들기에 나섰다.
머랭도 빠닥빠닥 매끌매끌 잘 만들어지고
재료들 이리 섞고 저리 섞고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디서 '찹찹' 소리가 들린다. 퍼떡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 새 경철 고양이가 머랭 만들 계란 흰자 담았던 그릇을 찹찹 핥고 있었다. 엄마야! 내가 미친대이~~ 얼마나 마음이 바빠서 아그 얼굴이 들어있는 그릇을 휘릭! 거의 폭력적으로 빼냈다.
[계란 흰자를 고양이가 먹으면]
난백의 단백질에는 아비딘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 고양이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소인 비오틴의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인데다 또한 단백질 분해 소화효소인 트립신 저하제가 들어있어 단백질의 소화를 방해하여 고양이가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인데...
그릇 벽에 겨우 남아 있는 거 겨우 두 번 할짝거렸기 때문에 괜찮겠지, 나는 금새 잊어버리고 케이크 만들기를 계속했다
잘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럴 때는 근사해 보여도 다 구워 식히면 푹 꺼지기 전에 미리 사진 한 장 찍어두고 마저 익는 동안 청소를 하는데 갑자기 청소기 뒤에서 우꾹우꾹 꾸엑~ 한다. 생전 구토 같은 거 잘 하지 않는 경철이가 구토를 한 것인데 에이c, 걱정 반 짜증 반 치우고 나니 다시 저 쪽으로 가서 꾸엑~~ 또 치우니 또 꾸엑~ 하기를 6번.
그래놓고는 멀쩡히 "왜애?" 한다. 토 하기 전에 연어 트릿을 유리병에서 꺼내 꾸역꾸역 먹더니 그게 걸린걸까 싶어 얼른 손 안 닿는 데로 치워버리고 지켜보기 시작했는데 청소하는 동안 이불 위에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이불도 청소하자고 건드리니 영 마뜩잖은 표정으로 책상 위에 또아리를 틀고 집사를 건너다 본다.
어느 새 케이크가 다 익어 오븐에서 꺼내다가 문득 들어오는 불, "아, 계란 흰자 때문이었어!"
경철이 핥은 양이 정말 얼마 안 돼서 그것이 원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이 사이즈를 생각하니 적은 양이 아니기도 했겠다는 깨달음... 평소에는 먹으면 안 되는 것 자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기도 했거니와 빈 그릇을 핥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바 내 경계가 허술 했던 것이다.
이 잘난 걸 만들다가 아까운 내 시키 잡을 뻔 했드아, 하아... 케이크 굽거나 계란요리 하실 때 집사님들, 이런 일도 있으니 늘 경계 하시길~
사실 이 잘 난 케이크를 오늘의 소재로 삼으려 했는데 경철 고양이 때문에 식겁해서 마 돼써요 싶다. 경철군은 그렇게 잠시 진정 하더니 다시 밥 달라고 지롤지롤해서 한시름 놨다.
[집사는 혼비백산, 고양이는 저 혼자 즐거움]
철수는 집사가 바빠 보이면 혼자 이렇게 놀이거리를 만들어 잘 노는데 저 뚱띵이 시키는 늘 집사 껌딱지라 오히려 사고가 나고 만 아이러니를 겪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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