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철 고양이는 식성이 좋은 반면 철수 고양이보다 자주 컨디션 난조에 빠진다.
이유는 난청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아기 때부터 유난히 귀지가 많아 병원에까지 갈 정도였는데 병이 아니라 개체의 특성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가려움증에 점점 더 예민해져 밥맛까지 잃어버린다는 것인데,
세 식구 중 단연 으뜸의 식신이 가장 맛있어 하는 아침밥을 마다할 정도였다.
그렇게 기분이 다운 되어 왔다갔다 안정을 못하는 제 동생을 철수 고양이가 무엇인가 담겨 있는듯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스윽~ 기운 없이 돌아서는 동생을 고개를 빼가면서 쳐다보는 것이 이만저만 걱정스런 눈빛이 아니다.
캣닢 쿠션에 발길질을 하다가도 제 동생이 움직이면 동작 그만, 동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아~"고 캣닢쿠션을 껴안고 뒹굴다가
제 동생의 분위기가 여늬 때와 너무 다른 것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지 게게 풀린 눈빛을 하고서도 경철 고양이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쟤 또 왜 저래..." 급기야는 캣닢쿠션 발길질을 포기하고 두 손으로 깔고 엎드려 동생의 일거수일투족에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다.
찰수 고양이도 이 날은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경철이 컨디션 난조를 겪을 때마다 철수의 행동도 이렇게 묘하게 달라진다.
애처로운 경철 고양이의 뒷통수... 귀지를 한 번 털어낼 때가 되면 다 빠질 때까지 종일이 가도록 밥도 먹지 않으니 두어달에 한 번씩 이런 날이 오면 집사도 노심초사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이 날도 저녁 무렵에 거짓말 좀 보태서 10원짜리 동전 만한 귀지 2개를 털어냈다.
고양이들도 눈만 마주치면 치고박고 쫓고 쫓기며 쌈박질을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컨디션이 예사롭지 않으면 같이 기분이 다운 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경험 할 때마다 웬만한 사람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 한 줌도 안 되는 것들의 마음이 애처롭기도 기특하기도 해서 묘하게 가슴이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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