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서 아이들에게 창문은 열어줘야겠고 맞은편 집에서 내 집을 들여다 보는 건 싫고 - 더 정확하게는 내가 움직이는 걸 보는 게 싫어 커튼을 벽쪽으로 단정히 붙여 열지 않고 아이들 바구니 앞쪽으로 걸쳐 열어
이렇게 (커텐 뒷쪽에 앉아 밖을 향해 있는 철수)아이들은 밖을 보면서도 텐트 안에 들어앉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요즘인데,
생각지도 못 했던 또 하나의 효과, 한쪽 끝만 간신히 바구니에 걸쳐진 커튼의 가파른 끝을 바구니보다 더 포근한 둥지로 삼은 녀석이 있었으니~
"놔~ 철수야, 니 좁은 데서 그러다 굴러 떨어진다이~?"
"안 좁다, 봐라 딱 맞지!" 엉덩이를 비비적대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며 자리 충분하다고 우겨대니 저 표정만 봐도 괭이고집이 아니라 황소고집이다. 어쩌면 이 녀석은 살짝 가파르며 동시에 살짝 팽팽한, 해먹 느낌의 둥지가 좋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아이나 커튼이나 모두 위태로워 보여 번쩍 안아내리고 커튼을 완전히 펼쳐 장막처럼 드리우니 이제는 하던대로 커튼 뒤로 뛰어들겠지... 그러나, 저렇게 무턱대고 커튼 위로 뛰어오르면 저절로 약간의 앉을 만한 공간이 생긴다는 건 어찌 알았을까?
"아이, 야아야~ 아까보다 더 좁잖아. 저 봐라, 좁아서 인제 다리 한 쪽 흐를끼이다!" 표정으로 해석 하건데는 괜히 잘 앉아 있는 걸 인간이 괜히 들어내리고 커텐 다시 치고 지롤을 떨어 명당자리 없어져 심술이 난? "흥! 머라카노? 안 좁다, 안 흐른다!"며 다리에 힘 빳빳이 주고 버티다가
스르르~~ 띠요옹~ 그럼 그렇지, 니 다리가 아무리 가벼워도 들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지! "거 봐라, 내 흐른다 캤재?" "헉! 내가 그리도 애를 썼건만. 이 현실을 차라리 외면 하고 싶고마이..."
"봐라, 봐라, 다 올라왔지. 안 좁다 카이~" 민망함에 요리조리 자세를 바꿔가며 고집을 부려쌌는 똥괭이
"인제 됐따! 내 안 좁다 캤재???"며 늙은 집사에게 사나운 표정 짓는 저 모양새 좀 보소!
그러다 밤이 되면 두 녀석이 나란히 나를 잘 감시하며 잘 수 있도록 (꼭 내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잔다, 두 녀석 모두) 커튼을 바구니 뒤로 모아 넣는데... 그런다고 철수 고양이가 아슬아슬 팽팽한 해먹의 즐거움을 포기 하겠는가!
개구짐 100만 근은 얼굴에 실은 철수 고양이, "어이, 동생 노올~자~" 얌전하고 차가운 동생, 별 반응이 없자
"경쩌라~ 오로로~ 까꿍!" 이누마, 그래 봤자다. 소 귀에 아니, 경철이 귀에 경 읽기여! - 그런데 내 생각에는 설사 경철이 귀가 정상이었다 하더라도 저런 반응이었을 것 같다 -
뻘쭘 무안해져 미어캣처럼 고개를 쭈욱 빼고 동생의 눈치를 살피다
소심히 "어이 동상... 노..올자..?"며 찌끔 용기를 더 내서 동생의 터래기를 추릅~ 보고 있는 집사는 저렇게 터래기를 거꾸로 잡아 당기다가 인제 싸다구 맞지... 조마조마
아니나달라, "어어, 이 시키 봐라! 좀 놀자 그는데 그렇게까지 나올 꺼 있어?" 하지만!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하악질과 동시에 싸다구 한 판 지나가고
"으으~ 고독한 싸나이 일생..." 약삭빠른 경철 고양이 싸다구 한 대 맞은 철수 고양이가 제대로 열 받은 듯 보이자 이미 휘리릭 날아 방의 반대편 끝으로 달아나 한참을 등 돌리고 컴컴한 바깥만 내다보고 있다가
"끄응~ 인제는 쫌 자도 되겠재..."며 즈 엉아 옆에 빈바구니로 가 자리를 잡은 하얀 고양이 - 경철아, 니한테는 엉아의 개구짐이 괴롭겠지만 이 집사는 하루라도 저 예쁜 짓을 못 보면 온 몸에 가시가 돋는 거 같구마이~ 이렇게 커텐 하나만으로도 오만 즐거움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기발한 모습을 보며 또한 사람은 배우게 되지 "그래, 즐겁게 사는 데는 그리 대단한 것이 필요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