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적부터 고양이 형제에게 캣그라스 길러 줘야지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는데 얼마 전 이웃집 가초남매네에서 캣그라스를 길러 줬더니 잘 먹는다고 송글송글 물기 머금은 캣그라스 사진을 올리셔서 자극 받은 참에 나도 후딱! 씨앗을 주문해
이렇게 길러 고양이 형제 코 앞에 대령 했더니 딱 한 번 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몇날이고 며칠이고 거들떠도 안 본다. 철수는 늘 변비기가 있어 좀 먹어주면 좋으련만 창가로 바구니 옆으로 즈들 가는 데마다 들고 따라다니며 놓아줘도 전혀 관심 밖이다
강아지풀은 한 자리에서 두 대궁이도 먹어치우는 철수도 거들떠도 안 보는 캣그라스를 경철 고양이인들 거들떠 보겠는가 - 저 못마땅해 하는 눈꼴 좀 보씨오!
결국 이렇게 척척 늘어지도록 아이들의 관심을 못 받고 자리만 이리저리 옮겨 다닌 처량한 캣그라스 - 저걸 우짜지, 유기농으로 골라골라 샀는데 아깝구로... 그러다 문득 그래 '캣그라스'말고 '귀리싹'이라 이름 붙이고 먹어버리자! 싶어졌다
귀리싹은 일단 섬유질이 풍부해 장건강에 좋고 베타글루칸도 잔뜩 들어 있고 소염, 항염 효과 등 사람 몸에도 무척이나 좋은데다 귀리라는 곡식은 10대 수퍼푸드에 들어가는 위대한 먹거리니 고양이들이 안 드시겠다면 이 무수리라도 먹어야재~ 더구나 생식능력을 상실한 소가 귀리싹을 먹고는 다시 생식능력이 생겼다는 거짓말 같은 효능까지 갖췄으니! (내가 남자가 아닌 것이 한이네라~)
그러고도 한 이틀, 밥 먹을 일도 국수 먹을 일도 없어 더 늘어지게 내버려 뒀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던 일요일, 이렇게 잘라 준비부터 해놓고 마트로 뛰어가 오뚜기 쫄면?을 마련, 시키는 대로 장만해서
매 끼 청량고추를 먹어야할 만큼 매운 걸 좋아하는 나는 고추 양파도 송송 썰어넣고 귀리싹 잔뜩! 면보다 귀리싹이 훨씬 더 많지만 나는 또 밥보다 반찬, 늘 사이드 디시를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이라 이것도 취향에 딱 맞았다. 맛 있었냐고요? - 생긴 것이야 부추와도 무척 닮았지만 맛은 뭐 싱겁다고나 할까 약간 시금털털~ 맛 있지도 맛 없지도, 그냥 먹을만 했는데 좋았던 것은 매 번 버리려고 길렀냐? 소리가 나올만치 허무했던 캣그라스 기르기가 이번 만큼은 허무하지 않았던 것이라고나 할까 ^^ - 남은 씨앗도 이렇게 길러 먹어 없애야겠다 생각하는데 그 때는 생채로 무치거나 전으로 부쳐 먹어도 좋겠다 싶으다. 그러나 혹 이렇게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집사님 계시면 이렇게 오래 기르지 마시고 척척 늘어지기 전에 잘라 드시길 당부합니다, 늘어지면 질겨집디다
그리고 싸는 것! ㅋㅋ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생긴 것 만큼이나 성격도 식성도 다른데 용변 보는 자세도 다르고 심지어는 배설물 모양마저도 전혀 다르다. 동그란 것이 경철 고양이 것인데 이 녀석은 지지배처럼 얌전히 모래에 거의 딱 붙어 앉아 소변을 보고 철수 고양이는 저것이 큰 일 보는 자센지 작은 일 보는 자센지 헛갈리도록 엉덩이를 들고 촤촤촤아~ 이렇게 뿜으면서 누는데 어찌나 멀리 뿜어대는지 사진에 길쭉한 건 그나마 대단히 짧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하도 길어서 삽으로 푸면 대부분 뚝 부러져 버린다.
대변 모양도 전혀 다른데 이거 게시 하기는 좀 그래서 생략 - 그런데 그게 뭐? 집사가 고양이 배설물의 모양을 봐서 누구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건강을 알려면 화장실을 잘 살피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 중에 하나여서 만일 문제가 있어보이는 배설물이 나타나면 이것이 누구 것인지 금새 알아차린다는 것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양이 집사가 먹는 것, 고양이 형제가 싸는 것 - 묘한 대비에 "아이고 내 팔자야~" 집사는 괭님들이 내치는 것 줏어먹고 똥이나 푸라고 있는 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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