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했거나 말거나 두 개의 숨숨집을 완성해 나란히 놓으면서 내심 꿈이라고 꾼 것이 두 녀석이 하나씩 숨숨집을 차지하고 들어가 나란히 빼꼼~ 창을 내다보는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두 녀석 관계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 그렇기 때문에 '꿈'이라고까지 생각했던 장면이다.
그런데!!! 나는 방안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한 녀석이 한 숨숨집을 차지하고 이렇게 나란히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못봤다.
경위야 어떻게 됐든 꿈만 꾸고 있던 장면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으로 연출되고 있었으니 집사로서는 "심 봤다!!!"
렌즈가 커다란 짐승의 눈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학자들의 분석이 있다시피 고양이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 그 기분이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철 고양이보다 자기표현이 더 많고 강한 철수 고양이는 노골적으로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던 중 경철 고양이가 사진을 피해 나오려는듯 슬쩍 손으로 창틀을 짚자 갑자기 그렇잖아도 심기가 불편한데 '이건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옆을 돌아본다. 그 작은 움직임이 180도의 각도에서 보인다는 게 인간에게는 신기하다.
철수 고양이는 제 동생이 바로 옆, 숨숨집에 나란히 들어앉아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그 새 잊어버린 것일까? ㅎㅎ
경철 고양이는 무슨 볼 일이 생겼는지 이제 그만 밖으로 나오고 싶어서 엉덩이를 들고 밖을 빼꼼 내다보다가 "엄마야!" 저 또한 안중에도 없던 형이 바로 옆에서 노려보듯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주저앉아버린다. 반면 철수는 "왜, 내가 뭐 어쨌게?" 하는 표정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었던 것이지?" 두 녀석 모두 얼굴에 물음표를 그리는 듯하다.
철수는 이미 관심을 놓았는데 밖으로 나오고 싶은 경철이는 자꾸만 너무 가까이 있는 형에게 눈길이 간다. 덩치는 형보다 훨씬 큰 녀석이 한 판 붙으면 기술적으로 대단히 달리는 편이기 때문에 제 형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면 늘 눈치를 심하게 보는 것이...
"띠뽕띠뽕"하며 나오기를 포기하고 다시 창틀 안에 갇힌 경철 고양이
혹시 경철이 속으로 욕하는 소리를 들었나? 시간 딱 맞춰 제 동생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던지는 철수 고양이.
철수가 그러니 경철이는 더 긴장해 눈치를 본다. 사실 경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면 철수도 아무 생각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경철의 이런 불안한 행동거지가 철수의 공격 본능을 자극할 때도 적지 않다.
이윽고 대장 고양이는 졸기 시작한다.
두 녀석 모두 졸기 시작한다.
방향을 바꿔 두 녀석을 잡아봤다. 고양이 형제를 찍을 때는 언제나 마음이 급해 (가만히 앉아 사진 찍혀 주는 기회가 잘 없으므로) 구도고 나발이고 무조건 셔터를 마구 누르고 본다.
한쪽 눈만 빼꼼 내놓고 눈치를 살피는 제 동생을 돌아보는 철수 고양이의 뒤통수~
"엄니, 이제 그만 하시져~?" 하듯 돌아보는 철수 고양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야, 너 글케 내다보고 있으니 메인 쿤이라는 품종 고양이하고 엄청 닮았구리~"
"품종 고양이 웃기고 있네, 나는 똥고양이라요!"
똥고양이라도 좋다, 아니 똥고양이라서 더 좋다. 그러니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 또 다른 새해가 오면서 집사는 언제나와 같은 소원을 빌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두 형제가 나란히 숨숨집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고 싶던 집사의 꿈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꿈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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