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통한 내 고양이가 창틀에 꽉 낑겨 버렸다

맨 처음에 만들었던 숨숨집이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아 2차에 걸쳐 리모델링이 끝난 후, 며칠이 지나도록 두 녀석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길래 실패인가, 거듭 의심과 낙심에 빠지다가

[숨숨집에 머리만 넣어 간식을 먹는 고양이 형제]

어느 놈이라도 제발 한 번 들어가 보라고 간식을 숨숨집에 넣어 유혹하니 역시 쓰레기 성분의 간식에는 두 녀석 모두에게 따로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각각 한 집씩 차지하고 간식을 먹기 시작하지만 쑥 들어가 자리 잡고 먹는 것은 아직(?) 하지 않는다.

[경철 고양이는 이미 간식을 다 먹고 떠나고 있다]

먹신인 경철 고양이는 이내 간식을 다 먹고 자리를 떠나고 (이 숨숨집은 워낙에 두 녀석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걱정도 없다) 철수 고양이만 리모델링한 곳에 꼬리만 남기고 몸이 다 들어가긴 했는데

[과자만 다 먹고 허탈한 표정으로 되돌아나오는 철수 고양이]

알고 보니 들어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과자 하나가 좀 안쪽으로 던져져 있어 그것 건져 먹으러 할 수 없이 들어갔던 모양인지 이내 "우이 씨, 과자 더 없어!" 표정으로 되돌아 나왔다.

[숨숨집 창틀에 꽉 끼인 경철 고양이]

그런데 그다음 날인가, 바구니를 짜다가 우연히 뭔가 허연 것이 눈에 띄어 시선을 들었더니 푸히힛! 어느새 이 하얀 뚱보 고양이가 2차 리모델링한 숨숨집에 들어가 창틀에 꼭 끼어 앉아 있는 것이었다.

[언제 어떤 모습을 찍어도 A컷인 경철 고양이] 

사실 고개를 조금만 뒤로 젖히면 꽉 끼이기까지 한 것이 아닌 게 확인되지만 (어따, 그 넘 정말 예쁘게도 생겼지럴~ ㅎㅎ)

[복슬복슬 포동포동 귀여운 내 고양이]

왜 때문인지도 모르게 집사가 피실피실 웃으며 자꾸만 셔터를 눌러대니 뭔가 계면쩍었던지 뭐 볼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슬며 시 눈길을 돌리는데 그것이 또한 집사 눈에는 모델컷이라~ 지끈들을 모두 풀어 풍성한 프릴 속에 파묻힌 오동포동한 모습이 유럽 고성의 좁은 창틀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공주처럼 어여쁘다.

[불편한 표정을 한 경철 고양이]

더구나 이 모습은 가슴털 두 손 얼굴 등이 묘하게 모아져 빠져나가고 싶어 몸을 뒤로 빼는데도 꽉 낑겨 옴짝달싹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숨숨집에 프릴이 너무 많아 좀 잘라낼까 했는데 그냥 두길 정말 잘했다, 저것이 풍성해 그렇잖아도 통통한 아이가 꽉 끼인 것처럼 보여 더 귀여운 것이려니~ ㅍㅎㅎ!

[오동통한 내 너구리]

딱 오동통 복슬복슬 말랑말랑한 경철 고양이 맞춤 숨숨집이다.

[지나친 사진질에 심기가 불편해진 내 고양이]

사진은 몇 장 안 올렸지만 어찌 많이 철컥거렸는지 (물론 경철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슬그머니 고개를 뒤로 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길래 사진 찍기를 그만뒀더니

[창틀에 걸친 두 손이 너무나 귀여운 경철 고양이]

그 후로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몇십 분을 넘게 졸고 앉았더라. 숨숨집, 2차 리모델링은 경철 고양이 꽉 끼우기로 대성공! 어느 녀석이건 저 속에 들어가 고개만 빼꼼 내밀면 무조건 A컷을 건지게 되리라는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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