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 하며 만들어줬던 두 번째 숨숨집은 두 고양이 형제 모두 대단히 애용 중이다. 사실 경철에게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많아서 많은 시간을 숨어서 지내기 때문에 만들어 주기로 했던 것인데
처음 며칠 동안은 새로운 물건에 별로 낯을 가리지 않는 철수 고양이가 몹시 애용 하더니
며칠이 지나니 경철 고양이가 이곳을 애용하기 시작해 그저께는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질투는 나의 힘! 제 형의 살벌한 대응에 슬슬 눈치를 보며 제 발로 걸어나와 집사는 이 또한 실패인가,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이 숨숨집은 거의 경철 고양이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고양이들이 이렇게 들어앉아 두 녀석 모두 같은 모습으로 밖을 내다보며 앉은 모습이 자주 포착 되는데 예사로 봐 넘기다가 이 장면을 찍으면서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느낌 "내가 창 밖의 여자가 된 것이야?"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경철이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방 안을 새삼스럽게 구경한다.
아아, 내가 창 밖에서 구경 당하고 있구나~ 이 장면에서 확실한 깨달음이 온다.
하지만 자고로 창 밖이라고 하면 새도 훨훨 날아다니고 바람도 쓩쓩 들어오고 해야 재미진 법이니 늙은 할매 하나가 내내 사진만 찍고 있으니 지겨운 모양인지 이내 졸기 시작한다. 하긴 이 모습도 진짜 창밖을 볼 때와 같은 행동이긴하다.
경철이 이 숨숨집을 얼마나 즐기는지 찰수, 제가 들어갈 기회를 기다리다 여의치 않자 한 바탕 도발을 한 후의 경철 고양이가 긴장해 내다보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철고양이는 며칠 전처럼 자진해서 이 장소를 양보할 마음이 없어보인다. 이리하여 경철 고양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침대 아래 상자를 버리고 새로운 숨숨집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창문 열기 어려운 계절이라 네모 프레임 안에서 창 밖을 내다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이유야 어쨌든 밖으로 나와 지내게 된 것이 너무나 고마운 상황이다. 하지만 졸지에 창 밖의 여자가 된 기분은 참으로 묘하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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