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고양이들은 생김새만큼이나 질투가 강한 동물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고양이들에게 질투심을 가질 만한 지능이 없어 기껏해야 영역다툼 정도라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천만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집에 고양이를 두지 않고 야생에서의 아이들만 학문적으로 연구했기 때문일 것이리라 짐작한다. 여기 질투심의 화신인 고양이가 있다.

[지끈 쓰레기 더미에 흥미를 보이는 경철 고양이]

두 번째 숨숨집을 완성했던 날, 경철은 끝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지러운 것에 유난히 흥미를 가지는 고양이 특성대로 지끈 앞에 앉아 저 혼자 뭔가를 탁탁 치며 잡는 시늉을 하길래 "아이고 예뻐라~"며 집사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집사 껌딱지 대장 고양이]

아뿔싸~ 언제 어디서건 집사가 엉덩이만 붙이고 앉으면 무릎을 파고들어야만 하는 철수 고양이가 "아이고 예뻐라~"를 들어버렸다.  "뭐라고라?"며 상황을 잠시 살피더니

[지끈 쓰레기 더미 위에 앉은 대장 고양이]

순식간에 장면이 이렇게 바뀌어버렸다. 우리의 대장 고양이는 다른 건 다 참아도 집사가 경철에게 관심 주는 것만은 절대로 못 참고 재미져 보이는 것을 경철이 차지하는 것도 절대로 못 본다. 그래서 그 좋아하는 집사 무릎을 버리고 총알처럼 튀어나간 것이다.

[서러운 표정의 경철 고양이]

오랜만에 좀 가지고 놀만한 걸 발견했는데 순식간에 쫓겨난 경철 고양이는 집사 코 밑으로 와 앉아 "엄니, 잉잉~" 하는 사람 막내의 행동을 그대로 한다. "아이고 내 시키~" 하며 안아주고 싶지만 이 녀석은 밤잠 잘 때 집사 품을 차지하는 외에는 절대로 안기지 않는다. (반면 철수는 밤에 한참 안겨 있다가 제가 불편하면 발치로 내려가서 혼자 잔다)

귀여운 고양이 형제

다음 날이다. 밖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들어오니 이런 장면이 눈에 딱! ㅎㅋㅋ 경철 고양이 드디어 들어갔구나~ 므흣한 마음도 잠시, 철수 고양이의 표정이 영 심상찮다. 내가 못 봐 모르겠지만 짐작컨데 경철 고양이는 아무 생각 없이 슬그머니 숨숨집으로 들어갔고 철수는 딴짓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경철이 그것을 차지하고 앉았으니 갑자기 저곳에 들어가고 싶어진 것이다.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의 고양이 형제]

이 비슷한 장면이 꽤 여러 컷 찍혔는데 철수도 경철이도 제법 오랫동안 서로의 간을 보면서 "나오니라, 내 꺼다!" 눈빛으로 말하는 질투쟁이와  "싫다, 이게 왜 니 꺼고? 안 나갈란다" 턱을 치켜들고 이마를 찡그리며 버티는 소심쟁이의 모습이 이 조용한 대치의 마지막 장면이다.

[불꽃이 튀는 고양이 형제의 눈맞춤]

드디어 철수가 벌떡 일어나 경철에게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릴 듯 위협적으로 다가섰다가 불꽃 튀는 몇 초 동안의 눈 맞춤을 하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아서서 숨숨집에서 멀어진다. 뭐지? 그런데 경철 고양이의 표정을 보니 여간 낭패가 아니라는 듯 보인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엇이 오간 것일까? 심술쟁이 형이 돌아서면 안도감을 느껴야지 저 표정이 뭐냐고?

[마음이 편치않아 보이는 경철 고양이]

그리고 철수는 심술부리기를 포기한 듯 오던 길에 주저앉아 멋쩍게 귀를 긁기 시작한다. 인간의 눈에는 이쯤이면 자리싸움은 일단락된 걸로 보이는데...

[갑자기 숨숨집을 벗어나는 경철 고양이]

어라? 제 형이 멀리 비켰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떤 위협을 받은 고양이처럼 경철이가 제 발로 숨숨집을 벗어나고 있다.

[숨숨집 밖으러 한 발을 내딛는 경철 고양이]
[숨숨집 밖으로 상체까지 나온 경철 고양이,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철수 고양이]

자발적으로 숨숨집을 벗어나면서도 경철 고양이의 시선은 저를 주시하고 있는 제 형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쯤 해서 인간에게 깨달음이 온다. 위에 보였던 철수 고양이의 일련의 행동은 인간 양아치가 약한 친구에게서 삥 뜯을 때 협박 한 번 하고 희생양이 "나 돈 엄써~" 하면 이 양아치 슬쩍 등 돌리고 서서 짝다리 짚고 목 한 번 소리 나게 꺾고 천천히 다시 희생양을 향해 삐딱한 고개를 하고 돌아서는 그런 것과 비슷한?

경철 고양이는 제 형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눈치를 살피며 숨숨집을 빠져나오고 있고 철수 고양이는 이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 

[숨숨집을 점검하는 대장 고양이]

경철이 완전히 벗어나자 이 심술 질투 대마왕, 천천히 숨숨집으로 다가가 별 이상 없는지 안 쪽부터 한 번 살피고

제 동생이 사라진 쪽을 보는 대장 고양이

제 동생을 향해 위협적인 시선은 한 번 던진 후

숨숨집을 점검하는 대장 고양이

"어디 망가지지는 않았지?" 외관까지 꼼꼼히 점검한 다음

[겨우 내다보이는 저 귀여운 뽕주댕이]

드디어 들어가 앉았는데 태도를 보니 사실 숨숨집에는 그다지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경철이 들어가 있으니 공연히 질투, 심술이 났던 모양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고 쉬지를 않고 저런 귀염뽀작한 주둥이를 보이며 집사 한 번 환장하게 만들고는 이내 나와 버렸다.

 

딱히 관심도 없고 갖고 싶지 않은 것이라도 제 동생이 가지거나 집사의 관심을 좀 받는 꼴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이 대장 고양이, 이쯤 되면 가히 "질투는 나의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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