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새 물건을 탐색하고 적응하는 법

열흘 전쯤인가에 지끈으로 숨숨집을 처음으로 완성하고 2% 부족하지만 나름 많은 집사들에게는 신박템이리라 생각하고 자랑질을 했었다.

[지끈으로 만든 2개의 숨숨집]

그리고 그 2%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곧바로 다시 만들기 시작해 열흘째에 접어든 오늘, 역시 다른 이유로 2% 부족하지만 어쨌든 완성을 했다. 오늘의 주제가 '숨숨집 만들기'가 아니므로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무엇인가를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집사를 올려다보는 철수 고양이]

"엄니, 인제 다 만들었어여?"

[고양이가 기다릴 때 짓는 표정]

"응, 이제 다 했어.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품하는 경철 고양이]

드디어 마무리가 끝나고 둘 다 안방에 두기는 너무 복잡해 선호도를 조사하려고 임시로 자리를 잡은 곳에 두고 들어가시라고 고양이 형제에게 권했더니 한 녀석은 지겹다는 듯 대놓고 하품을 하고

[집사를 올려다보는 철수 고양이]

다른 한 녀석은 제 등 뒤에 완성된 숨숨집을 갖다 두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지 잘라놓은 지끈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놀려다가 "엇다 뒀다고여?" 하는 얼굴로 집사를 올려다보더니

[걸음을 옮기는 철수 고양이]

어디에 그 물건이 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일어서더니 숨숨집 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몇 갈음 더 멀어져 

[숨숨집을 골똘히 살피는 철수 고양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숨숨집을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하는데, 저 눈빛 좀 봐라, 이게 저렇게까지 진지하게 탐구, 연구해야 할 물건인가? - 그런데 고양이가 멀리서 보면 더 잘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에 집사 어리둥절+깜놀!

[다시 걸음을 옮기는 철수 고양이]

그렇게 제법 오랜동안 숨숨집을 살피더니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어라? 숨숨집 쪽은 일별도 않고 마치 다른 곳에 중요한 볼 일이 있다는 듯 시선을 꽂아놓고 걷는다. 에라이 띠! 이번 집은 사이즈만 봐도 집사가 거창하게 플렉스 한 것인데 실패인 모양이다...

[숨숨집을 들여다보는 철수 고양이]

하지만 역시 고양이는 밀당의 고수라 아니할 수 없다 - 숨숨집을 한 걸음 지나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서더니 곧장 그곳으로 향해 머리를 쑤욱~ 이런 반전이?!

[숨숨집 안팎으로 꼼꼼히 살피는 철수 고양이]
[숨숨집의 냄새를 점검하는 철수 고양이]
[숨숨집에 상체를 넣은 철수 고양이]

대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위험한 물건은 아니라는 결론이 난 모양이다. 아주 느린 동작으로 상체를 집어넣더니

[아주 느리게 새로운 숨숨집으로 들어가는 철수 고양이]
[꼬리만 넣으면 완전히 숨숨집에 입성한 셈]

한 발 한 발 모두 촬영할 수 있을만치 느리게 (아마도 조심스럽게) 들어가

[새 숨숨집의 냄새를 점검하는 철수 고양이]

마무리하느라 칠해 놓은 목공용 풀 냄새가 궁금했던지 코를 박고 킁킁했다가 

[냄새 맡기에 열중한 철수 고양이]

다시 얼굴을  떨어뜨려 거리를 두고 냄새를 맡아보고...

[코의 각도를 바꿔 같은 자리의 냄새를 계속 점검하는 철수 고양이]
[갑툭튀?]

그러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되돌아 나온다. 인간의 짐작으로는 갓 바른 목공풀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 탓인가 싶었는데

[잘라낸 지끈 잔해에 더 관심이 많은 경철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뭐 하나 딱 두 컷 찍는 사이

[숨숨집 냄새 맡기에 빠진 철수 고양이]

어느 사이엔가 다시 들어가 다시 냄새 맡기 삼매에 빠져 있었다.

[이쪽 저쪽 방향을 바꿔가며 꼼꼼히 냄새를 맡는 철수 고양이]
[고양이 형제]

그 사이 경철 고양이는 밥 한 입 먹고 그루밍 중이고 철수 고양이는 여전히 냄새를 점검 중인데 아까 맡았던 자리를 맡고 도 맡고 하는 것이 어쩌면 그곳에 특별한 무엇이 묻었다 싶기도 하다.

[그루밍을 마친 경철 고양이가 또다시 식탁을 향햐 걸음을 옮긴다]

새 물건에는 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철 고양이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니었기에 집사의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다...) 먹는 것에는 언제나 적극적이어서 먹고 잠시 그루밍하고 다시 먹고

[밥을 조금 먹고 돌아와 다시 입맛을 다시는 경철 고양이]

또 입맛 다시고 그루밍 좀 하고는

[한 끼를 먹는데 현재 4번째로 식탁 앞에 가 앉았다]

또다시 식탁 앞으로 가 쓰레기 원료로 된 습사료가 바닥나고 없으니 할 수 없이 건사료라도 먹으려다 집사 눈치를 보는건지 습사료 없다고 알려주는 것인지... 어쩌면 저도 저 새 물건이 궁금한데 즈 엉아의 기가 하도 세니 승산 없는 싸움, 관심 없는 척하려고 애써  다른 것에 신경을 돌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들고...

[고양이의 눈빛과 자세는 이유 없이 처연해 보일 때가 많다]

관찰, 점검이 거의 끝난 모양이다. 이제 정자세를 하고 앉아 있을 만한지, 그러고도 밖이 잘 내다 보이는지 점검을 하고

[새 숨숨집에 엎드린 철수 고양이]

드디어 엎드렸다가 몇 초 지나지 않아 슬슬 졸음이 밀려오는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철수 고양이의 이런 태도는 까다로운 검수에 합격점을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라 집사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고양이들은 아무리 집사가 만든 것이라 해도 검수 과정에서 뭔가 약점을 발견하면 절대로 더 이상 상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 숨숨집에 들어간 제 형을 바라보는 경철 고양이]

새 물건에 적응하는 고양이들의 방식은 개체의 성격마다 달라서 경철 고양이는 이렇게 한참 왔다 갔다 딴짓하는 척 간을 보다가 철수가 다른 짓을 할 때 딱 두 번 상체만 들이밀었다가 돌아 나왔는데 먼저 만든 것에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어느 세월에... 아무튼 고양이가 새로운 물건을 점검하는 방식이란 집사가 아무리 며칠을 주무르다 주는 것이라 해도 위치가 달라지거나 다른 냄새가 느껴지면 반드시 저만의 방식으로 안전점검을 해야만 한다는 것. 오늘의 철수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할 수 있으므로 새로 만들어 주거나 사 줬을 때 '얼싸 좋다, 쑥!' 하지 않는다고 실망들 마시고 고양이에게 나름 안전점검할 충분한 시간을 주시기를~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