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고양이 치료기 4 - 잊어버린 건지 고의로 빼먹은 건지 의심스러운 기억 하나

일부러 잊은건지 정말 잊은건지 스스로에게 아무리 진지하게, 솔직하게 답하라고 물어봐도 정확한 답이 없다. 아마도 무사히 지나갔기 때문에 저절로 잊음과 고의적인 잊음의 반반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일을 겪으면서 몹시, 대단히, 심하게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 귀한 생명들을 들였니?!"라고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 하면서 부끄러워하기까지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액티클라브 50 - 45천원

철수에게 구내염인지 치주염인지 그런 증상이 발견 된 적이 있었다. 날짜를 돌아보니 약을 구입한 날이 6월 5일, 다른 증명사진은 그 날짜 주변으로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동물용 항생제인 액티클라브를 퀵으로 배송 받은 메시지 밖에 남아있지 않다.


다른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내 새끼 병을 이런 식으로 치료 하려고 시도를 하다니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말하고 싶지 않은 부끄럽고 두렵고 무모하기까지 한 일임을 스스로에게서도 지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파 보이는 고양이

이 날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무엇을 줘도(마따따비와 캣닢) 거의 반응없이 이런 표정과 자세로 누워 있었다. 사진의 상세정보를 보니 동물약국에 연락하기 한 시간 전의 장면이었는데, 설마 이 모습만 보고 약국에 연락 했겠는가...


사실 철수는 아기 때부터 입냄새가 많이 나는 아이였고 경철이는 귀지가 많은 아이였다. 이걸 따로 언급하는 이유는 아기 때부터 안 좋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면 자라서도 그 부분이 문제를 만들 확률이 높다는 것을 언급하기 위해서이다. 


어쨌든 고양이에게 양치질 따위는 꿈도 못꾸던 나는 (30년도 더 전에 잠시 같이 살던 고양이들에게는 어떤 케어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고양이도 아니었고 그 때는 펫문화도 많이 달랐다 -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이 형제 때문에 알았을 때는 아이를 다루지 못해 하지 못했다) 경철의 귓병이 심해져 병원에 드나들기 시작 하면서부터 양치질을 시작 했는데 그것도 솔질은 도저히 할 수 없어 그저 바르면 되는 치약을 내내 쓰고 있었다. 

자이목스 반려동물 치약

그래도 냄새가 잘 가시지 않아 염증 있는 아이에게 일주일 정도 쓰면 좋다는 치약도 쌍으로 구해놓고 번갈아가며...


그러던 어느 날 치약을 묻혀 마사지를 하고 꺼내는 내 손가락에 뭔가 버얼건 것이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 내가 마사지 한다고 나도 모르게 손톱을 세웠나, 생각하고 첫날은 의심만 품은 채 넘어갔는데 이것이 하루 건너 한 번 정도의 빈도로 발견 되는 것이 세 번쯤 반복 되면서 함께 입맛과 기운을 잃어가는 철수를 보고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내 고양이

사실 핏물 같은 것이 묻어나오던 첫날부터 폭풍검색질에 답은 거의 얻어놓고 있었지만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고 언젠가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돌아다닌 날이 있었다고 소소한 기록을 남긴 일이 있었는데 ([사람] - 외출 때마다 경험하는 신문물 - 글을 올린 날짜는 5일이지만 4일에 있었던 일)이 날 주된 볼 일은 약국마다 돌아다니며 

캣맘들이 돌보는 길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응급처치용으로 자주 쓰는 액티클라브라는 항생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발품으로는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날인 5일 동물약국에 연락을 한 것이었는데 "왜 병원엘 가지 않았어?" 한다면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돈이 없어서"이다. 


병원에 가서 스케일링 또는 발치 등등의 모든 것을 감당할 만한 재력이 그 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아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려는 것이었다.

액티클라브50 (100정)

■ 성분 (본제 1정 중)

아목시실린수화물 ·········· 40㎎

클라불란산칼륨 ·········· 10㎎


■ 효능 및 효과

아목시실린 및 클라불란산에 감수성이 있는 세균성 질병의 치료


가. 유효균종

Staphylococcus aureus(황색포도상구균), Escherichia coli(대장균), Salmonella typhimurium(살모넬라의 총 32종의 혈청형 중 하나), Bordetella bronchiseptica(보데텔라 브론키셉티카 -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균), Actinobacillus actinomycetemcomitans(아그레가티벡터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 - 급만성 치주염과 연관)

 

나. 축종별 적응증

개, 고양이 : 피부감염증 (심층 및 표층의 농피증 포함), 연부조직감염증(농양, 항문낭), 비뇨기계 감염증, 호흡기 감염증, 장염, 구강염(치주염)


■ 용법 및 용량

체중 ㎏당 본제 12.5㎎을 1일 2회 5-7일간 경구투여

철수는 한 번에 3정을 하루에 두 번 5일간 투약, 2일 휴약 : 이것을 총 3회 진행 했다 - 투약 사흘 후부터 입냄새가 완전히 가셨고 건사료도 다시 먹기 시작 했지만 당장 괜찮아 보인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기왕 멋대로 쓰는 약이니 만큼 상한선까지 먹여보자고 생각해 약사쌤 지시대로 한 번에 3정, 하루에 두 번, 휴약 기간 지키고 30일을 넘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러다 이웃 가초남매가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이런저런 질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집사도 할 수 있는 것을 배우기 위해 대증요법 또는 동종요법, 아무튼 영양제와 보조제로 고양이의 질병을 고치게 한다는 걸로 유명한 카페에 가입한다고 해서 "저요, 저요~" 손 들고 친구 따라 강남에 가게 됐다 - 아이들에게 만일 병이 있다면, 그리고 예방 할 수 있다면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런 요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거들떠도 안 보던 아이허브라는 사이트에 가입하고 이런저런 보조제 또는 영양제들을 구입해 6월11일에 첫배송을 받아 먹이기 시작 하면서 오늘까지 오는 과정을 

이렇게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면역력 증강제 모듀케어[할인코드를 적용해 적힌 것보다 15% 저렴하게 구입]

결정적으로 경철 고양이가 하악질과 함께 두 번의 구토를 한 것이 무모하게 이 약을 한 번에 한 캡슐 모두 먹인 탓이었는데 이 후로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씩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영양제를 아주 찌끔씩 시작해 서서히 양을 늘려 아이 몸에 적응 시키는 방법도 터득하고 그걸 하는데까지 한 달이 걸렸다. - 그 동안의 경과는 위 세 글에 거의 모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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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의도적이었건 아니었건 기록하지 않고 빼먹은, 내 마음에 크게 걸려있는 고양이 형제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고해성사로 "돈 없으면 절대로 반려동물 들이지 마라"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고 반성하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 후로 철수 고양이에게서 잇몸 문제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루밍 하는 고양이

재발에 재발을 거듭하는 경철 고양이의 귓병에 그루밍만 해도 매 번 가슴이 철렁하지만 일 년 가까이 병원을 드나들고 이개혈종 수술까지 했어도 나아지지 않으니 더 이상 병원 들락거려도 소용없다는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자위까지 하면서 카페에서 알려주는대로, 하지만 내 형편과 생각에 맞게 적당히 걸를 건 걸러내면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을 기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기르기에는 "적당한 경제력"이 필수임을 이 참에 진심으로 강조하고 싶다. 내 고양이 형제야 멋모르고 가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지만 동물이건 아이건 경제력은 좀 있는 사람이 길러야한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그러니 돈 없으면 그냥 랜선 집사만 하시라고 아직 망설이는 분들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말씀 드리고 싶다.


어쨌든 우리의 기록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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