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밤이면 밤마다

경철에게는 밤이면 밤마다 사람들이 모두 잠 들 시각인 자정 무렵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행사가 있다.

컴컴한 작은 방에 가서 이 쪽을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는 하얀 고양이

바로 컴컴한 작은 방에 가서 이 쪽을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는 것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고양이니 만큼 이럴 때는 목소리도  "으웨이, 으야이~" 꽤 특이한 편이다.하지만 집사인 나도 처음에는 고양이들이야 워낙 특이한 동물이라 특이한 장소에서 희한한 짓 하는 것 쯤이야 예사로운 일이니 별로 들여다 볼 생각도 없었고 꽤 오랜 시간 그러는 것을 무시 해왔었다.

캣트래퍼의 최상층에 앉은 고양이

그러는 어느 날, 갑자기 내 귀에 경철의 저 외침이 "일루 와, 나랑 놀아~"라고 소리를 치는 걸로 들려 졸려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건너가 봤더니 낮에는 즈들 화장실에 들락거리면서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캣클라이머의 최상층에 앉아 이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소리를 지르는 하얀 고양이

어제도 또 지롤을 시작 하길래 내 다리에 몸을 걸치고 누웠던 철수에게 " 저 시키 또 지롤이다, 가 보자"며 건너 가니 "아아~"라며 반갑게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는 "내가 언제 소리 질렀노~"라는 멀쩡한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이쪽을 마주보고 앉아있다.

고양이가 밤에 소리를 지르는 이유

고양이가 밤에 소리를 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꽤 오래 전에 공부했고 쓴 꼭지가 있지만 ([고양이] - 고양이가 소리를 지르는 5가지 이유) 경철의 경우에는 태도로 봤을 때 순전히 관심을 유도하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놀아달라는 뜻으로 해석 된다. 어제 꼭지에서도 보여 드렸다시피 아직도 안방에 새로 놓아준 캣폴들에는 적응이 덜 됐기 때문에.

집사와 형을 불러모은 다음 만족한듯 자리를 잡고 앉은 하얀 고양이

만족! 집사를 향해 아예 자리를 잡고 엎드려 버린다. 제 부름에 엄니도 엉아도 득달같이 달려오니 좋을 수 밖에 그리고 "여기서 놀자~"

피아노 위에서 더 높은 곳에 있는 동생 고양이를 올려다 보는 형 고양이

따라온 철수 고양이, 평소에는 다 낡은 캣클라이머에 일절 관심도 없다가 동생이 이렇게 최상층(고양이에게는 이곳이 왕좌다)을 차지하고 있으니 슬슬 심술이 발동해 피아노 위에 올라앉아 제 동생을 올려봤다가

피아노 위의 고양이

 바로 아래에 있는 하우스형 스크래처를 딛고 튀어오를까 고민을 했다가 안절부절이다.

제 형을 가소로운듯 내려다 보는 동생 고양이

하지만 나름 주먹을 꽉 쥐고 제 형을 가소로운듯 내려다 보는 이 표정, "흥! 올테면 와 봐라!" - 이 자신감의 근거는 제 형이 피아노 위에서 곧바로 캣클라이머로 튀어오르기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 형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캣트래퍼를 대단히 애용해 왔다

사실 이 형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캣클라이머를 대단히 애용해 왔는데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저 물건이 생활공간과 동떨어진 곳으로 배치되는 바람에 이들의 최애 놀이공간을 잃어버린 셈이 된 것이다.


이제 집사는 더 늦기 전에 저 물건을 안방으로 옮겨오는 대공사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런데 고양이답게 기껏 공들여 멍석 깔아주면 또 모른 척하려나 그것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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