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에게 차별이 없는 게 아니었어...

그저께인가,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로 정리하다가 깜짝 놀란 장면들이 있었다.

스스로의 행동을 믿을 수 없는지 놀란 눈을 한 경철 고양이

경철이 캣폴 최상층에 올라가 안절부절 - 고양이의 본능을 이기지 못해 올라가기는 했는데 꿀렁꿀렁한 천해먹이 아직도 불안한 눈빛으로 집사를 내려다 보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고양이로서는 흔히 연출하는 장면인데 왜 깜짝?

캣폴 최상층에서 먼 곳을 내다보는 하얀 고양이

찍은 기억이 저언~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짜를 확인해보니 5월31일 일요일 오전이었다. 

[때때로 완벽한 동그라미로 찍히는 눈 때문에 더 못 생기고 더 귀여워 보이는 내 고양이[때때로 완벽한 동그라미로 찍히는 눈 때문에 더 못 생기고 더 귀여워 보이는 내 고얌미~]

올라가놓고도 "내가 왜 이 짓을 했지?" 싶은지 오른쪽 한 번 보고 집사 한 번 보고

캣폴에 올라 안절부절 자리는 못잡는 소심한 고양이

다시 왼쪽도 한 번 보고 그런 장면들이 수 없이 담겨 있었다.

고양이 형제 - 여기서 집사가 알게 모르게 했던 차별을 깨달았다

이 장면은 그로부터 이틀 후인 6월 2일에 잡은 것이다. 그런데 뭐? - 여기서 집사가 알게 모르게 했던 차별을 깨달았다는 것이 마음에 문제가 됐다고나 할까... 경철의 장면을 찍은 것은 진짜로 아직도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시간상으로 봤을 때 아마도 청소를 하면서 왔다갔다 분주한 와중에 찍었던 때문인 것 같다) 바로 그 날 저녁에 철수가 같은 자리에 올라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집사를 감시하는 모습을 보고 "크흣, 귀여운 것!" 하고 그냥 지나갔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 것이다.

대범하고 명랑한 철수가 하는 행동은

그러니까 소심하고 겁 많은 경철이 하는 행동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리고 아무리 바쁜 와중이라도 귀히 여겨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다 담아내면서 대범하고 명랑한 철수가 하는 행동은 "뭐 넌 늘 그러니까"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장면들은 이틀 전의 그 기억 때문에 일부러 찍은 것이다)

어쩐지 서러워 보이는 철수 고양이[어쩐지 서러워 보이는 철수 고양이]

그런 집사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철수는 이 날따라 이 해먹 저 해먹 옮겨 다니며 고양이의 수직공간 활용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사람 아이들이 차별을 느끼며 상처를 받는 부분이 바로 이런 지점인데 고양이라고 다를까, 철수 고양이의 더러는 이해 하기 어려운 심술이 인간의 기준에서 이해가 되면서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 그렇게 보면 확실히 집사가 두 녀석을 차별했다...

마음을 모자라게 나눠 준 것 같아 나음 아픈 내 고양이[히잉~ 맨날 나만 모른척 해...]

그러고 보니 똑 같이 사랑하는 건 확실하지만 들리지 않고 겁 많은 경철고양이를 마음으로 더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레 대해 온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할말많않, 이래저래 스스로의 무심함과 무능함에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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