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 경철 고양이가 캣클라이머 위에서 한 판 '어둠 속의 비명'을([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심심한 밤이면 밤마다) 지른 후의 장면인 것으로 기억 된다. (EXIF를 확인 해보니 그 시점에서 약 30분이 지난 후다)
밤 1시가 넘어 2시를 향해가던 시각이라 방에 불도 꺼져 있었는데 얼핏 눈에 들어온 경철 고양이의 앉은 모습이 마치 사진 찍히기 위해 포즈를 잡은 것처럼 단아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이었다.
[돌 기념사진으로 쓰고 싶을 만큼 제대로 된 포즈인데 이미 아홉살이 넘어 가버렸다 ㅜ.ㅜ]
불을 켜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 그대로 플래시를 켜 천장으로 빛을 쏘면서 사진을 찍었다.
컴컴한 방구석에서 빛이 번쩍번쩍 하니 "왜, 무슨 일인데?" 싶은 모양인지 당사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데 이것이 더더욱 모델다운 포즈 같아 인간 눈에는 더더욱 포토제닉 하구리~ (다만 문제는 찍사의 실력과 순발력)
동상이몽? 인간은 환장해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 고양이는 그렇잖아도 이상히 여기던 시커먼 물건에서 계속해서 불이 번쩍거리니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 된다. 이쯤 오면 인간이 알아서 그만 둬야한다, 이쪽저쪽 돌아가며 각도 구도 맞춰가며 몇 장 더 찍고 싶었지만.
다음 날이다. 창가에서 그나마 작은 창문으로 한껏 쏟아지는 햇빛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하 귀여워 다시 카메라를 집어드니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보는 장면 아녀? 이건 내 연배의 할무니들이 주로 한다는 꽃 또는 나뭇가지 붙잡고 먼 산을 보는 로맨틱(ㅋㅋ)한 그 포즈?!
"경철아, 그 포즈는 넘 진부해~"
"그람 일케 할까염?" ㅎㅎ누가 봐도 사진 좀 찍힐 줄 아는 고양이 아닌가?
이것도 일종의 자뻑 또는 주책일까, 무슨 짓을 해도 (내 눈에는) 그 즉시 꽃이 되는 귀하디 귀하고 아깝고 또 아까운 내 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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