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형제의 밥이 품절 된 지는 꽤 오래 됐고 그 동안 이것저것 모두 시식을 해봐도 통하는 것이 없어 급기야
이 녀석은 간식만 간간이 받아 먹을 뿐 식음을 거의 전폐하고 이렇게 늘어져 누워있는 걸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파보이기까지 한다... 마따따비 이파리를 저 누운 자리 옆에 뿌려주니 그걸 아예 깔고 누웠다
그나마 고명을 얹어주면 할 수 없이 몇 알 먹던 건사료마저 거부하니 습사료처럼 만들어주면 먹으려나 물에 불린 건사료와 평소 먹던 대로의 건사료를 놓아주니
우리집 최고의 먹귀인 경철 고양이만 조금 먹는 시늉을 하시는데
떠난 자리를 보니 고명만 핥아먹고 건사료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 구입할 수 있는 같은 회사의 맛으로는 닭, 그리고 생선과 새우맛인데 닭 맛은 완전 거부, 생선 맛은 그나마 좀 먹어줘 한 동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쟁였는데 하루 이틀 먹었나 이것마저 전면 거부 당한 이 후에 물에 불린 사료까지 갔던 것이었다.
불린 사료 이전에 구입한 것이 레오나르도와 가장 닮았다고 평하는 캣츠파인푸드의 5가지 맛 캔, 이 전의 두 가지는 고명을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나머지 세 가지 맛 중에서 등장한 것이 닭고기와 참치.
거부 할 것을 대비해 200g 한 캔을 삼 등분, 참치가 들어있어 약간의 희망을 갖고 나눠주니 (그나마)대박! 고명 없이 원래 맛부터 보라고 그냥 줬는데 두 녀석 모두 이렇게 비웠다. 물론 경철에게 좀 더 많이 줬고 철수는 누워 계셔서 집사가 밥그릇을 들고 누운 자세로 다 드실 때까지 팔을 덜덜 떨며 받치고 있었던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래, 이렇게라도 먹어주면 이걸로 주문해서 한 동안 견뎌보자고 생각은 하는데
찝찝한 것은 이것이다. 한 카페에서 해당 캔에서 이런 물질이 나왔다는 게시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설마 모든 참지 닭고기맛 캔에? 나무껍질 같기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물에 씻어 봤지만 여전히 이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안 된다. 뭔가 질감이 가죽 같은 것이 동물성 물질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것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믿고 계속 먹여도 되는 것일까? 언젠가 기호성 좋기로 유명한 R사료에서 부리와 털 등이 나와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시피 혹 이 기업도 이물질 손질 없이 그대로 캔을 만드는 것일까?
찝찝하지만 우선은 먹어주는 것이 이것 밖에 없으니 나머지 2/3도 마저 먹이면서 손으로 일일이 저 물질들을 골라내야만 했다.
아직 먹여보지 않은 둘 중 이것은 온갖 조류 맛(게풀뤼겔 - 조류)인데 레오나르도의 조류 맛도 전면 거부 했으니 이 또한 거부당할 것이 거의 뻔한 일이고
나머지 하나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청어와 게맛' - 그런데 여기서 또 어지러운 것은 독일어와 그 외 프랑스, 이탈리아어로는 "게"로 돼 있고 영어로는 "새우"라 돼 있다. 원산지의 언어인 독일어를 믿어야 하나 국제어인 영어를 믿어야 하나? 왜냐하면 철수 고양이가 게맛은 좋아하는데 새우맛에는 반응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중요하다. (덧: 게 맛인 모양이다. 철수가 먹어 주었으니까)
물론 먹여보면 알겠지만 이물질과 불분명한 표기로 이 브랜드에도 정이 좀 떨어지려 한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레오나르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제품이 있고 MSG 또한 하나도 들어있지 않아 쉬이 포기 하기도 좀 아쉬운 면이 있다. 우짜스까...?
다른 고양이들은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 내 고양이 형제만 유독 이렇게 까다롭고 몸도 약하고 그런 것인지 좀 힘 든 일이 생길 때마다 버릇처럼 하는 생각인 "왜 나만 갖고 그래..."가 또 튀어나오려 한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기운이 났는지 캣폴로 뛰어올라 그루밍 하시는 대장 고양이를 보니 집사, 이제 겨우 똥밭에서 걸어나올 수 있는 길을, 그나마 좁은 길이지만 찾은 기분이다.
토끼캔이 다시 들어왔는지 매일, 그리고 거의 매 시간 검색을 해보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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