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5년 전에 돌아가신 엄니 꿈을 꿨다.
그런데 이상하다. 울엄니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으로는 한 번도 찾아오시지 않는다. 늘 생전처럼 어느 부분 나를 약 올리는 듯한, 힘 든 상황에 있는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철 없는 말을 툭툭 던지곤 하는... 그래서 사실 엄니 꿈을 꾼 날이면 좀 힘이 든다.
그런데 오늘 이 사진을 발견하려고 엄니 꿈을 꿨던가 싶다. 예전에 급 작아진 성냥갑 같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클리어 파일로 13권이던가 되던 실물을 언니네로 보내면서 찍어 두었던 사진이다.
단기 4291년, 1958년 엽서다 - 유럽에서는 누가 썼을지도 모를 이런 엽서들을 벼룩시장에서 돈 받고 팔기도 하고 당연히 사 가는 사람들도 있다 - 돌아가신지 60년이 다 돼 가는 친아버지가(사별 후 엄니는 재혼 하셨다) 약혼녀인 울 엄니께 보냈던 것으로
뒷면에는 장학금을 획득했다는 간단한 내용 - 뭔지 자랑하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내 걱정 너무 마시오'라는 느낌을 나는 개인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당시의 대학교 성적표. 국민학교(요즘의 초등학교) 성적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B+정도의 성적이 저리 많은데도 장학금이 나왔구나.
뭐 전 학년 장학금을 받고 다니셨다니 아우~ 우월한 내 유전자!? --;;
그리고 결혼 후, 아침에 먼저 나가시면서 잠 자는 엄마에게 남긴 쪽지인데 울 엄니의 남편은 이런 남자였던 모양이다. 요즘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오글거리겠지만 아마도 그 시대 전체가 이런 낭만의 시대였던 것이라는 느낌을 후에 그 시절 문학서적을 읽으며 이해했다.
이리 살았기 때문일까, 돌아가실 때까지 울 엄니는 사람들이 흔히 말 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대부분은 "소녀"였다. 그런데 엄니가 꿈에서마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것이 나는 아직도 좀 버겁고 외롭다 - 사실 꿈이라는 것은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내가 울엄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단지 그랬을 뿐인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가 돼 본 적이 없으니 정말 그 마음이 어땠을까는 짚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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