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삽하고 치사한 뺨에 칼자국 난 조폭 고양이

얼마 전에 철수 기분을 풀기 위해 펠리웨이를 주문 했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것이 현지에서 오는 것이라 시일이 좀 걸려 거의 일주일만에 도착했는데 (펠리웨이는 인공적으로 만든 고양이 페로몬으로 여러 업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특정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물건이든 새로운 것이 오면 고양이 형제는 불러모으지 않아도 저절로 모이는 것, 나는 이것을 풀어서 사용 했을 때의 반응을 보려고 카메라를 준비 했는데 이미 한바탕 자리까지 서로 바꿔가며 킁킁대며 검사를 거의 마친 시점이었다.

서로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나는 두 녀석이 한 프레임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거의 환장하고 셔터를 눌러대기 때문에 이 페로몬과 관계없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아주 평범한 장면이라 생각하고 나중에 사진을 편집 하면서 보니 경철 고양이오른손 좀 보소~ 철수 뒷모습을 보니 틀림없이 서로 눈을 맞추고 있는데 어떤 눈빛이었길래 저 손이 저러고 있을까?

경철 고양이, 제 형의 시선을 피하기는 하면서도 손은 여전히 들고 있다

경철 고양이, 제 형의 시선을 피하기는 하면서도 손은 여전히 들고 있다.

긴장한듯 손을 들어올리는 동생 고양이

그리고 철수 고양이가 다시 새 물건 탐색에 나서니 손을 내려놓으며 먼산을 보는 듯해서 그러려니 했두만

새 물건의 냄새를 맡는 고양이

철수에게 처음으로 초점을 맞추는 집사가 아니꼬왔을까 (--;;) 

형 고양이를 때리는 동생 고양이

아니면 형 때문에 새 물건 검색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것이 걸리작거리고 속상해서였을까 제 형을 바라보는 눈빛이 돌변하더니 순식간에 왼손으로 빡! - 집사의 위치가 나빠 솜방망이가 보이지 않은 것이 너무 애석하지만 엎드려 냄새 맡기에 열중하던 철수 헉! 하는 소리를 진짜로 내며 깜짝 놀라 일어난다.


아아, 얍삽하고 치사한 넘. 눈 마주 볼 때는 슬그머니 손을 내리더니 어건 영락없이 상대의 뒷통수를 때리는 꼴이라

제 형 때리고 보이는 고양이의 매서운 눈빛

저 찌끄만 넘 제 형 때리고 날리는 저 눈빛 좀 보소 - 아직도 한 펀치 날린 손을 내리지 않고 수염을 앞으로 모두 모은 채 입이 툭 불거진 것은 진짜로 한 판 뜨자는 뜻인 것 같은데 이 대목에서 집사 속이 상하는 것은 이렇게 한 대 제대로 얻어맞고 깜짝 놀라 피하는 철수의 모습이다. 


어제도 보여드렸다시피 아기 때부터 온 집안을 호령하던 대장 고양이는 철수였는데(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오버쟁이 아기 고양이, 제 풀에 놀라 곤두박질 친 다음...) 요즘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니 뭔가가 집사에게는 잘못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얼굴에 털을 곤두 세운 희한한 모습을 한 고양이

얼마나 성질이 났으면 도망가는 제 형을 노려보는 녀석의 빰에 저절로 주욱 갈라진 저 털과 쭈욱 찢어져 치켜진 저 눈 좀 보소 - 사람으로 치면 빰에 칼자국 흉터를 달고 다니는 조폭같은 모습이라...

고양이가 흥분하면 털이 곤두서는 것쯤이야 상식이지만 얼굴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저 갈라진 털자국은 사진이 잘못 찍혔나, 순간에 무엇이 날아가 붙었나 아무리 확대해 살펴봐도 털이 갈라진 모습이라, 저런 꼴은 또 난생 처음이다. 고양이가 흥분하면 털이 곤두서는 것쯤이야 상식이지만 얼굴까지?

집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참 동안 편안해 보이는지는 않는 고양이

저도 제 행동에 놀랐을까 집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참 동안 편안해 보이는지는 않았다. 집사가 싫어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아는 눈빛이다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

두들겨 맞고 쫓겨가 공연히 밥 한입 먹고 온 철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철수 마음에 맺히는 무엇이 없으면 다행이다, 집사는 쫓겨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두만...

고양이 펠리웨이 사용 설명서

포장을 푸는 과정이야 어쨌든 샀으니 써 봐야재.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니 고양이에게 직접 뿌리지 말고 페로몬을 묻힐 물건에서 4인치 정도 떨어진 곳에서 5번 정도 분사하라고 한다. 효과는 1주일에서 때로는 한 달 사이에 나타난다. 그리고 성분을 보니 대체 페로몬 15%, 나머지는 메톡시에탄올. - 어떤 집사의 후기에 톡 쏘는 냄새가 난다더니 메톡시에탄올의 휘발성 물질 때문에 분사하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물건이 괜찮은 것일까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바구니에 뿌려진 펠리웨이 냄새를 맡는 고양이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아이들이 자주 가지 않는 바구니에 분사 - 첫 번째 분사하는 순간 경철 고양이 삼십리 밖으로 도망 가버리고 철수 고양이만 잠시 킁킁 두어번 하더니 더이상 노관심. - 이 물건이 필요 없는 아이들이거나 효과가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 마음에 들면 고양이들이 문지르고 뒹굴고 한다던데 말이다.


아무튼 이 대체 페로몬은 그리 좋은 반응을 못 얻었고 고양이에게는 순간순간 주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할 수 있다는, 사람의 눈과 판단보다 고양이의 손이 더 빠를 수 있다는 또 다른 교훈을 얻었다. 철수도 집사도 두 눈 뻔히 뜨고도 한 순간에 당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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