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 내 고양이가 집사에게 좋은 아침을 선물 한 소소한 이유

몇 시였을까, 사진에 적힌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가 3분이나 지나 있는데 집사는 늘 그렇듯이 눈 뜨자 마자 아이들 밥 먹이고 양치질 시키고 약 먹이고 잠시 두 잔째의 커피를 마시며 겨우 제 정신을 차려가는 그런 때였다.

장난감을 입에 물고 놀아달라고 청하는 하얀 고양이

방금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숫자를 보니 무려 32장 - 내 할 말을 해가면서 뺄 것은 적당히 빼야 한다는 걸 인지는 하는데 - 요즘은 자식이나 손자들 자랑 하려면 돈부터 내놓고 해야 한다니까 사진이나 말도 적당해야....? - 그런데 뺄 것이 과연 생기기나 할까? 하는 물음표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사진이 너무 많아 지루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말이 너무 많아 지루하다 하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는 내 블로그이고 내가 유일하게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내 공간이지 말입니다~ ㅎ

장난감을 스스로 입에 물고 돌아다니는 고양이

아무튼 이야기인즉슨, 갑자기 경철 고양이의 애달픈 "꺄아아~" 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니

하얀 고양이가 난데없이 저걸 물고 온 방안을 뱅뱅 돌며 울어댄다

세상에~ 이걸 구입한 지가 언젠데 그 동안 한 번 거들떠도 안 보더니 난데없이 저걸 물고 온 방안을 뱅뱅 돌며

저렇게 입에 무엇을 물고 제 할 말 하는 하얀 고양이

"꺄아아~" 하는데 저렇게 입에 무엇을 물고 제 할 말 다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몇 년 동안이나 하지 않던 짓을 갑자기 왜?! - 저절로 이런 질문이 던져질 만큼 3, 4년 동안 놀이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인간이라 그럴까, 저 아이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주기보다 일단 진기한 광경이니 사진부터 찍고 보자, 했더니

비몽사몽 중인 제 형에게 놀아 달라고 간청을 하는 하얀 고양이

몸을 돌려 역시 비몽사몽 중인 제 형에게 놀아 달라고 간청을 한다. 역시 거절!

놀아주는 사람이 없자 혼자 울며 돌아다니는 하얀 고양이

이 불쌍한 고양이, 넓지도 않은 방구석을

방을 몇 바퀴째 돌고 있는 중인 하얀 고양이

몇 바퀴나 삐약 소리와 함께 돌아다니며

나른하게 늘어져서 놀아 주지 않는 형 고양이

제 형 한 번 봤다가

그리고 다시 집사를 돌아보는 하얀 고양이

집사 한 번 봤다가...

장난감을 입에 물고 동굴을 들여다보는 하얀 고양이

도무지 안 되겠는지 동굴에게 다가가서  "여그다 숨기고 저 쪽으로 뛰어가서 ..." 혼자 놀 만한 궁리를 하는 딱한 내 고양이.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경철 고양이가 저 동굴에 못들어가는 이유는 몸이 꽉 끼일까봐, 관심은 무지하게 많은데 언제나 입구에서 서성이다 돌아선다지...저것이 더 좁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고양이 동굴 사이즈인데 말이다)

장난감을 입에 문 채로 집사에게 소리 지르는 고양이

하지만 어쩼든 알 것 다 알 만한 나이가 된 고양이, 집사에게 끈질기게 삐약삐약 하자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장난감을 입에 물고 어떻게 할지 궁리중인 하얀 고양이

이렇게 놀아 달라고 삐약대는 것이 3년인가 4년 만이니 집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컨디션이 나빴으면 (귓병 때문에 괴로웠는데 집사는 단순히 귀지라 생각하고 닦아주기만 했던 것)... 귀가 찌그러졌어도 빛이 나는 듯한 옆모습에 가슴이 찌르르 아파온다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건강이 회복 된 귓병 앓던 고양이

"사진만 찍지 말고 내랑 좀 놀아 주어~" 간청하는 눈빛이다

다른 공간을 하염없이 건너다 보는 하얀 고양이

그러다 문간에 서서 한참 동안 다른 공간을 건너다본다. 공간을 옮기면 누구 놀아줄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일까

여전히 장난감을 물고 서있는 고양이

고양이로서는 하도 오래 서 있길래 돌아나가 표정을 확인하니 이러고 있다.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는 고양이

너 혹시 장난감이 이빨이나 어디 걸려서 못 빼서 그러는 것 아니야? 사람이라면 침이 흐르겠다 싶을만치 오래 물고 돌아다니길래 그런 의심이 들어 살째기 당겨 보니 안 놓겠다고, 이거 놓으라고 생지롤을 한다.

절대로 장난감을 뺏기지 않겠다는 고양이

꽉 물고 눈까지 부릅뜨고 몸을 뒤로 당기는 중이다. 이쯤 되면 더 늦기 전에 집사가 카메라를 놓고 놀아줘야 한다. 얼마나 오랜만에 생긴 놀이 본능인데!

잠시 장난감을 내려 놓고 어떤 것인지 확인 중인 고양이

잠시 바닥에 놓고 사냥감의 상태를 확인 하는 걸 보니 이빨에 끼어 못 놓은 건 아닌 모양이라 안심이다.

캐리어 속에서 까딱거리는 사냥감을 공격하는 하얀 고양이

언제나 그랬듯이 바닥에서 휙휙 움직여주니 아기처럼  얼마나 사력을 다해 뛰어다니는지 겨우 방구석 몇 바퀴 돌고는 헉헉 숨을 몰아 쉰다.

고양이들은 이렇게 동굴이나 모서리 같은 곳에 장난감을 겨우 보일 정도로 숨겨 까딱까딱 움직여 주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고양이들은 이렇게 동굴이나 모서리 같은 곳에 장난감을 겨우 보일 정도로 숨겨 까딱까딱 움직여 주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이 케이지는 몸에 맞는듯 잘 들락거려 이걸 하나 더 사서 동굴처럼 엮어줄 생각이다)

사냥감을 향해 뛰어들려고 타이밍을 맞추는 하얀 고양이

그리고 이제 사냥감을 향해 뛰어들려고 타이밍을 맞추다가

장난감을 향해 뛰어든 고양이의 푸짐한 엉덩이

이렇게 허연 방뎅이만 보이기를 몇 번 되풀이 하다가 이제 좀 지쳐 보이길래

사냥놀이 후의 물고기 보상을 받는 하얀 고양이

휴식의 의미로 포획물 대신에 물고기 한 마리를 맡겼더니 이렇게 등 돌리고 앉아 사냥의 기쁨을 만끽하고 계신다. (수의사들은 고양이의 성취감을 높이려면 사냥놀이 후에 가능하면 보상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놀이는 물고기 반마리를 드신 후에도 계속 됐으니 이것은 다음 기회에~ 


처음에 32장도 줄이고 줄여 올렸던 것인데 그 중에서 다시 9장을 줄여 23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만하면 제 눈에 안경, 주책바가지라는 평은 면할 수 있으려나... 사실 경철이 요 몇 년 간 놀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탓에 스스로 놀아달라고 저렇게 삐약거리고 다니기 시작 하니 정말로 눈물이 날 지경으로 기뻐서 느닷없이 눈이 번쩍 뜨이는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 나는 아이가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것이 노화 때문이 아니라 귀앓이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나니 미안하고 또 미안한 그리고 고마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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