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슨 이유에선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장면을 발견 했는데 때는 2012년 10월. 이 형제가 한 살하고 5개월이 지났을 때였으니 아직 '아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였다. - 코숏들도 1년 만에 다 자라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 고양이 형제의 모습이 변해가는 걸 보면서 확실하게 알았는데 더 이상 자라지 않기까지는 거의 2년이 걸리더라. 물론 개체마다 다르겠지만.
[2012년 10월 10일]
아기 고양이 경철이가 어느날 밤 갑자기 이렇게 곤두박질을 친 자세로 한참 동안 앞만 응시하고 있는 걸 발견, 아이고 저 구석지는 청소도 잘 하지 않는 곳인데... 아무튼 저 자세가 하도 귀여워 사진부터 찍고 봤다.
그러면 그렇지, 이유 없이 그럴 리가 있나,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집 안하무묘였던 철수 고양이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인데 집사도 순간적으로 저 녀석이 또 제 동생에게 심술을 부리려고 가는구나 했다,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이니까
하지만 뜻 밖에도 이것이 그 다음 장면이다. 하얀 고양이는 여전히 공포에 떨며 곤두박질 친 자세로 찌그러져 있는데 형 고양이는 그런 동생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고 바구니를 타고 올라간다.
이잉? - 경철고양이의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 하고 있다. 물론 집사도 동시에 이잉? 했다.
거 쑥스럽구만... 정말이지 상당히 민망했을 것이다. 인간도 틀림없이 철수가 한 공격하리라 믿고 있었는데 말이다.
[2012년 10월 02일]
사실 경철 고양이가 공연히 이런 오버를 한 것이 아니고 - 이것은 위 장면으로부터 8일 전의 모습인데, 아니나 다를까 철수 고양이가 솜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며 공격 해들어가니
밀리다 밀리다 저 구석까지 껴 들어가 '나 죽었소' 하고 찌그러져 있었던 경험이 기억 난 탓이었다. - 철수 고양이의 뒷모습이 진짜로 유치원 아이에게서 삥 뜯으려는 양아치 같지 않은가?
저 눈빛은 사진만 찍고 있는 집사를 향한 원망일까, 정색을 하고 바라보니 도와주지 않는 것이 잘못일까 아닐까, 깊이 새겨보게 만든다.
이렇게 턱도 없이 좁고 낮은 것에 끼어 들어가 있으니 공격자가 포기하고 돌아서자 안도하는 눈빛이 된 작고 여린 하얀 고양이 - 이것이 내가 첫머리에서 코숏들도 2년 이상 자란다고 말한 근거가 된다. 저 때 이미 한 살 반이었는데 저것이 가능한 체구였고 지금도 저 가구가 집에 있지만 얼추 눈대중만으로도 저기에 끼어들어갈 만한 상태는 절대로 아니므로^^
[2019년 11월 30일]
아무튼 첫 사진의 저모습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경철이 살짝 오버스런 겁쟁이 고양이였던 것이 새삼 기억이 나 여전히 침대 밖은 위험하다고 여기지만 이렇게 어엿한 장년의 성묘가 돼 온갖 풍파를 다 겪은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이 새삼 대견해 보인다. 잘 자라주고 잘 견뎌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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