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양이 섬 - 욕지도 고양이 이야기

언니가 부부동반으로 욕지도에 놀러 가 보내온 고양이 사진들이다. (용량 때문인지 저화질로 찍어서 아이들을 더 당겨서 보기는 어렵지만) 역시 캣맘이라 풍경은 하나도 없고 맨 고양이들만 눈에 띄는 모양이라 돌아서는 곳마다 고양이들 천지라는 메세지를 함께 보내 왔다.

꼬리를 높이 세우고 당당한 자세로 앞을 응시하는 검은 고양이[꼬리를 높이 세우고 당당한 자세로 앞을 응시하는 검은 고양이]

이 말에 어떤 분들은 욕지도가 일본의 아오시마처럼 "한국의 고양이 섬"이라 불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회색 고양이 - 이런 고양이는 품종 고양이다. 십중팔구 누가 버리고 갔을 것이다.[회색 고양이 - 이런 고양이는 품종 고양이다. 검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상대인지 지나가면서 꼬리를 더더욱 높이 치켜들고 끝을 물음표 모양으로 만들며 "놀자, 놀자아~" 하는데 회색이는 검둥이가 지나간다는 걸 느끼면서도 너무 피곤한지 귀만 쫑긋 반응하고 눈을 뜨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공생"을 추구하는 마음 따뜻한 장소가 있구나 생각하지만 찾아본 바에 의하면 욕지도 고양이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슬픈 역사가 있다

회색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검은 고양이[회색이가 반응을 하지 않으니 검둥이가 아쉬운듯 되돌아 오는데 회색이는 "음, 이 녀석 다시 오는군" 한 쪽 귀를 그 쪽으로 열어 느끼기만 하고 햇빛으로 달궈진 맨홀 뚜껑 위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그림의 회색 고양이는 어떤 나쁜 사람이 일부러 배를 타고 들어와 버리고 갔을 것으로 짐작하기 쉽겠지만 사실 이 아이는 대대로 욕지도에 살고 있는 "욕지도 품종"일 가능성이 높다

욕지도의 아메리칸 숏헤어 고양이

이 고양이도 소위 "품종 고양이(비싼)"의 핏줄이 섞여 있다 - 한 눈에 봐도 코리안 숏헤어에는 없는 "아메리컨 숏헤어"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숏헤어와 핏줄이 섞인 욕지도의 치즈태비[이 고양이 핏줄은 여기에 꽤 여러 대를 내려오며 살았는지 한 눈에 "가족이다"고 느낄 만한 무리와 함께 있었다]

욕지도 고양이의 슬픈 역사란 이런 것이다 - 1960년대 중후반, 당시 통영군이 지역의 섬에 쥐잡이 목적으로 고양이를 들이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고양이를 각국에 식용 또는 쥐잡이, 애완용으로 수출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대대적인 육성사업을 시작한다. 그 결과로 값이 나갈 때는 마리에 당시 돈으로 5천원 씩이나 나갔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당시 쌀 한 가마 80kg과 맞먹는 돈이었다)

아픈 것일까,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 고양이

이런 통영군의 고양이 육성정책으로 당시 주민들은 집집마다 한 마리씩 고양이 기르기 운동을 했고 (당시에는 툭하면 무슨무슨 운동이 그리도 많았다) 그리고 예쁜 고양이, 귀족스런 고양이 선발대회도 경남 도지사 배를 걸고 열릴 정도로 고양이 사육에 열을 올리면서 외국에서 갖가지 품종들을 수입해 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욕지도 고양이에 대한 다른 곳의 사진을 봐도 특이한 무늬나 털색을 가진 고양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렇다면 통영군은 왜 이런 정책을? - 검은 고양이는 외항선에서 "행운의 고양이"로 여겨 대단히 인기를 끌었고 삼색이가 그 중에서도 가장 비싸 6천원까지 올랐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외항선의 쥐잡이용 또는 고양이를 식용으로 쓰는 국가들에 수출용 그리고 애완(?)용으로 팔려 나가기 때문에 없어서 팔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몸이 몹시 말라 있는 치즈태비 고양이[왼쪽에 몸이 마른 이 아이도 아메리칸 숏헤어의 핏줄을 타고 났다. 아마 위에 있던 아이와 가족인 모양이다]

게다가 일본의 전통악기인 샤미센을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쪽으로 판로가 열려 있었고 중국 음식점에 식용으로 납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산업이 발전하고 더불어 판로가 자연스레 막히면서 고양이 사육도 열기가 식어갔다. 그렇다고 욕지도를 비롯한 인근 섬의 주민들이 일부러 고양이를 해치거나 따로 거두거나 하지는 않아 사업이 끝난 이 후에 방치 된 수 많은 고양이들이 야생에서 살고 있었기 떄문에 이 일대가 한국의 고양이 섬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밥그릇을 향해 걸어가는 고양이

하지만 이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그곳의 고양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유는 이런 마을들이 방송을 타는 등 널리 소개가 되면서 동물학대를 즐기는 사이코패스들이 일부러 찾아와 독극물을 먹이거나 흉기로 죽이는 등의 행위를 하는 일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고양이 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넉넉한 자연과 밥자리, 고양이와의 삶에 익숙해 오히려 무심한 주민들과 함께 지내는 편이 도시에 있는 길고양이들의 삶에 비하면 그나마 낙원이라 할 수 있을지도...

한 곳을 바라보는 세 마리의 고양이 가족

사람의 존재나 시선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들을 하고

정답게 모여 앉은 고양이 가족

이렇게 셋이 정답게 앉아있다가 다른 두 녀석이 마실을 가기로 했는지 

사이좋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어가는 고양이 두 마리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나서고

제 영역에 앉아 졸고 있는 고양이

이 녀석만 오두마니 저 있던 자리에 앉아 졸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사람을 바라보는 욕지도의 고양이

이제 드디어 누가 봐도 갈 데 없는 한국 토종 고양이의 등장이다

벽을 따라 걸어가는 욕지도의 턱시도 고양이

잠시 자신을 찍는 아짐을 응시하더니 역시 냥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간다

꼬리를 높이 들고 여기저기 살피는 고양이

사진 찍히는 것이 영 어색하고 싫었던 것인지 한참이나 이리저리 한 눈을 파는 척하시던 이 고등어태비,

사람을 보고 말을 거는 고양이

"사진을 찍으려면 밥이라도 좀 주고 찍으라옹~" 일갈하는 것 같다

욕지도 마당에 묶여 지내는 불쌍한 강아지

요즘에는 고양이들보다는 오히려 버리고 가는 강아지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 어떤 마음이면 섬에까지 와서 제가 기르던 아이를 버리고 갈 수 있을지 그것이 짚어지지 않는다.

길을 건너려다 사람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 고양이

길을 건너려다 말고 - 저 앞에 보이는 자갈길은 사람용 맨발 마사지길 같은데 고양이들은 저 길을 어떻게 건너 다닐지, 제발 저기서 뛰지 말아야 할텐데...노파심이 고개를 든다. 제 구역인데 오죽 알아서 잘 다닐까

사람을 빤히 올려다 보는 고양이

사진 찍는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니 "뭐 좀 줄라고 그랴?" 하듯 빤히 올려다 보다가

나무 밑에 주저앉은 고양이 한 마리

뭐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듯 아예 퍼질러 앉아버린다

한 무리의 고양이가 쉬고 있다

펜션 데크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고양이 무리 - 잘 보면 뒤에 턱시도 고양이도 보인다. 노란 녀석들은 역시나 사내 아이들이 많다(80%)는 말이 맞다. 가을 햇살 아래 널부러진 두 녀석 모두 땅콩이 아니라 아예 감자를 하나씩 차고 있다

쑥스러운듯 귀를 긁는 치즈태비 고양이

"거 쑥스럽구만~"

욕지도의 턱시도 고양이가 계단을 올라간다

아이들 행동거지를 보니 사람들에게 쫓기거나 몹쓸 짓을 당하며 사는 아이들은 아닌 것 같아 그래, 그 곳이 고양이 섬 맞긴 맞나보다 싶으다. 그들이 여기에 이리 많이 살게 된 연유야 어찌 됐든.

우리나라에서는 '카오스'로 불리는 삼색이

우리나라에서는 '카오스'로 불리는 삼색이의 일종인 옷을 입고 있는, 당시에는 6천 원으로 쌀 한 가마보다 더 비쌌다는 고양이의 할 말 많고 어쩐지 서러워 보이는 녹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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