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일취월장 아깽이

나는 어미 고양이가 아깽이 교육 시키는 모습을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는데 창문 밖 아이들 밥을 주다가 아깽이를 완전히 독립 시키지는 않지만 밥을 스스로 찾아 먹도록 교육하는 광경을 보는 일은 꽤 자주 있었다.

이 고양이 이름은 까꿍이다. 이 장면이 있기 며칠 전 저 뻘건 담벼락에 딱 붙어

이 녀석 이름은 까꿍이다. 이 장면이 있기 며칠 전 저 뻘건 담벼락에 딱 붙어 "까꿍"하듯 내다보던 모습으로 첫 대면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 날, 이렇게  드물게 보는 심한 마징가 귀와 똥그랗게 치뜬 눈을 하고 나타난 이유가 있었다. - 사진 순서를 보니 나는 처음에 이 녀석만 먼저 발견했고

그 다음에 카메라 위치를 옮겨 보니 어미 고양이인 지영이가 저렇게 담벼락 위에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그 다음에 카메라 위치를 옮겨 보니 어미인 지영이가 저렇게 담벼락 위에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데 (그 집은 방범창 때문에 얼굴을 내밀어 밖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저 어린 까꿍이가 그걸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지영이가 인간에게 밥 얻어먹는 법, 밥 자리 등을 가르쳐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어린 까꿍이가 그걸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지영이가 인간에게 밥 얻어먹는 법, 밥 자리 등을 가르쳐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러니까 밥은 여기 담벼락 아래로 뛰어내리면 있고

특식이 먹고 싶을 때는 이렇게 창 아래로 와서 짧고 애처롭게 울고 기다리면 저 쪽으로 캔이 하나 떨어져~

특식이 먹고 싶을 때는 이렇게 창 아래로 와서 짧고 애처롭게 울고 기다리면 저 쪽으로 캔이 하나 떨어져~

서로 대화하듯 마주보는 어미 고양이와 아깽이

"알아 들었니, 아가?"

"네에~ 엄마"

저 높은 담벼락에 3개월 반 정도 된 어린 고양이가 어찌 저리 뛰어올랐는지, 우리집 아이들은 한 번도 저리 높이 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놀랍기만 하다.

이것이 한 시간쯤 후의 모습이다. 역시 교육 받고 있는 중이라는 내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이것이 먹힐지 어떨지 몰라 심히 의심스럽고 불안한 표정으로 창문에저 좀 떨어진 담벼락에 올라와 오두마니 앉았다. 그런데 저 높은 담벼락에 3개월 반 정도 된 어린 고양이가 어찌 저리 뛰어올랐는지, 우리집 아이들은 한 번도 저리 높이 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놀랍기만 하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어른 고양이들을 따라 다니더니 첫 교육을 받은 후 딱 5일째 되던 날 드디어 혼자 나타나 인간을 똑바로 올려다 보신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어른 고양이들을 따라 다니더니 첫 교육을 받은 후 딱 5일째 되던 날 드디어 혼자 나타나 인간을 똑바로 올려다 보신다. "그런데 올라 와야지 인석아 그렇께 아래까지 떨어뜨리면 먹을 거 다 흩어져~" 

그로부터 이틀 후, 그 사이 망설이다 돌아가고 여린 소리로 사람을 불러도 보고 하는 여러 장면이 있었지만 다 건너뛰고

그로부터 이틀 후, 그 사이 망설이다 돌아가고 여린 소리로 사람을 불러도 보고 하는 여러 장면이 있었지만 다 건너뛰고 

저 자리는 처음에만 좀 줬을 뿐 더 이상 밥주는 곳이 아니라 더러운데 용기를 내 거기까지 온 아이를 맨 입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아랫층 보일러실 지붕 위로 올라와 인간을 불러 혼자 특식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저 자리는 처음에만 좀 줬을 뿐 더 이상 밥주는 곳이 아니라 더러운데 용기를 내 거기까지 온 아이를 맨 입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첫 밥을 먹고 가더니

다음 날 철수 고양이가 창가에서  끼룩끼룩 이상한 소리를 내며 뭔가 안절부절 창문을 바각바각 긁고 난리를 치길래 뛰어가보니

다음 날 철수가 창가에서  끼룩끼룩 이상한 소리를 내며 뭔가 안절부절 창문을 바각바각 긁고 난리를 치길래 뛰어가보니 오잉? 이게 누구래?

까꿍이 어느 새 다른 쪽 지붕을 타고 창문으로까지 진출해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방충망에 손톱을 꼬옥! 박고 안을 들여다 보고 서 있는 것이었다

까꿍이 어느 새 다른 쪽 지붕을 타고 창문으로까지 진출해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방충망에 손톱을 꼬옥! 박고 안을 들여다 보고 서 있는 것이었다.

일취월장, 하나를 가르쳤더니 지가 알아서 열 가지를 더 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당돌한 넘이 있나! 즈 엄니한테 혼자 밥 먹는 교육 받은지 며칠 됐다고?! 일취월장, 하나를 가르쳤더니 지가 알아서 열 가지를 더 하고 있는 꼴이다. 즈 엄마인 지영이는 내 밥을 이 년 가까이 먹고 있었음에도 한 번도 저런 행동을 한 적인 없었는데 청출어람이란 말이 여기에 딱 맞는 말인 듯하다.

내가 저 창 밖 구조를 아는데 저 작은 넘이 이렇게까지 얼굴을 들이밀도록 서려면 아마도 위태위태한 모서리에 까치발을 하고 서 있었으리라

내가 저 창 밖 구조를 아는데 저 작은 넘이 이렇게까지 얼굴을 들이밀도록 서려면 아마도 위태위태한 모서리에 까치발을 하고 서 있었으리라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나는 에피소드였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다

아무튼 길고양이 세계에도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지만 이사를 며칠 앞두고 있었던 터라 혹시 내가 떠난 후 도배 등을 다시 한다고 창문을 열어놨을 때 저 녀석 저러다 나쁜 아저씨에게 치도곤이를 당하게 되지만 않을까 아예 내가 "이 놈! 저리가, 여기서 이러면 안 돼!"며 쫓았던 그 때 그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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