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와 냥아치

고양이 형제 식사시간이다

호랑이 무늬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다

예전에는 즈들 식탁에 나란히 차려 주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꽤 오래 된 언젠가부터 멀찌감치 떨어뜨려 주지 않으면 철수가 웬만해서는 밥을 먹지 않으려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렇게 뚝 떨어뜨려 두 녀석이 밥 먹는 모습을 한 프레임에 잡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게 된 지가 몇 년이다

하얀 고양이가 지나가다가 밥 먹는 호랑이 무늬 고양이를 돌아본다

우리집 하얀 고양이, 제 밥 먹다 말고 공연히 산책을 시작하더니 스윽 지나가는 척하면서 제 형 밥 먹는 것을 슬쩍 돌아본다

남의 밥그릇에 얼굴을 들이미는 하얀 고양이

저 녀석이 밥 먹다가 느닷없이 산책을 시작할 때부터 철수도 나도 이럴 줄 알고 있었다, 냥아치 시키! 저 좁은 밥그릇에 고개를 대놓고 쑥 들이미니 철수가 얼굴을 치워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

제 밥을 뺏아먹는 하얀 고양이의 냄새를 맡는 얼룩 고양이

"야, 좋은 말로 할 때 비켜" 철수가 좋은 말로 타이르는 듯이 보인다. 앞의 말은 그야말로 인간의 해석이지만 떨떠름한 상황을 당할 때 약한 고양이 쪽에서 상대의 냄새를 맡는 듯 저런 동작을 잘 보인다

하얀 고양이는 남의 밥을 먹고 호랑이 무늬 고양이는 비어가는 밥그릇을 내려다 본다

"어느 집 개가 짖노, 얌냠"

그 꼴을 보던 철수 고양이, 슬쩍 밥그릇을 내려다 보니 어느 새 거의 비어가고 있다

손을 털면서 돌아서는 형 고양이와 뺏은 밥을 계속 먹는 동생 고양이

"마이 처묵어라!" 오른손을 타라락! 한 번 털고는 자리를 비킨다 - 아픈 후로는 잘 그러지 않더니 그리고 급기야 딱 한 번은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했는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밥을 뺏고 뺏기는 고양이 형제의 장면

그렇게 여의 때처럼 철수가 자리를 피하는데 돌아보는 눈길이 내 눈에는 영 심상찮다. 저 뒤에 혀까지 내밀고 얌냠 하시는 냥아치만 세상 모르는 것

고양이 형제의 싸움 - 의자 밑에 숨은 동생 고양이를 공격하는 형고양이

그리고 사진의 시간을 보니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시점에 저 쪽 방에서부터 우다다 퉁탕 소리가 들려 올 게 왔다, 생각하고 집사는 카메라부터 챙긴다. 경철 고양이 상처도 다 나았고 그렇다면 둘 사이에 끼어들 생각 조금도 없으니까 - 의자 밑에 허옇게 보이는 것 중 일부가 경철 고양이다. 이미 '걸음아 날 살려라~' 신세가 된 것이다

싸우고 있는 고양이 형제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어서 철수가 이 쯤에서 포기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의자 밑으로 기어이 머리를 들이밀고 제 동생을 한참은 쥐어박더니 기어이 저 좁은 의자 옆의 구멍에서 바구니 동굴 위로 탈출하는 기술을 부리게 만든다. 쫓겨 올라온 고양이 바구니 동굴 위에서 서너바퀴 뺑뺑이를 치다가 다시

형 고양이에게 쫓겨 달아나는 동생 고양이

나왔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쏘옥~

화난 표정을 짓는 호랑이 무늬 고양이

대장 고양이 저 표정 봐라! "이 넘 시키 어디 감히!"

입맛 다시는 하얀 고양이

이렇게 쫓겨 들어간 하얀 고양이 "쩝, 드디어 끝났네" 하시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반성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고로, 또 기회가 되면 제 형 밥을 언제든지 지나 가는 척하면서 스윽~ 가로채는 냥아치 짓은 계속 하게 될 모양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