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 당하고 삐친 고양이

경철 고양이가 100일 간의 투병을 하는 동안 모든 일상이 올스톱 됐다가 이제 겨우 하나, 둘 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양치질이다. (경철 고양이는 아직 제외)

양치질 하고 삐쳐서 동굴에 숨은 고양이

철수 고양이, 양치질을 잘 견디면 보상으로 츄르 준다는 걸 잘 알면서도 어떤 날은 츄르고 나발이고 세상 짜증스럽다는듯 양치질에서 놓여나자마자 이렇게 동굴에 들어가 등을 돌리고 앉는다. 내가 해주는 양치질이라 해야 손가락에 치약 묻혀 이빨에 골고루 문질러 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어금니쪽으로 손가락이 들어가고 문질문질 이런 것이 좀 구역질이 나나 싶기는 하다. 이건 뭐 양치질도 아니고 그냥 흉내만 내는건데도 저리 싫어한다

양치질 하고 삐쳐서 동굴에 숨어 셀프 양치질 하는 고양이

컴컴한 아이가 컴컴한 곳에 들어앉아 있으니 뭐하는지 보이지 않아 여러 컷을 나름 방향이 조절해가며 눌러보니 "AC, AC" 하듯 셀프 양치질을 하고 있다. 그래도 철수는 더러 내 손가락에 음식 찌꺼기가 꽤 많이 묻어나오기 때문에 양치질을 걸를 수는 없다. 그게 다 충치와 염증의 원인이 되니까

바구니에 푸짐하게 담겨 있는 하얀 고양이

한 편 오랜만에 침대 밑에서 나와 제 일은 아니라는듯 철수가 하는 꼴을 지켜보고 있던 고양이

서로 마주보는 형제 고양이

"구경하이 재밌나. 저 집사가 니라고 양치질 안 하지 싶나?"

집사를 바라보는 하얀 고양이

"진짜가? 나도 양치질 할 거가?"

머리를 흔드는 하얀 고양이

"아니아니, 나는 안 할라요~"

"너는 아직 안 한다 이 넘아, 목 졸린 흔적이라도 없어질 때까지 유보한다 했자녀~"

누워서 하품 하는 고양이

"아이고 내 팔자야, 저 시키는 봐주고 맨날 나만 갖고 그래애~"

무엇인가를 원하는 눈빛으로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그럼 나 츄르 줘~"

두 손을 모으고 애교 부리는 고양이

"츄르 주떼요~" - 그 잘난 문질문질 한 번 하고 매 번 츄르를 드시니 그 넘의 양치질 하나마나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양치질을 좀 소흘히 하면 입냄새가 확연히 더 많이 나기 때문에 건너 뛸 수도 없고. 그런데 옛날에는 이런 것 없이 다들 잘만 살았는데 괜히 아이들을 인간들의 생활방식으로 데려 들어와 받지 않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 반응에 스트레스가 섞여 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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