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어가는데 말도 못하고...

경철 고양이 목에 목졸림 흔적을 처음 발견하고 사진 찍은 날이 10월 23일이었다. 그 날짜도 기억이 안 나 이미 올렸던 글 검색해서 다운로드까지 해 찾아보니 그랬다.

내 고양이 목에 아직도 남은 넥카라 자국

그리고 이 사진은 며칠 전인 11월20일. 


자국을 발견하고 넥카라를 느슨하게 해 주다가 결국 제 손으로 벗어던져서 완전히 해방 된 것이 11월 2일이었으니 이제 저 목에 자국이 없어질 때도 됐건만 얼마나 죽도록 목을 졸랐으면... (처음 발견 했던 날과 비교하면 많이 희미해지긴 했다  -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내 고양이 넥카라, 욕창 생길 뻔...) 그래도 엎드려서 밥을 먹을 때마다 드러나는 자국에 아프고 미안한 마음을 어찌 형언할지 모르겠다.

밥 먹다가 돌아보는 하얀 고양이

셔터소리가 방해 되지는 않았을테고 집사의 한숨이 저 예민한 털끝까지 가 닿았는지 슬쩍 돌아본다

"아, 고양이 밥 먹는데 왜 한숨을 쉬고 지롤여~"

집사를 노려보는 고양이

정말로 심하게 못마땅하던 모양인지 이렇게 세게 한 번 인간을 야리더니

집사가 귀찮아 다른 곳으로 가 밥을 먹는 고양이

자리를 옮겨 제 형이 먹고 남긴 밥그릇으로 가 계속 식사를 하신다. 제 목과 귀가 저 꼴이 된 줄도 모르고...

고양이 입술에 무슨 일 생긴 것일까

그리고 하루가 지난 21일 목요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책상으로 뛰어올라 인간 손에다 머리를 비비고 애교를 부려대길래 쓰다듬어 주다가 발견한 아랫입술의 시커먼 무엇 (이 사진은 이미 손으로 긁어낼 만치 긁어내고 찍은 것)

내 고양이 상처에서 긁어낸 검은 무엇

이건 또 뭐고... 가슴이 천근으로 내려앉는다. 사실 일주일인가 열흘 전에도 살짝 무엇이 보여 봤더니 치약이 묻어서 굳은 자국으로 보여 닦느라고 닦았는데 그것이 남아서 썩어 버린 것일까, 살살 긁어내니 이렇게 털과 함께 떨어지기는 하는데

내 고양이 턱 밑에 난 상처

아이 아랫입술 바로 아래에 이렇게 구멍이 나 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긁힌 자리에는 검은 것이 아직도 남아 있어 혹 귀에 있던 곰팡이 병이 저기까지 옮았나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 여차하면 사진이라도 들고 병원에 가려고 아이는 더 이상 병원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서 턱 밑에 들이대고 사진을 수십장 찍어 (모델이 자꾸만 움직이니 그 넘의 것 초점 맞추기는 어찌 어려운지) 겨우 자국에 초점이 맞은 사진이 하나 생겨 그 부분만 잘라  따로 보관을 하고 - 위 그림은 아님

맑고 도도해 보이는 우리집 하얀 고양이

그렇게 화면도 못보며 찍은 것들 중에 이렇게나 이노센트, 도도 고고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내 눈에만?) 한 장 건져졌는데 이 사진에도 목 졸린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다.


다행히 저 검은 자국은 오후에 작정하고 앉아 소독약으로 닦아 봤더니 꺼먼 것들이 묻어나오고 와중에 털은 더 빠졌지만 역시 치약이 털에 뭉쳐 떡지면서 썩어 그랬던가, 생각하고 병원은 잠시 보류하고 금요일인 오늘 아침에 한 번 더 소독을 해보니 그 사이 어제 봤던 것보다는 많이 나아져 있어 마음이 놓이기는 하지만, 요 며칠 머리를 다시 터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말처럼 뛰어다니던 귀여운 내 고양이[2013년 12월, 두 살 반이었던 6년 전의 경철이]

이렇게 말처럼 뛰어다니던 건강하고 명랑한 아이였는데 요 몇 년 사이 내가 야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나이 들어가면서 어디가 불편하면 말이라도 좀 할 줄 알면 좋을텐데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집사가 눈치 채지 못하면 고스란히 혼자 앓고 견뎌야만 하는 생명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고 아픈 마음에 새삼 마음이 편치 않은 주말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