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쓰인 저것이 애국가 2절이라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4절이더라 (귀화시험에 합격하긴 다 글렀어...) - 이 제목은 생각을 따로 한 것이 아니라 지난 밤에 난데없이 갑자기 떠올라 오늘까지 내 귓속에 벌레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소절인데, 사연인즉...
TV에 고양이 수의사 선생님이 들고 나왔던 장난감이 내내 눈에 남아있어 생각날 때마다 검색을 해도 잘 안 잡히더니 며칠 전에 드디어 똑같은 물건이 눈에 띄길래 2종을 구입, 아이들에게 선을 보이니
경철 고양이, 멀리서 저것이 무엇인가 지켜보다가
살짝 호기심이 생기는듯 몸을 낮춰 관찰하는 고양이 특유의 동작을 선보인 다음
저것이 정말로 안전한지 다시 정자세를 하고 서서 충분히 관찰한 후
드디어 사냥에 나서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는지 사냥감을 향해 뛰어오르는 자세를 취하길래, 집사 생각에 '그래~ 오랜만에 경철 고양이 신나게 한 판 놀아주겠군' 하는 기대로
뛰어드는 아이에게 초점 맞출 생각도 못하고 헤벌쭉 하고 있었는데...
막상 뛰어들어보니 멀리서 짐작했던 그런 녹녹한 동물이 아니었던 것일까
사냥감이 다가가니 오히려 손을 들고 오히려 제 쪽에서 몸을 사리는 자세를 보인다. 어릴 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마구 흥분해서 무작정 솜방망이를 날리곤 했었는데
이제 이 모든 걸 집사가 하는 짓이란 걸 알아버린 거의 9살 먹은 고양이,
"나 물 마셔요, 건들지 마세요~" 한다 - 아무리 크게 싸우다가도 한 쪽이 뭘 먹거나 마시거나 하면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이 고양이 사회의 불문률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 했던 것처럼 집사도 그 규칙 만큼은 절대로 존중 해줘야 한다
그래서 저한테 신경쓰지 않는다고 삐친 것인지 등 돌리고 앉은 철수 고양이 꼬리를 이 장난감으로 툭툭 건드리니
눈빛 봐라 "네 이 이노옴~ 무엄한지고!"
지체없이 무엄한 자의 목을 틀어물고 칵칵 물어 숨을 죽인 후
털 뽑기를 시작한다. 한 오라기 뽑아 입에 물고
"투앗 퉷!" 머리를 흔들어 뱉아내고 또 한 오라기 뽑아올리기를 반복한다 - 대부분의 고양이 깃털 장난감의 숱이 모자란 것은 바로 이런 행동 때문이다
이제 무시무시 거대한 저 장난감으로부터 놓여 났나보다, 안심한 경철 고양이 무심히 스크래칭을 하다 다시 덤비는 적을 발견하고 "허걱!"
슬슬 하나도 겁 안 나는 척 느리게 걸어가더니 "나 밥 먹어요~"
그렇다면 다시 용감하지만 심심한 철수 고양이에게로 동굴을 통해 접근하니 또 저 눈빛 "무엄한지고~"
"내 오늘은 반드시 네 놈의 주리를 틀고 말 것이니!" 며 뛰어드는데
물도 마시고 밥도 먹은 이 고양이, '제발 좀 뛰고 놀아라~"는 집사의 바람은 귓등으로 흘리고
슬슬 곁눈질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더니 또 다시 밥!
집사 - "IC! 이게 얼마짜린데..."
그래서 다시 매 번 '무엄한지고~'로 반응해주는 고마운 철수 고양이에게 들이대니 저 눈빛은 매 번 보던 그것이 아닌
철수 고양이 : "이걸 또 하라고...?"
집사 : "... 그래 젠장, 다 치아랏!" 하고
실망스런 마음에 뿔이 난 인간, 철수가 종종 장난감을 꺼내려고 뛰어오르는 문에 걸린 천가방에 (내심 철수가 또 그러기를 기대하고) 푹 꽂아놓고 돌아서서 이 꼴을 보자마자 집사 머리에 "이 기상과 이 맘으로~" 가 떠오른다. 왜, 왜~. 왜?!
그리고 오늘도 종일 같은 구절이 귓속에 벌레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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