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마취에서 깨기도 전에 내 고양이가 한 행동

어제의 마지막 장면이 아래 모습이었을 것이다 (내 고양이 이개혈종 수술을 한 후에)

수술 후 마취에서 덜 깨어난 고양이

사실 여기저기 처박고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고개를 못가누고 몸 전체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중인데

마취에서 덜 깬 고양이가 입에 문 먹을 것

이 고양이가 정확하게 방향을 잡고 향한 목표물이 있었이니 - 보이시는가, 입에 물고 계신 저 물건!

강아지 고양이 공용 개껌

그레인프리에 고양이도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적혔길래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쌓였을 철수나 질겅질겅 씹으라고 사 온것이었는데 정작 철수는 이것을 거들떠도 안 보고

먹을 것을 물고 아지트를 찾아가는 마취에서 덜 깬 고양이

마취에서 아직 깨나지도 못한 녀석이 저 크고 질겅질겅한 것을 덥썩 물고는 집사가 이 기이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다가가자 빼앗길까 두려웠던지 나름 재빠르게 방향을 바꿔 은신처로 향하는 중이다. 고양이답게 은밀한 곳에서 조용히 씹고 뜯고 맛보고 싶은 것이다

마취에서 덜 껬지만 입에서 먹을 것을 놓지 않는 고양이

그리하여 늘 뭘 먹을 때 담아놓고 등 돌리고 앉더 그 바구니까지 도착은 했는데 머리를 들지 못해 겨우 5cm 남짓한 바구니의 턱을 넘지 못한다. 집사가 얼른 바구니에 넣어줬지만 빈 입으로도 고개가 무거운지 그 바구니까지 머리를 들여 놓지 못한다. 아... 선생님이 8시 넘어서 습식으로 주라고 하셨는데

고양이 껌을 입에서 놓지 않는 고양이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25분. 설마 질긴 것이니 못 먹겠지. 스트레스나 풀게 놔두자 마음 먹는다

기어 다니면서도 먹을 걸 입에서 놓지 않는 고양이

집사가 자꾸 가까이 가니 도대체 제 몸이 얼마나 빠르다고 생각 하는지 또 나름 고개를 획 돌려 방향을 바꾼다. 

뺏긴 개껌을 찾으러 다니는 고양이

아무리 네가 식신이라도 이건 아니다, 는 생각에 금새 마음이 바뀐 집사가 개껌을 뺏았더니 "내 껌, 내 꺼엄~" 하며 돌아다닌다

마취 상태에서 밥을 잘 먹는 고양이

이렇게나 먹을 것에 집착하는 걸 보니 좀 일찍 밥을 줘도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밥을 차려 드리니 순식간에 뚝닥 해치우셨다. 하기는 하루에 5~6끼 먹어야 하는 아이가 오전 10시 이 후로 오후 6시가 되도록 아무 것도 못 먹었으니 배가 얼마나 고팠을까.

걷지 못하는 다리로 어디론가 가는 고양이

그렇게 식사를 마치신 분이 마치 어딘가 볼 일이 있다는 듯 바쁘게 어디론가 향한다. 집사는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 보시다시피 아직도 다리가 저 모양이니까

완전히 앉은 자세로 소변을 보는 고양이

따라와 보니 즈들 화장실에 자리를 잡고 예사로이 앉아계신다. 고양이들은 몸이 아플 때 제 화장실에 잘 앉아 있는데 (특히 이 아이가 잘 그런다) 또 그러려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집사는 아이 몸을 부축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겨워져 번쩍 안아 올릴까 유혹도 잠시 받았지만 제 맘대로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꾹 눌러 참았다. 그런데~

소변으로 젖은 고양이 털

이 고양이, 화장실에서 마냥 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리를 가누지 못하니 그냥 예사로 앉아있는 듯한 자세로 오래 공들여 쉬야를 하신 것이었다. 모래범벅... 기절을 한 집사가 그나마 최대한 깨끗하게 닦고 또 닦은 후에 찍은 것이 저 모습이다 - 저 와중에도 기어이 화장실을 찾아가는 심보는 도대체 뭘까, 아무 곳에나 싸도 뭐라그러지 않을텐데

이제서야 좀 쉬는 마취에서 덜 깬 고양이

그리고는 겨우 바구니를 찾아가 수술 후 처음으로 자리를 잡고 편히앉는다. 와중에도 여전히 초점이 돌아오지 않은 눈으로 집사를 야린다 "왜, 뭔 일 있나?"

돌아 앉아서 뭔가를 하는 고양이

이제 좀 쉬려나, 마음놓고 집사는 철수도 좀 돌아보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 아이가 어느 새 등을 돌리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새 또 뭐 하니~?

먹을 것에 집착하는 아픈 고양이

"이거 먹는다 , 이거 보이나?" 내가 하는 말을 들은 것처럼 입에 물고 있던 걸 돌아앉아 휙 던지듯 보여준다. 이 고양이 저 날 저녁에 이 명태포 두 개나 해치웠고 밥도 잘 먹었고 아무 탈 없이 소화 잘 시켰다. 이 와중에 고맙고 다행스러운 한 가지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멀쩡한 얼굴로 집사를 바라보는 아픈 고양이

저 끈덕짐에 혀를 내두르는 집사를 향한 저 시선 "왜, 니 또 뭔 일 있나?" 


그리고 그 날 밤은 열어놓은 상처 사이로 사방에 피고름을 흩뿌리는 밤이 되었고 고양이는 이제 새로운 그루밍 방법을 터득 했는데 너무 길어져 다음 시간으로 미루기로 한다. 어쨌든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인데 잘 낫고 있는 건지 아닌지는 집사의 눈으로 판단이 전혀, 1도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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