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개혈종 - 집사의 뒤늦은 반성

우리집 하얀 고양이 경철에게 이개혈종이 생기기 2, 3일 전부터 "귓병"이라는 주제로 다시 블로그에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몇 달 동안 어디가서 무슨 일을 겪으며 살았는지는 말 못한다. - 그냥, 이렇게 종류의 사람들도 있구나를 나이 60에 처음으로 알았다는 정도만...)


중요한 것은 우리 경철이에게 이개혈종이란 병이 생긴 것인데, 

이개혈종이란 독일어로는 Hörhämatom 영어로는 Aural hematoma라고 하는 강아지, 고양이들에게 생기는 병으로 쉽게 말하면 레슬링 등의 격투기 선수들에게 생기는 "만두귀"라고 생각할 수 있다. - 이것은 강아지나 고양이가 귓병에 걸렸을 때 귀를 심하게 긁거나 털어 귓속의 실핏줄이 터지거나 연골이 손상 돼 귓바퀴에 피가 차오르는 병으로 심해지면 완전히 터질 것처럼 빵빵해진다 - 그대로 두면 그것이 굳어 혹이 되는 등 귀의 변형을 부른다고 하는데 죽을 병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나는 내 새끼, 귀 변형은 상관 없다, 고통스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개혈종을 앓기 시작하는 고양이[집사가 이상을 알아차린 첫장면이다]

세균성 그리고 곰팡이성 귓병을 진단 받고 여름 내내 한 달 20일 동안 병원에 두 번 가고 쉬지 않고 약을 먹은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재발, 이것이 한 번 시작하면 여러 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고 며칠 있다 다시 하고 그런 식이라 그 때마다 닦아주다가 두 번째 닦아주고는 아이 태도도 영 이상하고(침대 밑에 들어가 안 나옴) 집사 짐작에는 다른 모든 행동으로 보아 다른 병이 생긴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다른 약을 더 먹어야 하나보다, 생각하고 혼자 병원에 가 약을 받아온 날이었다.


내가 놔 보겠다고 주사를 주시라고 부득부득 우겨 주사약까지 챙겨왔었다 (집사 혼자 고양이 병원에 다녀오다 - 고양이 귓병 이야기 3) - 이 날 어렵더라도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갔었더라면 어땠을까...

귀청소가 무서워 침대 밑에 숨은 고양이

9월28일. 아직 귀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 귀지가 다시 폭발해 한 번 닦아주고 그게 너무 싫어 숨어있는 모습이다 - 이 때 미루지 않고 병원에 갔었더라면

고양이 귀에 이미 이상이 시작 되고 있었다

그리고 10월2일 밤. 자세히 보면 오른쪽 귀에 이미 이상이 생기고 있었는데 저리 된 후로도 귀를 닦아주면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병원에 혼자 간 것은 10월 4일 금요일이었다. - 그리고 이 때 귀청소를 한 번 더 하지 않았더라면... 사실은 싫다고 울고부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귓바퀴를 당겨가며) 바락바락 귀지를 닦아내다가 내가 상처를 낸 것일 터이다. 닦아주지 않을 때는 혼자 아무리 긁고 털어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내가 두 번 닦아 준 후로 그런 일이 생겼으니 틀림없이 내 탓인 것이다..

고양이 이개혈종 수술

그리고 이대로는 절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한 다음 병원 가까이 사는 언니를 급파해 약과 넥카라를 공수 해오고 그래도 안 돼서 수술 하자는 선생님 말을 제치고 다시 집사 고집으로 일 차 석션을 치뤘는데(반 쪽만 스코티쉬폴드가 된 내 고양이 - 고양이 귓병 6)... 결국 나흘인가 만에 수술을 하고야 말았으니... :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나갈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집사들이여 제발 고양이 귀청소 하지 마시라. 만일 귀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냥 병원에 가지 외이도에 있는 귀지만이라도 닦아주겠다고 기를 쓰지 마시라... 나도 고양이 귀를 정기적으로 약 넣고 청소하고 그러면 안 되는 것 쯤은 알고 있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귀지를 닦아 준답시고 싫다는 아이 귀를 억지로 잡고 늘어져 이리 된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고양이가 귀 가려워 하고 머리 심하게 털면 그냥 병원가시라, 절대 직접 닦아주지 마시고... 그러면 설사 이런 병이 생기더라도 "내 탓이오"만큼은 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너무 성질이 까탈스러워 병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선생님께 미리 안정제 얻어다 먹이면 된다 - 약 기운이 돌면 잠이 들도록 몸이 퍼지지는 않지만 아주 성격이 좋은 아이가 된다, 그러니 고양이와 병원, 친하게 지내게 하시라고 이 참에 말하고 싶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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