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 온 고양이가 가장 먼저 하는 일

병원에서 돌아와 가방에서 나온 첫모습은 반 쪽만 스코티쉬폴드가 된 내 고양이 - 고양이 귓병 6에서 보여드렸기 때문에 생략하고 어제는 병원 다녀온 제 형제에게 고양이로서는 대단히 의외의 반응을 보여 뜻밖에 집사 마음을 아프게 한 모습들이었고 오늘은 그 날 경철의 이야기의 마지막 꼭지가 되겠다

병원에 다녀와 집안을 쉬지도 않고 집안을 점검하러 나서는 고양이

가방에서 나오자 마치 어디 갈 곳 있는 아이처럼 머리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기어서 밖으로 나가는 고양이

드디어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간다 - 고양이들은 특이한 것이 병원에 다녀오면 반드시 제 영역을 확인하듯 집안을 구석구석 검사하며 다닌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 일이다 - 저 뒷다리 걷는 것이 아니라 질질 끌고 가는 중이다

집사를 바라보는 하얀 고양이와 이모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철수 고양이

저도 고양인데, 걷지도 못할 지경이면서 제 영역을 어떻게 한 걸음에 다 점검 하겠는가, 가다가 철푸덕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집사 장바구니 위에 앉아버린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 삼신 아니랄까봐 꼭 뭘 깔고 앉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인데, 한 편 희한한 꼬깔을 쓰고 걷지도 못해 기어다니는 제 동생이 마냥 낯설고 신기하기도 한 철수가 따라가 큼큼~ 냄새를 맡기 시작하자 안방에서 "철수야!"고 엄한 이모의 목소리가 날아오니(제 이모도 그 때까지는 철수가 여지없이 공격을 하리라 믿고 있었기 때문) 놀란 눈으로 휙 돌아보더니

고양이 형제

"씨이~ 난 그게 아닌데..." 라는 억울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자리를비키는 철수... 거짓말 같겠지만 철수는 문장을 다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철수야 아니, 그거 말고 그 옆에 있잖아~ 이런 말. 진짜다!!!

영역점검에 나섰다가 잠시 쉬는 아픈 고양이

제 정신이 아니어도, 뒷다리를 질질끌어도 이 하얀 고양이는 절대로 "도도함"을 잃지 않는다. 체질인 모양이다

뒷다리를 가누지 못해 벌리고 엎어져 버린 고양이

"도도한 체질 아이다!" 제 형이 비켜주자 다시 영역탐색에 나섰다가 금새 이렇게 한여름의 체온 식히는 강아지처럼 뒷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뻗어버렸다. 사람이라면 얼르고 달래서 가만히 좀 누워 있게라도 하련만... 거 표정은 정말이지 "이, 네가 왜 이러지"하는 듯한

비틀거리면서 영역검사를 하러 다니는 고양이

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꾸만 꺾어지는 팔다리를 끌고 기어이 부엌을 지나 

영역관리를 하러 다니다 지쳐 쉬는 고양이

작은방까지탐색하고 돌아 나오시다 또 다시 퍼질러지고 말았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고양이로서의 품위를 지켜 두 뒷다리를 몸 밑으로 잘 간수한 모습이다. 여기서 이제는 확신이 드는 고양이의 특이한 습성 - 어디갔다 돌아오면 마치 제 영역이 잘 보존 되고 있나 살피듯 온 집안을 검사하고 다닌다. 이런 행동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6번 병원을 다녀 왔는데 철수나 경철이나 매 번 그랬다. 

바닥과 완전 밀착 된 채로 엎드려 밥을 먹는 고양이

그리고는 안방으로 돌아와 그 사이 이모가 차려놓은 밥그릇에 머리부터 처박는 저 마음은 무엇일까? - 나는 아이들 밥을 절대로 바닥에 그냥 주지 않기 때문에 놀라자빠질 지경인데 정작 본묘는 몸도 못 가누는데 오히려 잘 됐다 싶었던 것일까,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를 하고 있는데, 사지와 배가 바닥에 완전밀착 된 상태로 혀만 날름거리고 있다

넥카라를 하고도 정신없이 밥을 먹는 고양이

한 그릇 먹고 두 그릇 째에는 조금 기운이 났던지 팔이라도 세워 몸을 조금 일으킨다. 사람들 눈에 신기한 것은 저 정도로 정신이 없으면 속도 좋지 않을텐데 저 밥이 먹어질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두 그릇을 한 자리에서... 그래서 생각 해보니 그저께도 또 그 전에도 고양이들은 안정제만 맞거나 먹으면 식욕이 끝도 없이 돌았는데 아마도 사람과는 다르게 먹어야 살 수 있다는 본능이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래지기도 했다

밥을 먹고 돌아서는 고양이

두 그릇이라 하지만 환묘용이라 합쳐서 60g, 보통 고양이의 한 끼도 먹지 않은 셈이지만 아무튼 인간들을 놀래키고는 이제 아픈 이 후로 새 살림 차려 둔 침대 밑으로

다리를 가누지 못하며 침대 밑으로 들어가는 고양이

들어가 쉬려나 했더니 그냥 제 영역 검사하러 들어갔던 것일 뿐 - 저렇게 다리와 배를 끌며 저 날 못한 집청소를 다 하고 다녔다

캐리어에 제 발로 들어가 앉은 아픈 고양이

곧 바로 되돌아나와 나라면 꼴도 보기 싫을 가짜 닥스 캐리어로 들어간 앉더니

이상해진 동생을 관찰하는 형고양이

제 형이 다가와 아는 체 하는 것이 싫었던지 

약 기운에 취해 밥을 마구 먹는 하얀 고양이

자리를 피해 평소에는 거의 거들떠도 안 보던 건사료를 씹지도 않고 마구마구 삼키고는

짝짝이 귀를 한 내 불쌍한 하얀 고양이

드디어 바구니 아래 제 자리에 들어가 앉아 언제나와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나머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이상해진 동생을 멀리서 바라보는 형고양이

철수는 내내 묘하고 낯설은 분위기에 찍소리 한 마디 못하고 혼자 멀찌감치 자리잡고 이 사태를 이해 해보려 애를 쓰고 있고

넥 카라를 쓰고 집사 옆에 널부러진 고양이

경철군은 약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만 넥카라와 상관없이 집사옆에서 엥엥대며 컴퓨터 자판 위에도 앉아가며 애교를 떨어대더니 밤이 깊어가며 약기운이 사라지자 침대 밑으로 사라져 밤 새 파닥파닥 난리가 났었는데 저녁도 굶고 츄르도 그릇에 주면 머리를 뒤로 제끼며 점점 더 구석으로 들어가고 손가락으로 찍어주면 가까이와 겨우 핥핥(어제 얘기했지 싶으다) 그렇게 석션을 한 첫날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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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2019.10.11 11:49 신고

    철수와 경철이.. 이쁜데 짠하고.. 짠한데 그와중에도 귀엽고.. 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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