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거의 그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넥카라를 제 손으로 바꿔끼는 재주가 있는, 동물병원 간호사 인정 천재 고양이!
이렇게 밖에 나와 있으면 제법 평혼 하길래 이제 제법 적응이 됐나보다
다만 아직 적응을 못한 건 철수 일뿐
"야, 너 머리에 그거 뭐야"
"왜, 내가 머?'
"엄니, 난 자아가 암만해도 이상해 보여요"
"안 이상해, 귀 나으면 금방 풀거야~"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어쩌면 철수 고양이가 저 위에 장면에서 "야 이시키, 꼴이 그게 뭐야, 당장 풀어버렸!" 하고 경철의 자존심을 건드렸을지도...
그런데 이것이 진짜로 거짓말 한 개도 안 보태고 바로 다음 장면이다. 물론 더 찍을 장면이 없어 카메라는 쉬었지만 아까에 비하면 이렇게 생뚱맞기 짝이 없는 장면이 탄생한 것인데... 숨은 그림 찾기! - 아니, 달라진 그림찾기!!!
정답은 이것이다. 넥카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아이가 귀가 가려워 대신 넥카라를 긁어대면 마음이 아려서 차라리 안 보고 만다는 생각으로 잘 쳐다보지 않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진 데다 아이 숨소리가 너무 평온한 한 숨에 가깝게 들리길래 돌아보니 저 꼴을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저꼴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넥카라를 풀어헤치고 여유롭게 귀를 바락바락 긁다가 집사에게 딱 걸려 다시 목에 칼을 찬 신세가 된 것이다
철수 : 야아~ 너 재주 좋다!
경철 : 췌에~ 뭐 그깟 걸 가지고!
그리고 이 넥카라마저 두 번을 더 벗어 던졌는데 재주가 어찌나 신기에 가까운지 침대 밑에 들어가 어디 한 곳에 카라를 걸고 머리를 아래 살짝 숙여 빠져나오는 수법을 쓰는 듯 보였다. 두 번째는 어찌나 도분이 나는지 다리를 잡고 거칠게 끌어내 "이러면 목 졸려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꽉 졸라 매놓고 아이 상태를 살폈는데
밥만 잘 먹고 잠만 잘 자더라
그 와중에 어디선가 빠지직빠지직
어디서 났는지 빵봉지를 씹고 뜯고 즐기는 철수 고양이 - 야, 이 시키! 하며 뺏았다가 금새 마음을 바꿔먹고 돌려줬다. 이 와중에 왜?인지는 두 마리 이상의 집사라면 다 이해하시지 싶다 - 미안해서, 이런 상황이 닥쳐 제대로 관심도 못주고 때로는 끼니도 놓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수술은 오늘 오후(10월 11일) 3시 30분으로 예약 돼 있다. 그러려면 2시에 안정제를 먹여야 한다 (성질 더러운 고양이 병원에 데려갈 때 쓸 수 있는 꿀팁이다 - 정말 상상 이상으로 성질 더러운 넘들 있는데 이럴 때는 선생님께 이야기 하면 안정제를 미리 주신다)
[고양이 약 먹이기]
이것은 안정제 뿐 아니라 어떤 알약이라도 먹일 때 정말 유용한 것인데 집사님들은 잘 봐 두시라 (울 큰언니가 똥손으로 찍어 사진은 별로지만)
1. 일단 집사가 고양이를 잘 싸 안는다 - 신축성이 좋은 치마를 입고 있으면 가장 좋다, 왜냐하면 아이를 치마폭으로 완전히 감싸안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두 팔이 자유롭지 않도록 목만 내놓고 싸안아야 한다
2. 집사의 한 손을 그림처럼 고양이 머리 위로 해서 송곳니 사이로 엄지와 검지를 넣어 아이 잇몸이 다치지 않게 충분히 벌린다
3. 나머지 한 손으로 아랫턱을 가운데 손가락으로 손가락 넣기 좋게 약간 벌리면서 엄지와 둘째 손가락을 이용해 가능한 한 목구멍 깊숙이 약을 밀어넣는다
4. 그리고 즉시 아이 입을 닫고 (삼킬 때까지 절대로 벌리게 하면 안 된다) 목을 살살 쓸어준다
5. 아이가 혀를 내밀고 입맛을 다시며 도리도리를 하면 99% 삼킨 것이다 - 그러나 이 중에는 천재 고양이도 있어서 혀내밀고 입맛 다시고 도리도리 다한 다음에 돌아서서 카악카악~ 뱉아내는 고양이도 있다 (두달 동안 하루에 두 번 약 먹이면서 족히 열 번은 경철 고양이에게 속았다. 고양이가 천재가 아니라 집사가 바부겠지...)
약 먹이고 한 시간이 지났다.
"철수야 집 보고 있어, 우리 병원 갔다 올게~"
"췌!, 오든가 말든가!"
그리고 이것이 내일 이어지는 이야기의 첫 장면이 될 것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