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지 장난감도 시들하고 늘 심심 무료해 하는 고양이 형제를 위해 나름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아기 때부터 두 형제가 참치, 츄르보다 더 좋아하는 간식 '아수쿠 게맛살'
이렇게 장난감처럼 낚시대에 끼워서 운동을 좀 시킬 생각이다.
아니나다를까,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므음~ 놓치지 않을 꼬예욤!"
"앗, 그렇게 쉽게 먹으라고 낚시대에 꿴 게 아니여"
하지만 이빨이라고는 거의 송곳니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 집사가 슬슬 잡아당기니 금새 스르르 빠져 버린다.
"제발 좀 주세효~!"
두 손 모아 빌어보기도 하지만 운동을 시키기로 마음 먹은 집사는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없다. 이런 밀당이 고작 두어번 계속 됐을까,
낚시대가 이끄는대로 따라와 애절한 표정까지 보이며 몇 번 푸닥거리더니
어라? 이내 엉덩이를 내려놓고 이따구 표정을 짓는다.
저 표정 진심이야? 하는 마음에 다시 낚시대를 흔들어 유혹을 하니 아예 외면, 모로 앉아버린다. 이건 뭐지? 집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간식을 외면 하다니, 게다가 좀 전에 달라고 거의 애원하며 매달렸잖은가 말이다.
이 고양이, 결국 낚시대를 피해 밖으로 나와버린다. 이 현실을 믿을 수 없는 집사, 기어이 따라가 "정말이야, 진심이야?"며 유혹의 흔들기를 계속해본다. 눈빛을 보니 어쩌면 다시 사냥을 시도할 듯도?
얼른 보면 고양이 특유의 수줍어 하는 태도 같지만 낚시대를 더 낮춰 입 쪽에 대주니 오히려 제 몸을 더 낮춰 피해 버린다. 집사 개당황
"치아라, 내 더러바서 안 먹을란다!"
더 가까이 다가가니 아예 몸을 뒤로 빼며 캣휠에 얼굴을 붙여버릴 기세다. 마치 낯선 사람이 저를 만지려 할 때 몸을 사리는 장면 같다. 이건 확실히 삐친거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이나 이 고양이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집사는 이해를 못한다.
엄청 단호한 철수 고양이의 태도에 슬그머니 눈치가 보여 낚시대를 내려 놓으니 연구를 하는 건지 공부를 하는 건지 마냥 들여다 보고만 있다, 귀를 보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사냥을 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보통의 고양이라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라도 덤빌텐데 말이다.
끝내 낚시대를 피해 다시 방에 들어온 고양이 뒤로 간식을 빼서 던져놓고 눈치 보는 집사가 말 한다 "철수야, 네 뒤에 까까 있어~"
이 고양이, 제법 문장으로 된 말도 알아듣는다 - 바로 뒤돌아 보더니 한 치도 지체 않고 냠~ 그렇다면 좀 전의 그 태도는? 어쩌면 먹이사냥을 해 본 일 없는 고양이에게는 그런 방식의 급여가 "약 올리기"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결국 집사는 먹을 걸로 장난 치다 고양이에게 혼난 꼴...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