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동양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요한 슈트라우스의 빈(Wien) 아니면 모짜르트의 잘츠부르크(Salzburg)? 이 굴지의 관광지 2 곳을 제치고 동양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세계110위권 밖에 있는 대한민국보다도 조금 더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 속에서도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는 할슈타트(Hallstatt)라는 마을이다.
이곳은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동양인들에게는 "눈길 닿는 곳이 모두 엽서 또는 달력 그림"인 풍광으로 유명해 동양인들에게는 마법처럼 매력있는 도시(마을)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심지어 현지 주민의 거실에서까지 동양인 관광객이 무시로 드나든다는 말이 들릴 만큼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30년 전 할슈타트로 가던 길, 짤츠캄머굿 중의 한 호수를 뒤로 함]
인구가 800명도 안 되는 이 작은 마을에 지난 해에만 백만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으니(그 중에 절대 다수가 동양인) 관광수입도 수입이지만 이 곳 사람들의 괴로움도 그 만큼 커져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데 도대체 왜 그럴까?
이 모든 것은 사실상 1997년 무렵 이 마을을 포함한 주변 지역이(잘츠캄머굿 Salzkammergut - 직역하면 '소금창고재산'으로 옛날에는 보석처럼 귀했던 소금광산을 포함한 이 지역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유지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유네스코에 등재 되면서 시작 됐다. 게다가 중국 관동에 할슈타트를 그대로 복사한 곳이 생기면서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는데 동양인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할슈타트의 마법은 바로 엽서 같은 풍광이 "낙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중국의 할슈타트]
특히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할슈타트에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결과 인구 780명의 작은 마을에 관광객이 만 명 이상인 기이한 현상으로 이어졌는데 문제는 이 관광객들이 주민들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기도 하고 아무 곳에서나 드론을 날리는 등, 이 할슈타트라는 '엽서'속에 진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을 곳곳이 아시아의 여러 언어로 "만지지 마시오" "들어가지 마시오" 등의 금지 팻말로 도배 되기 시작했고 도로는 온통 관광객들을 싣고 온 버스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불어 더러는 불시에 자신의 거실 한복판에서 관광객과 맞닥뜨리는 일까지 생기다 보니 주민들은 관광객들이라면 넌덜머리가 난다며 "우리는 원래 누가 오는 것을 반가워하고 이곳 주민인 걸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이제는 사람들을 저절로 공격적인 시선으로 보게 됐다" 말한다. 그렇다고 관광객들이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 것이 그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우르르 몰려가기 때문에 천천히 둘러보고 이것저것 먹고 마시고 구매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그래서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관광객 수의 제한을 위해 입장료를 받거나 주차요금을 현재 30유로에서 세 배 정도 올리자는 제안을 해오고 있지만 - 베니스도 지난 해 마지막 날에 이와 관련한 법안을 통과 시켜 곧 시행이 될 예정이다 - 당국에서는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화장실 사용료만 해도 충분한 수입이 된다는 취지로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장실 사용료가 충분한 수입이 될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들이는 할슈타트만의 '마법의 매력'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염려를 당국과 관광객들 외에는 모두가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지난 해 10월이었는데 맥락이 닿지는 않지만 '예천군 의원'들의 외유 사건이 터지면서 새로이 기억이 나게 된 것인데 당시에 이 이야기가 '중국인' 위주로 전개 되긴 했지만 내가 한국 사람, 같은 동양인으로서 느낀 모종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처럼 여행을 떠나면 들뜬 마음에 기본 쯤은 잠시 잊어도 되는 "특별한 존재"가 된 줄 착각할 수 있지만 일일이 예를 들면 돌 맞을 것 같고(모두가 그런 건 아니니까) 예천군 의원들 사건은, 그들이 세금을 쓰는 정치인들이라 이슈화 됐지만 제 돈 쓰며 관광가는 사람들도 '기본'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천군의회]
다른 이야기지만 예천군 의원들 말이 나온 참에 덧붙이면,
예천군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자치단체 중 200위 밖, 의원들의 해외연수 등 외유를 위한 예산은 2위라던가! 나는 군의회 의사당까지 그렇게 독립적으로 번듯하게 지어져 운영된다는 것조차 전혀 몰랐던 사람 중 하나여서 세상은 정권이 바뀐다고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저변에서부터 하나하나 바뀌기 시작해야 비로소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평소의 내 생각을 썪은 냄새 물씬! 나는 현실 앞에서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예천군만 수사 또는 감사를 해서 땜질식 처방만 내리려서 해결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터인데,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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