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유아인 그리고 이희문(오방신)

나는 도올을 사상적으로는 매우 존경하고 동조 하지만 원래 별로 학구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그의 강의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다. 더구나 소리에 예민하기 때문에 도올의 뒤집어지는 목소리가 개인적으로 좀 그러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


그러나 토요일 저녁의 TV는 정말로 볼 것이 없다, 그래서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을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보게 됐는데 - 사실은 티비를 켜 놓은 채로 낮잠을 자고 눈을 떴던 그 시간에 화면에 송출되고 있던 것이어서 '그냥 봤다'가 더 정확하다.


아무튼,

잘 생긴 젊은 연예인의 힘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도올 혼자만 출연 중이었으면 몇 마디 들어보고 나는 틀림없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을 것인데 유아인의 훤한 외모와 햇것의 두려움이나 눈치 보는 일 없는 멘트에 약간의 카타르시스가 올 것 같은 예감으로 채널 고정

도올 이희문(오방신) 그리고 유아인

흠... 젊은 연예인도 나오고 뒷쪽으로 대단히 펑키 또는 하드락한 음악을 할 것 같은, 그러나 좀 B급의 냄새를 풍기는 가수도 보이고. kbs가 요즘 애 많이 쓰네? 쭈욱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시청료 강제로 징수 당하는 거 아깝지 않을 수도 있어 등등의 생각을 하며 뮤지션 그룹에 계속 눈을 주니 (나 또한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쟁이였으니까 저절로 먼저 눈길이 간 것) 어라? 콘트라베이스에 피아노에 포스트모던한 하얀 장구 그리고 소프라노 색소폰 같아 보이는 관악기까지, 이건 무슨 조합?


첫방이라 그런가 조금은 지루하다, 그래 프롤로그인 셈 치지... 그러면서 뒤에 있는 가수가 빨리 한 곡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음악이 내 마음에 아니면 가차 없이 채널을 돌려버릴 생각으로.

관악기로 재즈인듯 시작한 음악이 가수가 노래를 시작하니 순식간에 이질적인 경기민요로 바껴 버린다?

아, 그런데 이것 좀 봐라?

관악기로 재즈인듯 시작한 음악이 가수가 노래를 시작하니 순식간에 이질적인 경기민요로 바껴 버린다? 그런데 더더욱 충격인 것은 이것이 이질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구성지고 매혹적이고 뭔가 맑은 느낌까지 주기 시작한다. 뭐야, 저 모습을 하고 저 목소리와 저 장르는? 경기민요을 해? 그러면서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며 가수의 전신을 비추는데 가관이다! 


얄팍하게 하늘거리는 몸매에 속옷 없이 수트를 걸치고 온통  형형색색 반짝반짝 수정구슬인지 비즈인지로 만든 가슴을 다 덮는 목걸이 같은 걸 두르고 쫄바지에 킬힐을 신고 있다 - 여자였어? 목소리는 남자다, 가슴을 봐도 남자다. 그리고는 무대를 누비며 도올을 갖고 논다 ㅎㅋㅋ!


야아, 당신 멋지다! 이런 멋진 사람을 나는 왜 처음 보는 것이지?


찾아보니 '오방신'으로 소개 된 이 가수는 국악인 이희문

국악인 이희문 프로필

2013년에 어느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성향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던 와중에 오래 전 은사께서 "가장 반짝이는 자신에 대해 생각 해보라"는 충고를 했던 것을 상기 해내고 그 뜻을 깨쳐 "자신다운" 모습을 찾아 나섰고 드디어 자신이 무대에서 여성으로 분한 모습이 가장 편안하고 자신있게 보이는 것을 깨닫고 ‘생긴 대로 살자. 척하지 말자’를 모토로 살기 시작했다 한다.


자신은 굵은 목 하나 빼고는 외모적으로는 어느 한 곳 남자답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같이 일을 해 본 사람들은 그의 거침없는 추진력에 넘치는 인간미 등이 남자 중에 상남자라는 평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남자다운 게 무엇이고 여자다운 건 또 무엇인가? - 나는 오늘 "뮤지션다운 사람"을 새로이 발견 한 느낌이다 (그는 물론 오래 전부터 활동하고 있었지만) 자신답게 살면서 경기민요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대중친화적으로 바꿔 나가려는 그의 노력과 인내심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 요염함과 맑음의 오묘한 조화라니 - 나는 오늘부터 이희문 당신의 팬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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