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검색환경과 블로그 환경에 요 몇 달 시달리다 12월 들어 최악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슬슬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변화의 속도가 크기나 너무나 폭력적이라 어느 날 아침 블로그에 들어오면 내 기록들조차도 한 순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으리라는 불안감이 새록새록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안 되지! 이거이 모두 어떻게 쓴 글이고 어떻게 찍은 사진들인데,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그렇다고 국내 최대포털, 가장 안정적인 곳으로 백업 해두자니 이미지들은 모두 다운로드 받아 다시 업로드를 해야하는, 거의 새로운 포스팅을 하는 수고에 버금가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고 일단 간편하게 백업 해뒀다 필요할 때 다시 풀어 쓸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위해 검색에 들어갔다.
백업이란 것은 무릇 스크랩해 둔 원래 페이지가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내게는 그 자료가 고스란히 살아있고 무엇보다 윈도우즈 상에서 한 눈에 볼 수 있어야 의의가 있는 것인데 과연 그런 것이 있을까?
찾아보니 개인이 만든 것, 개발자가 만든 것, 구글드라이브 등 이런저런 솔루션들이 많기는 한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해 볼만 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에버노트였다 (알고보니 엄청 유명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이었더라)
내가 원하는 기능이 되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 되는 것처럼 설명은 돼 있어도 요즘은 무엇이든 경험하지 않으면 믿을 수가 없다. 말과 사실이 다른 경우가 너무나 많으니까 - 아니면 말지 뭐,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설치를 했다. 로그인 계정이 필요하다, 구글로 해도 되고 다른 이메일 주소로 만들어도 된다. 나는 구글을 혐오하니까 다른 메일로 ^^;;
설치가 끝나고 에버노트를 열면 "웹에서 콘텐츠 스크랩"이 눈에 띈다, 저것이 바로 내가 필요로 하던 것이렸다! 그러나 '스크랩'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린다. 웹에서 말 하는 대부분의 스크랩은 원글의 주소를 베이스로 두고 보게 되는 것이라 원글이 사라지면 무용지물 아닌가 하는 마음(내가 너무 순진하고 무식한가... --;;)
아무튼 "웹에서 콘텐츠 스크랩"을 클릭하니
웹클리퍼라는 도구를 또 깔아야 한단다. 까짓거 기왕지사 내디딘 발걸음, 이것저것 깔아대는 거 무쟈게 싫어하는 편이지만 지금은 블로그를 둘러싼 변화의 속도가 어지러울 정도라 딱 그만치 마음이 급박하다, 그래서 클릭!
이런 페이지 페이지가 뜨고 오른쪽 위에 "크롬에 추가"라는 파란색 버튼을 클릭하면 설치가 되고 파란 버튼의 문구는 위 그림처럼 "크롬에서 삭제"로 바뀐다 - 이것이 IE에서도 작동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쓰는 웨일 브라우저는 크롬과 거의 완벽하게 호환이 돼서
이렇게 메뉴 표시줄에 녹색코끼리 모양의 이모티콘이 추가 됐다. 설치가 다 된 것 같으니 이제 잘 모아지나 해 봐야지?
내게는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전에 이글저글 써보면서 다듬는 블로그가 따로 있다, 거기 가서 이미 사용해서 버려도 좋은 자료로 시험해 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만일 원글이 사라지더라도 스크랩한 것은 가져온 상태 그대로 에버노트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상단 메뉴바에 있는 코끼리 이모티콘을 클릭하면
이렇게 에버노트가 실행 된다 "간소화 된 기사"로 선택해 저장을 누른다 - 전체를 선택하면 광고와 댓글까지 모조리 따라오므로
내 컴퓨터에 설치 된 에버노트로 가서 확인하니 잘 따라와 있다
이제 원래 글이 있는 블로그로 돌아와 삭제를 해 볼 차례다. 삭제 - 확인, 블로그에서는 해당 글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버노트에 스크랩 글이 잘 있는지 봐야할 차례다
브라우저도 껐다 켜고 에버노트도 닫았다 다시 연다 - 잘 있다. 마지막 관문은 컴퓨터를 다시 시작해 보는 건데 열려있는 게 많아 아직 안 해 봤지만 달라질 것은 없지 싶으다
문제는 삽입 된 이미지인데 옮겨 놓으니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져 보인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완전히 없어진 페이지의 글도 아닌 그림이 살아 있다는 게!
이미지 저장도 되는지 오른쪽 클릭을 해보니 맨 밑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 옵션이 있다
저장은 되었으나 확장자가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럴 때만은 할매답지 않게 당황하지 않는다
다시 오른쪽 클릭으로 "이름 바꾸기"를 선택해 .jpg를 입력한다. 뭘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님 말고!"의 무대포 정신이다.
썸네일이 그림으로 바꼈다 - 이만하면 내 수준에서는 만족이다. 한 번에 한 페이지 밖에 스크랩이 안 돼 번거롭다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포털의 다른 블로그로의 백업까지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 정도 솔루션이면 감지덕지다. 그러나
에버노트에도 여러 그레이드가 있어 나 같은 사람은 무료로 쓰는 것이 당연한 수준인데 월 업로드 허용량이 60M, 이 정도면 블로그 포스트가 몇 개나 저장 되는지 감이 안 잡히니 월 5천 원 가량의 프리미엄을 써야 하는 일인지 아닌지도 감을 잡을 수 없다. 일단 월간 허용향이 초과 했다는 메세지가 나올 때까지 저장 해보면 감이 잡히리라 믿는다 - 이 외에도 구글킵, 윈노트 등이 있다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더 돌아볼 생각이다
에버노트는 이 외에도 여러 유용한 기능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어 필요에 따라 차츰 그 쓸모를 익혀나갈 생각이지만 우선은 블로그가 당장 폭파될까 불안하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게 됐으니 그것만 해도 대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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