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 속으로 피신한 아깽이

한 여름 더위가 아침부터 펄펄 끓는데 창밖에서 갑자기 "우워우 와워우~" 한 쪽에서 선빵을 날리면 다른 쪽에서 한결 높은 톤으로 "아!우어~" 악센트까지 넣어가며 받아치는, 이 캣맘으로 하여금 동네 눈치 보게 만드는 반갑지 않은 이중창이 시작된다.


대개는 밤 늦게 울려퍼지는 이중창인데 오늘은 아침부터다. 마침 지영이가 몹시 보고프고 궁금하던 참이었기에 둘 중 한 목소리가 지영이길 바라면서 얼른 카메라를 들고 내다본다

물통 속으로 피신한 아깽이

물통 속에 아깽이 한 마리! 가장 먼저 카메라에 포착 된 장면이다 (사실 방범창 때문에 육안으로는 아무 것도 확인 할 수가 없었지만)


얼마 전 제 애미를 따라  나를 사냥하러 왔던 그 녀석이다. 그러니까 예쁜이의 자식이다

"이누마, 거어서 머 해?" 

아깽이가 저기 있다면 어디엔가 애미가 있을터

처음에는 더위에 몸을 식히려 물통 속에 뛰어들었나 했지만 다시 상황을 정리 해보니 양쪽에서 소리를 질러대니 깜짝 놀라 엉겁결에 훌쩍 그 속으로 숨어 들었거나 침략자를 피해 나름 숨는다고 한 것이 그 곳이었거나 - 이쪽 저쪽 돌아봐가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양새다. 아깽이가 저기 있다면 어디엔가 애미가 있을터 (이중창 중 한 목소리가 틀림없이 예쁜이겠지라는 짐작), 

애미를 찾으려고 카메라를 담장 위로 옮기니 이 녀석이 뙇! - 물통 속 아기를 노리는 모양새로 서 있다. 이것이 이중창이 시작된 원인인 모양이다

애미를 찾으려고 카메라를 담장 위로 옮기니 이 녀석이 뙇! - 물통 속 아기를 노리는 모양새로 서 있다. 이것이 이중창이 시작된 원인인 모양이다


이 녀석은 지봉이가 낳은 새낀지 입양한 아인지, 하여간 지봉이와 건너편 차고에 등 따시고 배부른 집을 분양 받아 사는 그 삼색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물통 속 아깽이 애미로 여길 정도로 두 녀석이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내 기척을 의식 했는지 담장 위에 얌전히 앉아보이는 녀석이다

내 기척을 의식 했는지 담장 위에 얌전히 앉아보이는 녀석이다 (이 녀석이 나중에 '꽃네'가 된다)

"이 녀석아, 네가 지봉이 친딸이라면 몰라도 입양한 딸이면 여어서 소리 지르면 안 돼! 더구나 등 따시고 배 부른 집 있는 냔이 왜 여그 불쌍한 녀석들 밥자리를 넘보는 것이냐? 네가 만일 진짜 지봉이 딸이어서 예쁜이에게 밀려난 할머니랑 엄니랑 다 다시 데려오려면 소리 질러서 이기거라 꼭!"

역시 제 집 두고 보살핌 받는 녀석은 옷태가 다르다, 길아이 옷이 저리도 말갛고 깨끗하다니

역시 제 집 두고 보살핌 받는 녀석은 옷태가 다르다, 길아이 옷이 저리도 말갛고 깨끗하다니~ (내 이 녀석을 겪으면서 삼색이는 성질머리가 더럽게 더럽구나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삼색이를 찍는 사이 아깽이는 훌쩍 물통에서 뛰어내려 애미에게로 가버리고

삼색이를 찍는 사이 아깽이는 훌쩍 물통에서 뛰어내려 애미에게로 가버리고 

새끼가 무사히 돌아오자 드디어 예쁜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끼가 무사히 돌아오자 드디어 예쁜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표독스런 표정! - 요 냔, 니가 예쁘기는 하다만 너 역시 굴러온 돌 주제라는 걸 잊어버린 게냐?!

저 표독스런 표정! - 요 냔, 니가 예쁘기는 하다만 너 역시 굴러온 돌 주제라는 걸 잊어버린 게냐?!

나는 진심 지영이 가족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교회 옆집, 삼색이네 아줌니가 잘 보살펴주기야 하겠지만 가아들은 내 새끼라요~~~

삼색이가 담장을 타고 예쁜이 있는 집 쪽으로 향한다. 한 판 제대로 맞짱을 떠볼 생각인갑다

삼색이가 담장을 타고 예쁜이 있는 집 쪽으로 향한다. 한 판 제대로 맞짱을 떠볼 생각인갑다 짐작이 되지만 나는 문을 닫는다. 누가 먼저 맛있는 것 먹을지는 즈들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고 나는 그저 꼬박꼬박 밥을 내다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오후에는 예쁜이의 다른 아깽이 샛노랑이도 잘 있다는 걸 과일 사서 돌아오다 밥자리에서 확인 했다. 남자 아이인 듯 얼굴이 즈 애비 담북이 빼다 박았더라 --;; 쌈박질을 하거나 말거나 모두 무사하기만 하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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