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따라온 마따따비 가지를 넘나 좋아한 우리 고양이 형제, 딱 하나 뿐이어서 아쉬웠던 데다 얼마 전 생일선물도 변변찮았던 탓에 다시 마따따비를 구하러 고고씽! 그러나 정작 찾는 것은 사은품으로나 구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해 마지않는, 그러나 비싼 것도 마지않아 몇 년 전부터는 사 줄 엄두를 못내던 오리간식을 미진했던 생일선물로 주문, 그러나 암만 생각해도 이건 공짜로 못 주겠다, 심술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또 무슨 꿍꿍이여?' 하는듯 돌아보는 철수 고양이
그 동안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방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던 장난감 상자를 깨끗이 청소하고 그 속에 간식을 툭툭 잘라 넣어 줬다. 간식 값에 상응하는 노동을 하라는 뜻에서~ 암만 세상에 공짜는 없응게!
이 놀이에는 어쩐 일인지 소심쟁이 경철 고양이가 훨씬 더 적극적이다 - 왜냐하면 먹을 거거등~ 즈 엉아하고 쌈박질만 하면 맨날 두들겨 맞으면서도 밥 만큼은 매 끼니 아무 문제 없이 뺏아먹는 대단한 고양이니까
철수 고양이는 이럴 때 언제나 한 발짝 물러나서 관망한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철이 어떻게 하나 자세히 보고 노하우를 눈으로 익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뭐든 하면 경철보다는 철수가 마치 언젠가 해 봤던 것처럼 능숙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경철이 거의 다 꺼내 먹고 리필을 해주니 철수 고양이,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듯 등판하신다
냠~ 그렇지, 밥값은 해야재!
밥값 얘기하니 문득 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는데 : 장모종 암고양이 두 마리와 수고양이 한 마리를 동시에 입양해 막 사랑이 넘치는 집사인듯 블로그 활동을 하다가 첫 발정이 오자마자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새끼를 낳게 해 며칠 터울로 태어난 7마리의 꼬물이들을 블로그에서 분양한다고,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마치 물건 떨이하듯이 광고를 하길래, 나름 그 의도가 너무나 불순하게 읽혀져 요즘 집고양이를 중성화도 안 시키고 이렇게 새끼 낳아서 파는 건 무슨 의도냐고, 그것도 한 쌍이 아니라 일부이처로! 등 흥분해 주저리주저리 댓글을 달았더니 "새끼 안 팔면 누가 이 부모 고양이들 밥값은 대느냐!, 이런 악플이 어딨냐, 신고한다!"고 길길이 날뛰었던 사건이 있었다 - 신고 한다길래, 사실 가정분양 이런 거 아직 불법은 아니니 법적으로는 내가 나쁜년일 수 있겠다 싶어 '그래, 됐다! 했더니 "왜 신고한다니 겁 나니?!" 한다. 응, 겁 나~ 하고 애 써 신경을 끊었던 일이 있었는데... 반려동물이 입양 가서 제 밥값 제가 벌어야 한다? 그럼 왜 데려 왔을까, 아이들 밥값 대는 것 아까우면 안 데려오면 되잖아? - 아무리 역지사지 해도 도무지 소화가 안 되는 논리였는데 그런 식이라면 그 아이들 죽을 때까지 계속 새끼 낳아 팔아 제 밥값 벌어야 한다는 것이잖아...
이 고양이 형제도 다음 블로그 시절에 앵벌이를 한 일이 있긴하다 - 그 시절, 블로그 성적이 좋으면 손톱만치 무엇이 생기는 게 있었는데 바깥 고양이들 밥값이 만만찮게 들던 때라 이 고양이 형제 내세워 열심히 밥벌이를 시켰었으니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것인가 싶으다
"엄니, 나 밥값 하기 힘 들어, 좀 꺼내줘여~"
"안 돼! 먹으려면 일을 해야재, 니가 꺼내!"
이거이 뭐라고 조막 만한 생물을 이렇게나 골똘하게 만드는지, 역시 밥벌이란 쉬운 일이 아니여~
"아띠, 할망구야! 밥값이고 나발이고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오~" 일갈해도 집사가 눈썹도 까딱 안 하니
고민!
노력!
성공적! - 사실 사진을 다 올리지 않아 그렇지 이 고양이 나름 밥값 하려고 무지하게 애를 썼다. 손으로 해보다가 잘 안 되니 얼굴을 들이 밀고 얼굴이 안 들어가니 자꾸자꾸 밀어 저 상자를 온 방안에 다 밀고 다니는 수고를 하다가 그래도 안 되니 뇌에 산소가 모자라
이렇게 하아~품까지 해 가면서 밥값을 해낸 장한 고양이다 - 철수는... 안타깝게도 별로 밥값 할 마음이 없는 놈팽이다. 장난감을 물고는 경철에게 덤비지 말라고 하악질을 퍼붓기도 하는 욕심 사나운 녀석이지만 식탐이 없는 편이라 "내가 그 고생 하느니 안 먹고 만다"는 주의다. 그래 좋다, 그 고생 하기 싫으면 안 먹음 되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노! 이래 놓고 우유부단 주책 바가지 집사, 경철 몰래 등 돌리고 앉아 철수에게 뭐 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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