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 때는 8인용 식탁을 책상으로 쓰던 시절이라 이게 가능 했구나 싶은 그림인데,
이 고양이 형제, 집사가 컴퓨터 앞에 앉기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책상 위로 진출해
시침 뚝 떼고 서로 그루밍도 해주다
한 녀석 식사하실 동안 다른 한 녀석은 "어림 없다!"는 표정으로 두눈 완전 부릅 뜨고 보초를 서고
보초 서던 놈 그루밍 하시는 동안 다른 한 놈이 다시 두 눈을 부릅뜨고 보초를 선다.
그러다 의견 조율이 잘 안 됐던 모양인지 한 대 콱! 줘박기도 했다가
금새 또 "아이다, 내가 흥분 했다~ 미안테이~~" 그루밍으로 살살 달래
"넘 오래 지키고 있었다, 엉아 몸 좀 풀고 오께" "웅, 걱정 말고 갔다 와~" 다시 의기투합
그렇게 엉아 고양이 제 볼 일 보러간 동안
남은 한 놈 이렇게 완전 목숨 걸었다는 표정으로 보초를 서게한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인간의 컴터질을 막기 위함이라... 날이 갈수록 다양하고 끈질겨지는 방해작전에 요즘은 정말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언제까지나 아이들을 짜증스럽게 밀어낼 만큼 중요한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우짜쓰까...
그래서 요즘은 노트북 올리면 별 여지가 없는 앉은뱅이 책상을 쓰지만 이 형제 눈에는 별로 여지가 없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기회만 있으면 진상질에다
특히 경철 고양이, 노트북 환기구 옆에 딱 붙어 앉았다가 키보드 위에 하얀 터래기 잔뜩 뭍뭍 해놓고 유유히 사라지시는 일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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