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단모종이어서 겨울에는 2, 3일에 한 번 정도만 빗질을 해주면 되지만 요즘 같이 따뜻할 때는 궁디팡팡만 해줘도 털이 팡팡 모터가 달린 듯 햇빛 사이로 날아다녀 매일매일 빗질을 게을리 할 수가 없는데, 아기 때부터 청소기에 흡입 당하기를 즐기는 경철 고양이 덕분에 우리집 빗은 이것,
진공청소기 흡입구중 하나로 고양이 형제 전용빗으로 7년째 고정되어 있다 (물론 청소도구로는 안 쓴다) - 그건 그렇고, 우리 경철 고양이 창고방에서 이 빗만 꺼내오면 야옹, 에엥, 끼잉 오만 소리를 다 내면서 따라 다니는데 빨리빨리 빗질 좀 해 달라는 것이다. 청원 받잡고 빗질을 시작하면
그냥 보기에는 깜짝 놀라는 표정 같지만 실제로는 "그래, 이거야!"하는 표정이다. 사실 경철 고양이는 빗질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머리와 턱 빗기 만큼은 언제나 예외다
그래, 이거야! 후에는 곧장 눈꺼풀이 뒤집어지듯 툭! 하고 부풀어오른다 - 이런 현상은 다른 고양이에게서는, 심지어 철수 고양이에게서도 못 본듯한데 경철 고양이는 쓰다듬음이나 빗질이 너무나 마음에 들 때 폭풍 골골송과 함께 눈꺼풀이 이렇게 부풀어 오른다 (골골송 얘기를 하니 갑자기 기억이 나는데 경철 고양이는 아기 시절에 골골송을 전혀 부르지 않았다. 쓰다듬어 달라거나 안기거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할 줄 몰라 그랬는지 인간이 낯설어 그랬는지 성묘가 되고나서부터 시작 했다)
빗이 쓸어넘기는 힘에 의해 눈이 벌어지는 것인가?
아니다, 이제 신호가 오기 시작해 눈이 작아졌는데도 여전히 눈꺼풀은 부풀어 있다 - 신호라는 것은 영혼이 빨려 나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ㅎ~
눈꺼풀은 여전히 부풀어 있고 눈은 더 작아지면서 자세가 낮아진다
이것은 발라당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순간으로 잘 이어지면 발라당 해서는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마구 뒤챈다 - 이때 부르는 고로롱송은 까딱하면 콧물 튀어나겠다 싶을만치 강력한데 사람의 눈에는 가장 못생긴 순간이지만 경철 고양이에게는 최고로 기분이 좋은 순간이다
사람이 미용실에 머리 맡기고 기분 좋게 졸게 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까, 문득 집 나갔던 영혼이 되돌아온 듯한 표정이 되면 골골송도 일시적으로 잦아든다
그리고는 다시 까무룩~ 동공이 풀리면서 빗질의 마법에 영혼이 다시 빨려나간다
이러다가 배며 엉덩이며 다른 곳을 빗질할라 치면 벌떡 일어나 밥 먹는 척하거나 캣타워 꼭대기로 휘릭 달아나 버린다
평소에 이렇게 생긴 고양이다 ㅍㅎㅎ~ - 그런데 정말 저 눈꺼풀은 왜 부풀어 오른 것일까? 이 사진을 보니 눈꺼풀이 한 눈에 비교 돼 이 현상이 더더욱 궁금해진다
그리고 철수는 집사에게 치대도 별반응 없고 경철군 사냥 하기도 귀찮고 혼자 스크래처를 베개 삼아 널부러져 있다 혼자 공연히 몸을 뒤채며 "아르르~"할 때가 있는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귀여워 "철수야, 왜~ 심심해?" 하면 또 "아르르"하고 대답할 줄 알았지? 천만에! "끼에에께!"하며 유리창 긁는 소리를 내며 곧장 다가온다. 내게도 '아르르' 하구라 철수야, 입만 떼면 '끼에에껫'은 정말이지 소화하기 어렵다구리~~
다른 집사들도 의식하고 계시겠지만 고양이들은 즈들끼리는 거의 말을 안 하고, 가끔 말을 하더라고 '아르르=놀자~' 또는 "크르르 -건들지 마!" 정도인데 집사에게 말을 할 때는 야옹 미옹 깨옹 끼에엣껫 오만 소리를 다 낸다. 인간과는 다른 말로 소통해야 된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다 (시끄러워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