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새로 바뀌면 매 번 고양이 형제의 일용할 양식이 배달 돼 온다
그런데 그것들을 정리해 장에 넣다 보면 두 고양이의 간섭간섭이~~ 그런데 이 번에는 어쩐지 평소보다 조용하다는 느낌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이 고양이 이러고 계신다 - 파우치 24개를 세워넣을 수 있는 손바닥 만한 박스, 그것도 박스라고 그 속에 6kg 나가는 몸을 구겨 넣고 멀쩡히 앉은 모습이 우스워 카메라를 가져오는데 그리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여전히 멀쩡한 표정으로 있다가 셔터를 누르니 "왜, 뭐?" 하는 표정이 된다
어깨 부분 그리고 앞다리 두 개만 달랑 박스 속에 담았는데도 고양이 삼신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박스가 주는 포근함 만큼은 온 몸으로 느끼는듯 편안해 보인다. 이렇게 작은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지혜! - 몸이 2/3나 맨바닥에 나가 있는데 좋으냐? 하는 것이 인간의 관점, 몸이 1/3이나 박스 속에 들어가 있으니 좋지! 하는 것이 고양이의 관점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어 찾아 보니
내가 종이끈 바구니 짜기를 취미로 살던 시절의 장면으로 시작만 하면 그거 제 것이라고 무조건하고 덤벼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만들더니 - 이 정도 진상질이야 뭐 고양이 삼신이면 누구나 할 만한 행동이라 할 수 있는 것
이 번에는 좀 더 작은 바구니를 짜던 중이었는데 이 고양이, 기어이 네 팔다리 몸통 구겨 넣으려 제 손으로 바구니벽을 밀어 늘궈가며 들어앉더니 암만 애를 써도 머리까지는 도저히 안 돼 바깥에 남기고도 끝내 제 몸에 딱! 맞다고 우겨 댐
위에 두 바구니 모두 이 괭님께 양보하고 훨씬 더 작은 다른 바구니를 짜기 시작하니 급기야 이 짓을 하더라는 - 네 팔다리만 겨우 구겨 넣고 몸통이니 머리니 아무 것도 바구니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사이즈인데도 아니라고, 이 바구니 저한테 딱 맞는다고, 지 꺼라고 바락바락 고집스런 표정. 하긴 고양이 삼신, 다 내놓고 네 발바닥만 겨우 모아 넣을 수 있는 공간이면(지름 5cm만 돼도 충분하지 싶다) 지 꺼라고 딱 맞는다고 말짱한 얼굴로 고집을 부리는 것들이니, 이름하여 고양이의 우기기 본능
이러는 동안 우리 하얀 고양이 뭐하나 찾아보니 혼자 고즈넉하게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왜, 뭐?" 한다 - 하여간 고양이 삼신이란~ 한 동안 입맛 없어보여 속을 태우던 철수는 요 며칠 밥을 차리면 내내 애앵~ 대며 주변을 맴돌다가 식탁으로 움직이면 총알처럼 달려온다, 그냥 뛰는 것이 아니라 총알처럼.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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