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고양이들을 관찰한 바는 없지만 내 고양이 형제는 사냥을 할때 백이면 백 , 엄한 표정을 짓는데 경철 고양이는 거기다 부풀린 꼬리까지 보탤 때가 있어 가히 장관이다~ 엄한 표정에 부풀린꼬리로 사냥하기
메롱메롱 심심해 보이는 경철 고양이
"경철아, 읏차아~ 저거 잡아라!"고 건조 닭가슴살을 던져주니 무엇인지 미처 파악도 하기 전에 꼬리부터 펑~ 동시에 두 눈이 금새 새카맣게 동글해지고 주둥이가 툭 불거지면서 뭔가 표정이 엄!
높이 던져졌던 사냥감이 착지를 하면 일단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의 정체와 상태를 파악한 후
정확하고 세밀하게 조준 한 다음
드리블드리블! 앗싸아~
주둥이가 쑥 빠지도록 엄한 표정만 지어도 사냥감이 쫄아서 꼼짝을 못하겠구만 꼬리까지 한껏 부풀려 힘을 과시하니 아무리 건방진 닭가슴살인들 어디 움찔이라도 하겠냐고오~
꼬리까지 뻥 튀겨가며 힘을 썼으니 제 풀에 지쳐 잠시 그루밍 타임 (실은 천방지축 설치다 다리 등을 부딪혔을 때 그 부분을 저렇게 핥아 진정 시킨다) 내친 김에 부다다닥! 머리를 흔들어 가렵게 방해하던 귀지도 좀 털어내고
"집사, 다시 저 짝으로 함 던져 봐!" 실제로 이 포즈는 '내가 저 쪽으로 뛸 준비가 됐으니 어디 한 번 던져 보시게'이다
분부 받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던져 드렸더니 "일루 와 이 넘!"
한 방에 다른 방으로~ 굿 샷! 물그릇에 또 홀인원 안 한 게 다행... 아, 그런데 정말로 무거워 보이는 저 꼬리~
천방지축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경철 고양이 옆으로 뭔가 서운하고 심심해 보이는 철수 고양이의 표정, 철수도 뛸래?
읏차~ 철수는 정말이지 남성적이어서 흥이 날 때는 가히 일 미터 정도는 제자리 높이뛰기를 하는 걸로 보일 때가 많은데, 이 날도 그 만치 뛰어 올랐는데 그 순간은 아쉽게도 잡지 못했다
그리고는 금새 다시 마마보이, 집사 방해 모드로~
어쨌거나, 고양이들도 누군가를 제압하려 할 때 엄한 표정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그러는 것일까 그 꼴 난 사냥놀이를 하면서 매 번 이렇게 엄한 표정을 짓는 진지함을 보며 매 순간에 순간 100% 올인하며 사는 모습이 느껴져 어리석고 게으른 인간은 또 무엇인가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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