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징징대는 관종 고양이 길들이기

달리 상대도 없고 나는 자주 블로그에다 내 고양이 형제가 하루종일 발치에 따라다니며 징징댄다고 호소해왔다. 물론 고양이가 없는 랜선 집사나 지나치게 조용한 고양이와 살 경우에는 부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24시간을 같이 지내는 우리의 가족구성으로는 눈만 마주치면 삐익삑~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수 없어 꽤 시간을 들여 여기저기 공부도 하고 스스로의 경험을 되짚어보며 골똘히 궁리도 해봤다. 답이 나왔을까?

달리 상대도 없고 나는 자주 블로그에다 내 고양이 형제가 하루종일 발치에 따라다니며 징징댄다고 호소해왔다

고양이에게 '야옹'은 사람의 언어다

철수 고양이하고 며칠 전부터 사람의 언어로 대화를 안 한다. 사실 사람으로서는 혼자인데다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몇 달이 가도 택배 아저씨 밖에 없으니 나는 늘 고양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며 살아왔다 - 고양이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철수야 밥 먹어" "철수야 창문 열까?" "철수야 안 추워?" 그리고 더러는 "철수야, 자자 불 좀 꺼~"

더구나 고양이가 말을 걸면 - 고양이의 '야옹'은 사람을 위해 특화된 소통방식이므로 - 무시하지 말기를 전문가들마다 당부하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 형제가 삑~ 소리라도 내면 일일이 대답하고 쓰다듬고 간식을 주는 방식을 써왔는데... 각설하고 직설하면, 소통이 지나쳐 거의 24시간 내딛는 걸음마다 철수가 따라다니며 삐육대는 것이 심한 스트레스가 돼 왔던 바 고양이의 지나친 말 걸기와 요구에 대해 다시 찾아보니 간단한 답이 나왔다, 지나치게 관심을 요구할 때는 무시하라고 -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나침'에 대한 기준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으므로 나는 명랑하지 않은 집사를 만나 느들이 고생한다는 죄책감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말을 다 들어주려는 자세로 살아왔는데 그것이 고양이 형제의 버릇을 나쁘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에게 '야옹'은 사람의 언어다

관심 요구가 지나칠 때는 무시하라

집사가 살아야 느들도 살지 그래, 무시하자.

생각해보니 내가 고양이 형제와 일거수일투족 대화를 나누니 이 아이들이 말도 요구도 많아졌다는 걸 이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고양이가 예쁜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을 걸면 대답은 생각할 사이도 없이 자동발사 되는 형편이라 조절이 어려웠던 것

사실대로 말 하면 아이들이 우울해 보인다. 징징거림은 80%이상 사라져 사람은 몇 년 만에 획기적인 평화를 누리고 있는 반면

그리하여 굳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 묵언수행은 오늘로 나흘째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혹여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까봐 경계하니 눈 맞추기도 쓰다듬기도 자연히 줄어 우리는 마치 싸운 사람들 같다? 사실대로 말 하면 아이들이 우울해 보인다. 징징거림은 80%이상 사라져 사람은 몇 년 만에 획기적인 평화를 누리고 있는 반면 - 여기까지 2018. 03. 24 밤이었다

내가 묵언에 길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고양이형제가 내 묵언에 길이 들어서인지 예뻐해 줄 것 다 예뻐해주면서 무시할 것 무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져 내 마음에 획기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은 묵언수행 5일째인 25일 일요일 오후, 내가 묵언에 길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고양이형제가 내 묵언에 길이 들어서인지 예뻐해 줄 것 다 예뻐해주면서 무시할 것 무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져 집사 마음이 평화로우니 (일방적인 관점일지 모르지만) 고양이 형제도 더 평화로워 보인다

흔치는 않겠지만 만일  내딛는 걸음마다 따라 다니며 지나치게 징징대는 관종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가 계시다면  말 수를 줄여보시라 권하고 싶다

흔치는 않겠지만 만일  내딛는 걸음마다 따라 다니며 지나치게 징징대는 관종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가 계시다면  말 수를 줄여보시라 권하고 싶다. 실제로 고양이는 나름 사람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야옹 대는데 사람이 고양이와 말을 하지 않으면 고양이도 사람과 말로 소통하려는 시도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예전에 친구 고양이를 맡아 길렀을 때와 비교하니 확실하게 느껴진다 - 그 때는 고양이 남매가 일 년 내내 찍!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었다, 내가 그들과 사람의 언어로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하지만 한결 조용해진 고양이 형제에게 어떤 영향이 갈지는 아직 좀 더 관심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

입으로 대화를 하지 않는 대신 더 많이 쓰다듬어 주고 더 많이 놀아주는 것으로 그리고 고양이의 행동을 잘 읽어 니즈를 채워주는 것으로 소통을 완성하려는 시도가 일단 내게는 나쁘지 않다 - 하지만 한결 조용해진 고양이 형제에게 어떤 영향이 갈지는 아직 좀 더 관심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 - 경철은 들리지 않으니 내 말 수가 많든 적든 저 하던대로 하는데 철수 고양이가 슬슬 눈치 보게 만드는 구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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