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무엇을 해도 그림!

날도 서서히 풀리고 쓸 일도 쓰일 곳도 없는 시디들 마저 버리고(반은 버리고 반 남았다) 그 뒷벽에 생긴 곰팡이 처리하고 그 자리에 고양이 형제 인디언텐트를 놔 줄 생각으로 지난 주말 내내 검색, 가격도 디자인도 적당한 걸 찾긴 했는데 막상 놓아주니 나무냄새며 방석냄새며 낯이 설은지 두 녀석 모두 킁킁 냄새 한 번 맡더니 일별도 않는다

그 위에 즈들 쓰던 방석 놓아주고 그리고 우리 가족 냄새가 얼추 묻었다 할 때쯤 간식을 텐트 안에 넣어줬더니 두 녀석 모두 이 꼴을 하고 먹다가

하루 에 한 방석씩 내가 깔고 앉았다(빨아 주는 것이 정석인데 그게 그리 귀찮았다), 그리고 그 위에 즈들 쓰던 방석 놓아주고 그리고 우리 가족 냄새가 얼추 묻었다 할 때쯤 간식을 텐트 안에 넣어줬더니 두 녀석 모두 이 꼴을 하고 먹다가 - 야아들은 무엇을 해도 그 모습이 그림인 것이 봐도봐도 신기할 뿐

꽤 큰 고기 덩어리 두 개를 빛의 속도로 해치운 식신 고양이는 이내 돌아나오고 - 먹긴 해야겠고 그 낯선 장소에서 얼른 빠져나오기도 해야겠고? 텐트, 하나만 살 걸 그랬나?

꽤 큰 고기 덩어리 두 개를 빛의 속도로 해치운 식신 고양이는 이내 돌아나오고 - 먹긴 해야겠고 그 낯선 장소에서 얼른 빠져나오기도 해야겠고? 텐트, 하나만 살 걸 그랬나?

경철 고양이가 새 물건에 적응하는데 좀 더 오래 걸린다고 얘기했던 적 있었던가

경철 고양이가 새 물건에 적응하는데 좀 더 오래 걸린다고 얘기했던 적 있었던가... 아무튼 경철 고양이는 캣휠에조차 거진 6개월 간 근처에도 안 가더니 언젠가부터는 나를 기다리는 대기소 정도로 이용할 뿐 아직도 좀 돌려보자고 손으로 조금만 움직여줘도 불에 덴 듯 후닥 내려올 정도다. 철수 고양이는 간식을 먹는 동안 텐트가 꽤 아늑하다고 판단 했는지 약간 미심쩍긴 하지만 들어가 앉아본다 - 이 녀석은 캣휠도 장난감으로 유도해 사냥하려면 돌릴 수 밖에 없게 만들면 세 바퀴 정도는 돌리니 두 녀석 중에는 그나마 사나이다운 면모를 보인다 할 수 있을까 (캣휠도 유용하게 쓸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데 내보낼 일이 끔찍하다)

그리고는 밥 위에 후리가께 뿌리는 속도가 먹어치우는 속도보다 느리니 기어이 다시 식탁 위로! - 이 시디들이 버리겠다 마음 먹은 것이다

그리고는 밥 위에 후리가께 뿌리는 속도가 먹어치우는 속도보다 느리니 기어이 다시 식탁 위로! - 이 시디들이 버리겠다 마음 먹은 것이다

식탁 위에서 밥 먹는 고양이

"왜 또 뭐가 잘못 됐어?"

캣타워 위에서 밥 먹는 고양이

그리고 이 고양이도 변함 없이


아, 정작 쓰려 했던 말은 막상 시디를 버리는 일 그리고 그 뒤에 적나라하게 드러날 곰팡이를 처리할 일이 두렵고 기운이 달려 시작할 엄두도 못내는 주제에 성급하게 텐트 먼저 펼쳐 방을 발 디딜 틈 없이 만들어 놓고 그냥 늘어져 있다는 것. 오늘은 비가 오니 곰팡이 작업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핑계까지 만들었으니 이 작업은 언제나 끝이 날까 한다. 

철수는 저녁에 텐트 안에서 두어 시간 잠을 잤고 경철이는 아직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철수는 저녁에 텐트 안에서 두어 시간 잠을 잤고 경철이는 아직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신 이렇게 집사에게 접사 수준으로 따라다닌다. 어쨌거나 고양이 형제의 나란한 뒷태로 웃을 일이 있었던 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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