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햇빛의 계절

월요일인 오늘, 대구의 최고 기온은 19도로 예보 돼 있었고 - 사실 북향인 집 안에서는 영하만 겨우 면한 체감온도 - 내일과 모레는 20도를 웃도는 기온이 예보 돼 있다. 그래서인지 철수는 요즘 눈만 뜨면 캣타워에 올라가 닫힌 창문에 얼굴을 딱! 붙이고 앉아있어 기온이 최고점을 찍거나 말거나 창문을 열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철수는 요즘 눈만 뜨면 캣타워에 올라가 닫힌 창문에 얼굴을 딱! 붙이고 앉아있어 기온이 최고점을 찍거나 말거나 창문을 열 수 밖에 없다

이 집의 유일한 동향 창을 여니 아침 햇살이 쏟아진다. 경철 고양이는 여전히 침대에서 게으름을 부리고 있어 집사가 번쩍 들어다 옮겨 놓은 것.

고양이들의 가장 흔하고 근거 없는 갑질, 자신이 물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에 앉았으면 아래에 앉은 놈에게 여지없이 깔짝깔짝 손찌검을 한다는 것

고양이들의 가장 흔하고 근거 없는 갑질, 자신이 물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에 앉았으면 아래에 앉은 놈에게 여지없이 깔짝깔짝 손찌검을 한다는 것 - 방금 한 대 얻어맞고 "아, 왜애~?" 하는 경철 고양이와 이유도 명분도 없이 협박조의 눈길을 보내는 철수 고양이


마침 어린 것들이 유치원에 출근하는 시간이라 거리가 시끌시끌했는데 "앗, 엄마엄마 고양이 있따아~"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동그라미 속에 든 저 실루엣들이 이 쪽을 올려다 보며

초상권 때문에 대놓고 찍지는 못하고 카메라가 안 보이게 안 쪽에서 찍어 이 모양이지만 하여간 동그라미 속에 든 저 실루엣들이 이 쪽을 올려다 보며 "엄마야, 한 마리 더 있다. 하얀 고양이 봐라! 엄마야~~ 이뿌다~" - 엄마야 엄마야 해서 아이가 한 말 같지만 아이 엄마가 한껏 높은 목청으로 외치는 소리다. 철수가 마침 경철을 줘 박으니 "엄마야, 싸운다 싸운다, 귀여버라~~" 난리가 났다. 하도 우스바 슬쩍 내다보니 내 쪽을 향해 꾸벅! 한다. 예쁜 고양이의 집사는 속으로 '고양이도 귀엽지만 그러는 너거들도 억수로 귀엽다야~' 며 오랜만에 므흣~ 

이유없이 한 대 줘 박히고 막연히 서글퍼진 하얀 고양이. 쏟아지는 햇살

이유없이 한 대 줘 박히고 막연히 서글퍼진 하얀 고양이. 서러운 등 뒤로 쏟아지는 무심한 햇살

햇빛 아래 고양이 형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현실부정 중인 경철 고양이와 여전히 눈에 힘 주고 있는 철수 고양이

돌아보는 고양이 형제

"철수야, 동생 때리고 그러지 마~"

계속 되는 엉아의 압박에 결국 손이 안 닿는 곳으로 후퇴해 잠시 골똘,

계속 되는 엉아의 압박에 결국 손이 안 닿는 곳으로 후퇴해 잠시 골똘, "내 팔자야~"

달아나는 동생 고양이

"다른 창으로 가면 되지 머"

하얀 털 사이마다 스미는 듯한 햇살을 보니 봄 만큼은 공평해서 우리집 창에도 기어이 오고는 있는데

하얀 털 사이마다 스미는 듯한 햇살을 보니 봄 만큼은 공평해서 우리집 창에도 기어이 오고는 있는데

방금 한 대 얻어맞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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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 식탁을 바꿔 앉은 얼룩 고양이, 밥을 먹다 이윽히 봄햇살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 다시 식탁을 바꿔 앉은 얼룩 고양이, 밥을 먹다 이윽히 눈을 들어 봄햇살에게 인사를 건넨다. 과연 봄은 고양이와 햇살의 계절이로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두 개의 바구니에서 자는 법

보너스 : 한 마리의 고양이가 두 개의 바구니에서 자는 법

바구니 속에 떨어진 풀잎의 냄새를 맡아보다 그대로 잠이 들었을까나, 얼굴에 피 쏠리지 싶은데...

바구니 속에 떨어진 풀잎의 냄새를 맡아보다 그대로 잠이 들었을까나, 얼굴에 피 쏠리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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